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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백종원 ‘솔루션’에 골목상권 살아났을까…청파동 골목 가보니

입력 : 2019-01-15 13:00:00 수정 : 2019-01-15 13: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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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 하숙골목 냉면집 부근 풍경   

[스포츠월드=전경우 기자]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과거의 음식 예능 프로그램보다 강력한 집객력을 보여준다. 단일 매장이 여러 회차에 걸쳐 소개되는 방송은 이전에 없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청파동 하숙골목을 지난 10일 방문했다. 방송에 나온 수제버거집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고, 냉면집은 저녁장사 이전에 하루 치 재료가 소진돼 셔터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피자집은 비교적 한산했다. 칠리덮밥 단일 메뉴를 팔고 있었고 기자 포함 4테이블의 손님이 있었다. 피자집과 같은 건물인 수제버거집은 이른 저녁 시간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았다. 냉면집과 버거집의 길게 늘어선 줄은 분명 방송의 효과다. 14일 저녁 무렵 청파동에 다시 방문했다. 역시 일찌감치 인적이 끊어졌다. 큰길의 식당들은 저녁 손님들이 몰려들 시간이었다. 냉면집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수제버거 집은 사전 예약 시스템으로 변경, 긴 줄이 사라졌다. 피자집은 월요일이 정기 휴일이다. 제작진이 의도한 골목 상권 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전지전능해 보이는 백종원표 ‘솔루션(장사 필살기와 궁극의 레시피)’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방송 제작과 실제 방송이 나간 이후 시점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가 가장 크다. 죽은 상권에 있는 식당은 최소한의 인원이 투입되는 것이 상식이며, 운영상 여러 부분 대로변 식당들과 차이가 있다. 백종원의 ‘솔루션’은 딱 이 상태에서 진단을 내리는데, 방송이 나가면 손님은 쓰나미처럼 쏟아져 들어와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업주와 기존 종업원의 물리적인 역량에는 한계가 있어 피로는 누적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직원을 더 쓰거나 업장 규모를 키우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시청자의 관심이 또 다른 식당으로 옮겨가면 늘어선 줄은 이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 산재하던 ‘1박 2일 방송된 식당’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살펴보면 쉽다. 방송을 보고 줄을선 손님들은 대개 먼 곳에서 찾아온다. 재방문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다음 방송에 나온 또 다른 식당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솔루션’이 장사꾼의 근성과 마인드에 대한 부분을 건드린다면, 악플에 시달리는 업주의 멘탈을 고려한 솔루션도 함께 줘야 한다. 이전의 홍탁집 아들부터 시작된 ‘악플 폭탄’은 최근 피자집 주인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음식 맛에 대한 평가와 서비스에 대한 지적은 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은 손님의 고유 권한이지 시청자의 몫이 아니다. 특히, ‘페라리를 몰고 다니는 건물주’와 음식을 제대로 내놓는 것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당연히 제작진의 뜻은 아니었겠지만 결국 방송 내용이 ‘증오’를 불러왔다. 이런 종류의 어려움은 백종원 본인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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