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대신 TV 중계방송을 보고 있어야 했던 시간이 가장 괴로웠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4강 3차전, LG 가드 양준석(24)은 발등 피로골절로 동료와 함께 하지 못했다. 부담감을 나누지 못한 미안함은 오래도록 남았다. 진한 아쉬움은 곧 자극제가 됐다. 비시즌 동안 누구보다 치열하게 몸을 만들며 복귀를 준비했다. 휴가조차 허투로 보내지 않았다. 양준석은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올 시즌에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세대 3학년 시절 양준석은 전방십자인대 부상에도 불구하고 202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LG에 지명됐다.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였다. 데뷔 시즌 18경기 평균 9분 출전에 그쳤지만 조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년 차 시즌 주전 가드로 성장했고, 지난 시즌엔 평균 9.7점 6.5어시스트(29분5초)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다만 부상 탓에 PO 4강 3차전은 뛰지 못했고, LG는 시리즈서 0-3으로 패하며 시즌을 마쳤다.
양준석은 “마지막 경기를 TV로 봤는데 마음이 엄청 좋지 못했다. 내가 항상 주축으로 뛰다가 빠져 중요한 경기에서 가드 형들이 압박을 많이 느끼게 됐다. 스윕으로 지더라도 내가 감수했어야 할 몫인데, 형들이 대신 받은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며 “팀은 물론 팬들과도 코트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회상했다.
아쉬움은 재활에 매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양준석은 “이제 연습경기 시작하면서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통증은 사라졌지만 농구 감각이나 경기력은 아직 50~60%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2~3년 전에 워낙 큰 재활을 해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트레이너, 양홍석, 박정현 형들이 같이 있어서 재활 시간도 잘 보냈다”고 설명했다.
양준석을 수식하는 표현 중 하나는 ‘LG의 현재이자 미래’다. 새 시즌을 앞두고 조상현 LG 감독이 주장 후보로 고민했을 정도다. 최종적으로 정인덕이 맡았으나, 팀 내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 감독은 “(양)준석이는 어리지만 은근히 쓴소리를 잘하고 감독에게도 노련하게 말을 잘한다”고 칭찬했다.
양준석은 “사실 나이도 어린 편이고 엄청 적극적으로 말은 못한다. 다만 팀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그림으로 가기 위해 가끔씩 필요한 말을 한다”며 “고민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나는 팀 가드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새 시즌 남자프로농구(KBL)은 큰 변화를 마주한다. 2, 3쿼터 외국인 동시 출전이 가능해진다. 이에 LG는 1옵션 마레이 체제서 가드 아치 굿윈을 새로 영입했다. 양준석은 효과적인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 그는 “아직은 예상이 잘 되지 않는다. 우리는 가드 선수가 왔다. 굿윈이 좋은 선수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중요한 건 경기서 소통하는 부분이다. 좋아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장점을 맞춰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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