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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 몰린 ‘국중박 분장놀이’…대상은 ‘백자 잉어모양 연적’

입력 : 2026-09-20 11:04:01 수정 : 2026-09-20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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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새부터 반가사유상, 간돌검, 백자 잉어모양 연적까지 우리 문화유산이 개성 넘치는 의상과 퍼포먼스를 통해 색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는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결선’이 열렸다. 국중박 분장놀이는 참가자가 직접 유물로 분장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화유산을 표현하는 참여형 코스프레 행사다. 2024년 국중박이 살아있다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올해 처음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박물관이 함께하는 전국 단위 행사로 몸집을 키웠다. 올해는 총 275팀 643명이 참가해 지난해보다 한층 뜨거워진 관심을 입증했다. 

 

본선에 진출한 50팀 가운데 현장 심사를 거쳐 최종 결선에 오른 25팀은 이날 국새 제고지보, 단원 풍속도첩 서당,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기마 인물형 토기 등 22개 유물을 의상과 퍼포먼스로 재해석했다.

 

‘국새에 발이 달렸나’ 팀은 “국새의 여정과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며 일제강점기 약탈됐다 돌아온 대한제국 국새 제고지보를 표현했고, 웹툰 작가 닥터베르로 활동하는 이대양과 코스프레 전문가 캡스파&톱 팀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국보 반가사유상을 구현했다. 

 

지난 1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숨 고르는 거북이’, ‘엉금엉금’ 두 팀은 조선 단종과 정순왕후가 복위될 때 시호를 새긴 어보로 각각 분장해 역사적 의미를 무대에 녹였다. 경기 광주시 장애인거주시설 동산원은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 화첩 속 서당을 무대 위에 펼쳐내 큰 박수를 받았다.

 

농구선수 출신 패션모델 이혜정은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석기인 간돌검으로 변신했다. 길고 날렵한 유물의 형태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팔을 머리 위로 뻗은 채 옆으로 걷는 독특한 워킹을 선보였다.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사전 관람 신청을 받은 2000석은 일찌감치 마감됐고, 별도 신청 없이 현장을 찾은 관람객까지 더해 약 3000명이 행사를 지켜봤다. 열린마당 계단은 일찌감치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참가자들의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심사위원 5명이 무대 표현, 창의성 등을 평가해 선정한 대상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나라에 기증한 백자 청화 연적을 표현한 전은슬 씨에게 돌아갔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벼루에 물을 따를 때 사용했던 연적 가운데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를 형상화한 유물을 선택한 그는 무대 바닥에 누워 잉어가 펄떡이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지난 1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에서 '백자 인어모양 연적'을 표현한 참가자가 장기를 뽐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에서 '백자 인어모양 연적'을 표현한 참가자가 장기를 뽐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대상과 상금 300만원을 받은 전씨는 대학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도전했다며 “제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는 취업준비생인데 이번 수상으로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최우수상에는 반가사유상을 표현한 이대양을 비롯해 국보급사자들(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무연모(청동 방울), 국새에 발이 달렸나(국새 제고지보), 엉금엉금(단종·정순왕후 복위 시호 금보)이 이름을 올렸다. 우수상은 김태완(천흥사 글자가 있는 종), 백제 야호(왕흥사터 사리구), 웅진지키빅(진묘수), 학교종이 에밀레(성덕대왕신종), 방탑고려단(청동 공양탑)이 받았다.

 

짙은 청색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현장을 찾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시장 안에 갇힌 유물이 현재에 살아나온 것”며 “박물관이 오래된 유물을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분장놀이를 통해 전시장에 갇힌 유물은 되살아나고, 참가자들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페스티벌로 정착했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성대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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