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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광장] “암표, 더 이상 통하지 않아”… 말뿐인 선언이 되지 않으려면

입력 : 2026-09-08 07:05:36 수정 : 2026-09-08 07: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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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분명 ‘전석 매진’인데 관중석 곳곳에는 빈자리가 보인다. 웃돈을 노린 암표상이 표를 선점한 뒤 끝내 되팔지 못하면, 예매상으로는 ‘판매된 좌석’이지만 실제 관중은 들어오지 못한다. 매진과 실제 관중석 풍경이 어긋나는 이유다. 정작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구단이 SNS에 매진 소식을 알릴 때마다 “암표 좀 잡아달라”는 아쉬움 섞인 댓글이 따라붙는다.

 

최근까지도 프로야구서 포착된 이 풍경, 문제는 암표가 사라지기는커녕 모습까지 바꿔가며 살아남고 있다는 점이다. “선수 사진을 12만원에 팔아요.” 법 시행 직후 첫 주말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A4 용지에 어설프게 인쇄된 선수 사진 한 장. 12만원짜리 고가 상품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비싼 가격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프로야구 입장권이었다. 티켓은 ‘사은품’으로 둔갑해 함께 팔리고 있었다.

 

정부는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지난달 28일부터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을 시행했다.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상습 또는 영업적으로 웃돈을 붙여 입장권을 판매·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판매금액의 최대 50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과 부당이익 몰수·추징도 가능하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자신감도 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법 시행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8월 28일부터, 암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프로야구 입장권을 대량 구매한 매크로 개발자와 이를 정기 구독한 암표상들까지 경찰에 줄줄이 붙잡힌 사례를 소개하며 관계 당국의 대응도 한층 촘촘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광주경찰은 암표 판매자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프로그램을 추적해 개발자와 이용자들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그러나 법 시행 열흘을 넘긴 현장에선 벌써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4700원짜리 커피 쿠폰을 70만원에 판다는 글이 게시됐다. 치킨 한 마리 기프티콘도 10만원에 나왔다. 두 상품 모두 야구표를 함께 넘긴다는 조건이 붙었다.

 

웃돈 거래 역시 여전하다. 한 외국인 관중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시구를 한다고 해서 16만원에 티켓을 구했다”고 전했다. 이 입장권의 정가는 3만원이다. 당시 재판매 사이트에는 정가의 10배가 훨씬 넘는 50만원짜리 매물까지 나왔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정가 3만원짜리 표를 50만원에 팔면 곧바로 처벌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한 장을 한 차례 비싸게 되판 것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부정판매로 보기 어렵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다만 웃돈의 크기와 추가 판매 가능성 등을 따져 예외적으로 영업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결국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웃돈 거래를 곧바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빈틈이 생긴다. 한 사람이 티켓 여러 장을 갖고 있더라도 한꺼번에 내놓지 않고 한 장씩 팔 수 있다. 계정을 바꿔가며 판매글을 올리고 거래가 끝날 때마다 흔적을 지우면 흩어진 거래가 같은 사람의 반복 판매인지 가려내는 과정도 필요해진다.

 

사진과 쿠폰을 앞세운 판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야구표를 넘기며 웃돈을 받으면서 판매글에는 사진이나 쿠폰값이라고 적는다. 티켓은 그저 ‘덤’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겉으로 적힌 상품만 봐서는 실제 거래가 무엇이었는지 가려내기 어렵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국내 단속을 피해 거래 무대가 해외로 옮겨갈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현행법에도 국경은 또 다른 숙제다. 문체부의 암표방지법 Q&A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에서 부정거래를 한 국내 거주 외국인은 법 적용을 받는다. 반면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가 해외에서 부정구매·부정판매를 하면 속지주의에 따라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을 적용할 수 없다. 해외에서 이뤄지는 거래까지 국내법만으로 틀어막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단순 ‘암표 방지법’을 만드는 것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법 시행 당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사진이나 쿠폰에 티켓을 끼워 파는 거래를 어떻게 판단할지, 계정을 바꿔가며 쪼개 파는 반복 거래를 어떻게 찾아낼지 기준을 촘촘히 다듬어야 한다. 국내 단속망을 피해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거래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법 시행 열흘 남짓, 판매자들은 새 규제를 비웃듯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다.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눈 가리고 아웅식 우회 판매가 통하지 않도록 허점을 메우고 실제 처벌까지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암표와의 전쟁’이라는 대대적인 선언에도 힘이 실린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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