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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산’ 허항 PD “무리한 연출 NO…예민하게, 주의하며 제작” [인터뷰]

입력 : 2021-11-02 16:53:47 수정 : 2021-11-02 16: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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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는 무려 8년이 넘게 이어온 장수 예능이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출발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밤 빼놓을 수 없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인기와 화제성에 뒤따르는 ‘논란’도 단골손님이 됐다. 새롭게 선봉장에 선 허항 PD가 ‘나 혼자 산다’의 방향성을 밝혔다.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3년 3월 첫방송 이후 8년째 방영되며 MBC 대표 예능이자 장수 예능이 됐다. 지난 5년간 ‘나혼산’을 지켜온 황지영 PD에 이어 올해 2월부터 허항 PD가 연출자로 나섰다.

 

허항 PD는 21일 스포츠월드와 ‘나혼산’ 관련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항 PD는 초창기 ‘나혼산’의 선임 조연출을 맡아 ‘나혼산’으로 입봉을 했다. 허 PD는 “‘나혼산’은 남다른 의미의 프로그램”이라고 답했다. 

 

허 PD 체제 이후 샤이니 키의 합류, ‘전회장’ 전현무 복귀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허항 PD는 1기 ‘나혼산’의 제작진으로서 ‘전회장’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느꼈다고 털어놨다. ‘언젠가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을 가진 그는 연출로 복귀하며 가장 먼저 전현무를 떠올렸다. 지난 6월 400회를 기점으로 ‘나혼산’에 복귀한 전현무 덕에 무지개 회원 간의 새로운 호흡이 만들어졌고, 제작진 역시 이 점이 방송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제작에 힘쓰고 있다.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까지 가장 큰 힘은 시청자들의 선택이었다. 허 PD는 “누군가의 일상을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원샷으로 팔로우하는 포맷 자체가 주는 강력함이 크다고 생각한다. 파일럿으로 론칭됐을 때의 센세이션함, 포맷의 힘이 컸다”고 인기의 비결을 꼽으며 “‘나혼산’을 거쳐 간 제작진분들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발굴한 과정과 인물의 매력도가 합쳐져 ‘금요일 밤=나혼산’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시청자의 사랑으로 400회가 되기까지 제작진들이 한 땀 한 땀 쌓아온 프로”라고 시청자에게 공을 돌렸다. 

 

‘나혼산’이 장수 예능으로 거듭날수록 논란은 쌓이고 있다. 무지개회원들과의 친목, 그리고 기안84 ‘왕따 논란’도 있었다. 허 PD는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답변을 이어나갔다. 그는 “‘나혼산’은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는 것이 메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VCR로 서로의 삶을 지켜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감대도 우정도 생겼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면서 혼자 사는 이웃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장 불거졌던 건 ‘기안84 왕따 논란’이었다. 전현무가 웹툰 ‘복학왕’을 완결지은 기안84를 위한 정모를 예고했고, 설레는 마음에 이천을 찾은 기안84는 다른 출연자들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시청자는 이를 비난했고, 제작진은 일주일간 침묵을 지키다 SNS를 통해 사과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와 관련해 허항 PD는 “사과문에 나와 있는 ‘제작진의 세심하지 못한 연출’이라는 표현이 최선이었다. 연출로 인해 논란이 파생됐다고 생각한다. 멤버 간의 실제로 불화가 있는 건 전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왕따’, ‘몰카’라는 프레임이 기정사실처럼 규정되어 놀랐다. 방송을 처음부터, 스토리를 따라 보신 분들은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생적인 프레임을 형성한 건 제작진의 세심하지 못한 연출 때문이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불편하다면 변명도 의미 없는 것 같다. 포맷에 충실하게, 실제 모습은 이렇다는 걸 보여드려야 하는 상황 같다. 방송으로 지켜봐 달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무지개 라이프를 보여주는 출연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단골 이슈다. 이와 관련해 허 PD는 “새로운 얼굴, 젊은 출연자를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운을 뗐다. 배우 남윤수, 표예진, 가수 박재정과 방송인 이은지가 그 예다. 혼자만의 보금자리를 가진 지 얼마 안 된 사회 초년생들의 따끈따끈한 싱글 라이프를 담기 위함이다. 그는 “이런 분들이 더 조명을 받았으면 했는데, 아직도 좋은 집과 화려한 싱글 라이프로 인지되고 있는 것 같다”며 “주거 형태나 직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이야기 자체가 좋은 영향력을 끼칠 거라 생각했는데, 박탈감이 들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고 예상 밖의 반응을 언급하기도 했다. 

 

관찰 예능 특성상 제작진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예고 없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혼산’거치 카메라를 비롯한 소수의 카메라로 촬영된다. 제작진은 방에 숨어있는 등 출연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 한다. 허 PD는 “시청자분들이 가장 예민하게 느끼더라. 8년 동안 지키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무리한 연출 (하지 않기)’다. 편집으로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내는 걸 철저하게 지양한다. 있는 그대로 담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솔직한 일상이 출연자 이미지에 안 좋을 수도, 사회적으로 예민한 부분일 수도 있다”며 “최대한 오해가 없이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방송이기 때문에 찍고 나서도 편집 과정이 다른 방송에 비해 촘촘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이 예민하게 바라보는 게 맞다. 주의하며 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시청자가 출연자들을 친숙하게 느끼시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의 일상을 공개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것 같다. 연예인이라기보단 가까이 있는 사람처럼 느끼고 감정이 더 크게 다가가는 것 같다. 그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논란은) ‘나혼산’ 제작진이 가진 숙명이다. 더 조심하고 더 지혜롭게 대처하는 제작진이 되도록 하겠다.”

 

허항 PD는 ‘나혼산’을 맡으며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후 가장 인상적인 출연자는 배우 김경남과 남윤수다. 예능 초보 두 사람은 일상을 공개하기에 앞서 ‘별로 하는 게 없는데 방송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그들의 ‘별것 없는 일상’은 오히려 더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홀로 집에 있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은 김경남의 모습은 ‘나혼산’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허 PD는 “연출자로서 신선한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다양한 섭외를 통해 제작진이 공감대를 추구하고 있다는 그는 “내년 ‘나혼산’은 혼자 사는 분들에게 더 많은 팁을 드리고 공감도 많이 드릴 수 있길 바란다. 그러려면 출연자의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비단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나혼산’만의 싱글라이프를 보여줄 수 있는 출연자를 찾고 있다. ‘볼수록 신선한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는 허 PD는 “‘나혼산’이 금요일 밤 상징적인 프로그램이 됐다. 빵 터지는 큰 웃음보단 ‘나혼산’만이 줄 수 있는 공감대의 재미가 있다. 금요일 밤에 어울리는 편안한 프로그램으로 다가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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