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참교육’이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순위에서 공개 1주 차인 6월1~7일자 전체 TV쇼 3위로 시작, 2주 차에 바로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2주 차 시청시간 2억 시간, 시청 수 2000만 회를 돌파하며 불과 2주 만에 역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중 누적 시청시간 7위, 누적 시청 수 9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5위권 입성은 확정적이고 롱런 여부에 따라 3~4위 랭크도 가능한 수준. 그렇게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에 필적할 메가 셀러 드라마가 막 탄생하는 참이다.
그런데 그 글로벌 흥행 양상이 흥미롭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참교육’은 최대 45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중엔 ‘한류의 텃밭’이라 불리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도 다수 포함돼 있지만, 예상외로 일본 및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심지어 미국서도 6위까지 올랐다. ‘오징어 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장르 콘텐츠라면 이처럼 다양한 지역 흥행도 이해가 가지만 ‘참교육’은, 가히 판타지적 가상 설정을 가미했다곤 해도, 결국은 국지성 짙은 사회파 드라마 영역이다.
결국 서구 등 해외 선진국들도 ‘참교육’이 다루는 학교 폭력과 악성 민원, 교권 침해 등 다양한 교육 현장 문제와 그 분노 지점들에 공감하고 있단 얘기다. 이를 두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한 국내 언론미디어 보도도 잇따르는 형국. 그런데 더 파고 들어가면, 이들 해외 선진국은 단순히 한국과 비슷한 불만들을 동시기 함께 나누는 정도가 아니다. 많은 점에서 이런 고민과 갈등의 선배(?) 격이라 볼 만하다. 그만큼 관련 대중문화 콘텐츠도 한국보다 훨씬 일찍, 훨씬 많이 쏟아내 온 흐름이 존재한다.
모든 건 1960년대 후반 서구사회와 일본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회문화적 대격변, ‘68운동’으로부터 시작된다. 반권위주의, 반제국주의, 다문화주의, 소수자 인권 및 여성주의와 생태주의, 반전주의 등 다양한 지점에서 촉발된 운동이며, 해당 흐름이 교육계로 넘어오며 교육 평준화를 비롯해 개성 존중, 평등 교실, 학생 인권 등 아젠다로 진행됐다. 이 같은 아젠다가 실제 교육 현장에 반영되면서, 학교가 정상적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단 학교 실패(school failure) 진단과 함께 교실 붕괴 현실도 대중문화 콘텐츠에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엔 잭 힐의 ‘스위치블레이드 시스터즈’ 등 주로 B급 영화에서 통제 불능이 된 교육 현장을 선정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 소위 ‘문제 교사’가 난장판 이 돼버린 교실과 문제 학생들을 폭력까지 동원해 제압한단 설정의 ‘폭력교실 1984’ ‘프린서펄’ 등 영화가 메인스트림 상업영화로서 소비되기 시작한다. 그대로 용병 출신 기간제 교사가 교실 붕괴 학교로 부임하는 ‘백색지대’ 등 1990년대까지 흐름이 계속된다.
한편 일본서 교실 붕괴 이슈가 떠오른 건 1990년대부터, 대중문화 콘텐츠도 그즈음 방향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느슨해진 교육 환경 속 불량 학생들을 다소 낭만적으로 그린 ‘경파(硬派)’물이 만화와 영화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교실 붕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부턴 미국의 1980~90년대와 유사하게 ‘문제 교실을 제압하는 과격한 교사’ 콘셉트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대표적 사례가 만화로 시작해 애니메이션과 TV드라마 등으로 미디어믹스 된 대히트작 ‘GTO’다. 폭주족 출신으로 사립 중학교 교사가 된 주인공이 산재한 학교 현장 문제들을 과격하게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다.
한편, 이런 갈등 자체가 비극을 부른단 양비론적 설정도 쏟아졌다. 미국서 ‘폭력교실 1999’ 등이 등장했다면, 일본에선 ‘배틀 로얄’이나 ‘악의 교전’ 등이 나왔다. 학교는 학교대로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붕괴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똑같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제압하려 들면 더 큰 비극이 탄생한단 주제.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턴 이 방향 콘텐츠가 서구 전반과 일본 등지에 걸쳐 주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참교육’은 이렇듯 반세기 걸쳐 진행된 흐름 위로 등장한 셈이다. 위 흐름으로도 알 수 있듯 상당 부분 동시대적 공기와는 거리가 있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1980~90년대식 ‘과격한 슈퍼맨 교사’가 교권보호국이란 국가권력 설정을 통해 재등장한 형태다. 이에 반세기 전부터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온 대형 대중문화 시장에서 열렬한 반응을 보낸다는 건, 최소 위 양비론적 설정의 문화상품으로서 유통기한은 끝나간단 점을 알려주는 것일지 모른다. 그동안 해외 각국도 문제가 이전보다 훨씬 심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교육협회의 2022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교사 30% 이상이 학부모로부터 위협받은 바 있고, 14%는 학생들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교사는 대표적 기피 직업 중 하나가 됐고, 특히 ‘부모 권리(parental rights)’ 운동이 본격화되며 이런 흐름이 가속화됐단 분석.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많건 적건 유사한 이유로 교사 부족 현상이 크게 대두했다. 일본 역시 학생 인권 관련 교육법 개정 등 배경 하에서 소위 ‘몬스터 페어런트’, 즉 괴물화 된 극성 부모 현상이 사회 문제로 떠올라 해소의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사실 ‘참교육’은 한국 입장에서 과거 회귀적 콘텐츠가 아니다. 해당 교육 현장 문제가 한국에 서 크게 대두하기 시작한 건 2010년 전후로 서구보다 상당히 늦다. ‘참교육’ 원작 웹툰이 등장한 게 2020년이니, 해외에서 보기엔 1980~90년대식 멘털리티로 보이지만 한국 입장에선 사회 현실과 맞물려 적당한 흐름으로 맞게 등장한 콘텐트다. 그러나 점차 악화하는 현실에 위 양비론적 설정으론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서구 각국 및 일본 등지의 숨은 요구와 맞물리며 동시대적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거듭나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정반대 경우로, 한국은 반세기 전부터 경제적 계층 갈등 테마를 대중문화 중심부로 끌고 와 콘텐츠를 양산해 온 역사지만, 미국 등 서구에선 2011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서 ‘1% 대 99%’ 구호가 떠올라 순식간에 해당 문제가 대중문화 신 전체를 집어삼키게 됐다.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상 쾌거 및 세계적 흥행 성공은 이렇듯 서로 다른 사회문화 진행에도 우연히 공감대가 맞물리며 일어난 현상이다. 그리고 이제 ‘참교육’도 그 대열에 서게 됐다. 의도치 않았지만 ‘결국은’ 함께 맞물린 현상. 딱히 전략적으로 기획할 조건은 아니지만, 유사 현상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해 볼 필요는 있겠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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