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렉서스가 주력 세단 ES의 전기차 모델을 하이브리드보다 낮은 가격에 내놨다. 하이브리드로 확보한 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 전기차 구매 문턱을 낮추는 전략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지역별로 엇갈리는 가운데 한 차종에서 두 가지 동력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요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앞서 1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빛의 시어터에서 열린 ‘올 뉴 ES’ 출시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가격이었다. 순수전기차 ES 350e와 하이브리드 ES 350h는 모두 7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기본형인 프리미엄 등급끼리 비교하면 전기차 가격이 하이브리드보다 낮다. 부가가치세 포함, 개별소비세 5% 기준 출시 가격이다.
가격 차이만큼 중요한 것은 비교 대상이다. 렉서스는 전기차 ES를 같은 브랜드의 하이브리드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가격대에 배치했다. ES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고 충전 환경과 주행 방식에 따라 동력원을 고르도록 한 셈이다. 전기차 전환을 고민하는 기존 고객을 브랜드 안에 붙잡아두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신형 ES는 전기차 ES 350e·ES 500e와 하이브리드 ES 350h로 구성된다. 국내 판매 등급은 전기차 5개, 하이브리드 4개 등 총 9개다. 전기차를 추가하면서 하이브리드 선택지도 유지했다.
이 같은 병행 전략의 배경에는 전동화 시장의 불균일한 성장 속도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9월 세계 전기차 판매는 215만대로 전년 동월보다 2% 감소했다. 다만 1∼9월 누적 판매는 1550만대로 3% 증가했다. 해당 통계는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합산한 것으로, ES 350h 같은 일반 하이브리드는 포함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보면 흐름은 더 크게 갈렸다. 유럽의 9월 판매는 약 60만대로 전년 동월보다 39% 늘며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북미는 44%, 중국은 18% 감소했다. 북미 감소에는 지난해 9월 미국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구매가 몰렸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판매 감소율만으로 현재 수요의 악화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수치는 전기차 전환이 모든 시장에서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렉서스의 ES 전략도 이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충전 여건을 갖춘 고객에게는 전기차를, 충전 시간을 줄이거나 장거리 이동 편의를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하이브리드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하면서 전환을 유보하는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은 두 동력원을 함께 수용하도록 개발한 GA-K 플랫폼이다. 렉서스는 신형 ES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병행하고 정숙성·승차감·실내 공간을 공통의 상품 가치로 내세웠다. 플랫폼과 차종을 공유하는 구조는 동력원별 수요 변화에 대응할 여지를 제공한다. 다만 실제 생산 효율과 수익성은 판매 구성과 생산 운영에 따라 달라진다.
전기차의 실용성도 주요 설득 요소다. ES 350e는 74.69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 478㎞를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ES 350h의 복합연비는 전륜구동 기준 ℓ당 19.4㎞다. 두 모델은 같은 ES 안에서도 충전 접근성과 이동 패턴에 따라 구매 이유가 달라진다.
가격 인하만으로 전기차 구매 불안을 모두 해소하기는 어렵다. 충전 편의뿐 아니라 중고차 가격과 배터리 내구성도 구매 판단에 영향을 준다. 렉서스가 전기차에 잔존가치 보장형 금융 프로그램을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ES 350e 프리미엄에는 약정 조건에 따라 3년 뒤 기본 잔존가치 50%를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고전압 배터리 보증은 10년 또는 20만㎞다.
잔존가치 보장은 초기 판매 가격과 함께 봐야 한다. 차량을 구입할 때 지출하는 금액뿐 아니라 일정 기간 뒤 회수할 수 있는 금액까지 제시해 감가상각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상품의 보장 금액은 계약 조건에 따른 것으로 실제 중고차 시장 가격과 구분해야 한다.
과제도 있다. 하이브리드 ES에 대한 신뢰가 전기차 ES의 구매로 이어질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전기차 고객은 승차감과 정숙성에 더해 충전 성능, 소프트웨어 편의성, 장거리 운행 경험까지 함께 평가한다. 기존 고객이 동력원만 바꿔 재구매하는 수요를 넘어 새로운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병행은 수요 변동에 대응할 선택지를 넓혀준다. 동시에 두 동력원의 경쟁력을 각각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렉서스가 ES에 던진 승부수는 하이브리드로 쌓은 신뢰와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결합하는 것이다. 구매 문턱을 낮춘 가격 정책이 실제 판매와 장기 보유 만족도로 이어질 때 병행 전략의 성과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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