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통증과 싸워야 했고, 총과 씨름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가슴을 억눌렀던 것은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와 당연한 금메달 획득이라는 기대감이었다. 19살의 나이에 감당할 수 없었던 부담감. 하지만 한 발 한 발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겼고, 자신의 19번째 생일에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값진 메달이었다. ‘올림픽 챔피언’ 반효진(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의 스토리다.
반효진은 20일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G 여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 결선에서 230.4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전까지 성과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반효진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선수권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AG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한국 여자 사격 최초의 개인전 그랜드슬램 달성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반효진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허리, 골반 통증과 싸웠다. 움직임을 최소화한 채 서서 총을 쏘는 공기소총 특성상 하체에 큰 부담이 갔다. 사격 자세를 취할 때 왼발에 쥐가 나는 증상도 겪었다. 결국 선수촌을 떠나 병원에서 치료에 전념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예선부터 결선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한국사격연맹관계자는 “반효진은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침착하고 잔실수가 없다”며 “엄청난 부담속에 대회에 출전했을 텐데 잘 이겨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효진은 이날 오전에 열린 예선서 634.9점을 기록하며 전체 2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가장 끝 사로에서 결선 사격을 시작한 반효진은 첫 스테이지에 52.2점을 쏘며 5위로 시작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사격을 이어갔다. 10발을 마쳤을 때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예선 1위이자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왕즈페이가 결선 5위로 탈락하는 이변이 나왔지만,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엘라베닐 발라리반(인도), 타이치 히나타(일본)와 경쟁이 붙었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끝까지 추격했지만, 마지막 발이 9.6점을 가리키며 최종 3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반효진과 함께 결선에 오른 권유나(우리은행)는 12발 합계 124.0점으로 한자위(중국)와 동점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밀려 8위로 결선을 마쳤다.
한편 반효진은 권유나, 조은별(한체대)과 함께 출전한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 총점 1895.8점으로 4위에 그쳤다. 3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렸으나 아쉽게 메달 획득이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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