스포츠월드

검색

[BS인터뷰] 연상호 감독은 어떻게 ‘좀버지’가 되었나

입력 : 2026-06-23 13:33:41 수정 : 2026-06-23 14:48:0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K-좀비 장르의 거장 연상호 감독이 신작 영화 군체로 다시 한번 글로벌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2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군체는 누적 관객수 555만명을 돌파했다. 상반기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올해 500만 관객을 넘어선 두 번째 한국 영화다. 해외 성적도 폭발적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필리핀에서 각각 역대 한국 영화 1위와 2위를 휩쓸었다. 국내 개봉 전 이미 해외 124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도 이뤘다. 개봉 전부터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이라는 화제성을 모으더니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연 감독은 전 세계적인 흥행 성적에 대해 “너무 다행이다. 손익분기점(300만명)을 넘었으면 하는 생각은 했다. 사실 흥행을 예상하는 건 참 힘든 일”이라며 “영화를 만들 때 대중들한테 친숙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를 좀 생각하는 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AI와 집단지성을 닮은 감염자…새로운 공포의 진화

 

영화는 서울 도심의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한 상황을 그린다.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과 생존자들은 백신을 주입했다고 신고한 서영철(구교환)을 찾아 구조대가 기다리는 옥상으로 향한다. 배우 전지현·구교환·지창욱·신현빈·김신록·고수 등 화려한 라인업이 참여해 강렬한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이번 작품 속 감염자들은 기존 좀비물에 등장하던 존재들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처음에는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다니던 감염자들이 점점 인간을 모방하며 두 발로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공격하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 입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기괴하고 움직임은 영화의 시그니처 장면 중 하나다.

 

연 감독은 이 낯설고 기이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무용수 및 안무가들과 끊임없이 토론하며 정성을 쏟았다. 연 감독은 “인간이라면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거기서부터 영화 전체의 방향이 풀려나가는 느낌이 있었다”며 “요즘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을 보다 보면 엄청나게 인간을 흉내 내는데도 절대 인간이라면 하지 않을 방식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나. 손가락이 여섯 개라던가 말이다. 저는 거기에서 굉장한 불쾌감이나 거리감을 느낀다. 그런 부분을 좀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인간 혐오 아냐…인간의 불완전함이 사랑스러워”

 

일부 관객은 영화 속 인간 군상이 너무나도 냉소적이고 잔인하게 그려졌다며 연 감독이 인간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 감독은 이러한 시선에 대해 자신은 완전히 반대라며 웃어 보였다. 연 감독은 “오히려 저는 완전한 휴머니스트”라고 정의했다. 

 

연 감독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너무나도 깊다. 때문에 인간성이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인간이 가진 어둠이나 이기심, 열등감 같은 것 역시 굉장히 사랑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이를 둘 키우다 보니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아이들이 귀여운 이유 역시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그러다 보니 그런 부분들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작업을 하는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캐릭터 설계 과정에도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처음 집필한 대본은 무려 168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인물들의 전사를 빽빽하게 담았다. 하지만 극장에 걸릴 상업영화의 완벽한 속도감을 위해 서사를 과감하게 압축했다. 생존자 그룹을 구성할 때도 집단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개별성의 가치를 중심에 두었다.

 

연 감독은 “보편적 사고의 총합인 집단지성을 깨뜨리는 존재로서 개별성 혹은 외톨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권세정은 외톨이를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다른 인물들은 모두 관계성에 집착하는 인물들이다. 경찰은 공권력과 개인의 관계에 집착하고, 일진과 괴롭힘당하는 학생들은 서로의 관계 안에 묶여 있다. 현희(김신록)와 현석(지창욱) 역시 가족이라는 관계성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다. 결국 이들은 좋은 방식이든 나쁜 방식이든 관계성 때문에 파멸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부산행이라는 버팀목을 넘어 다음 페이지로

 

과거 천만 관객을 모았던 대표작 부산행(2016)과의 끊임없는 비교에 대해서도 베테랑다운 의연함을 보여줬다. 연 감독은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이제는 없다. 내게 부산행은 가수 장범준의 벚꽃 엔딩 같은 작품이다. 대중예술가로서 굉장히 크게 유행한 작품 하나를 갖고 있다는 건 오히려 굉장히 든든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왜 또 부산행 같은 걸 못 만드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부담에서는 이미 꽤 오래전에 자유로워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장범준의 잠이 오질 않네요를 정말 좋아한다. 물론 벚꽃 엔딩만큼의 히트를 기록한 곡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지난해 얼굴 이후부터는 다양한 사이즈와 형식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그런 작업들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을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성공 자체에 집착하면서 작업하지 않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연상호 감독의 과감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에는 게임이다. 연 감독은 “예전부터 영화라는 매체가 영화 안에서 끝나는 게 늘 아쉽다는 생각은 했다. 이걸 다른 형태로 확장해 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게임으로 이어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내용상으로는 군체의 후속 이야기에 가깝다. 주인공 역시 어린 친구들이다. 다양한 능력을 갖춘 10대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고 힌트를 남겼다.

 

가장 먼저 공개될 작품은 일본에서 작업한 OTT 시리즈 가스인간이다. 다가오는 7월 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공개된다.

 

연 감독은 “정체불명의 존재인 가스인간이 스스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긴박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다. 일본 사회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인 만큼 관객분들도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