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대한 출품 전면 거부를 선언하자, 주최 측인 레코딩 아카데미(Recording Academy)가 결국 한발 물러섰다. 신설을 추진했던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둘러싸고 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카테고리 전면 개편 및 규정 재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15일 빌보드,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지난 2주간 아티스트 및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한 결과, 해당 카테고리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올바르게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카테고리 운용 방식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6월 아시아 음악의 성장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했다. 그러나 해당 부문에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 사용’이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유색인종 아티스트를 본상(General Field) 진입에서 격리하려는 ‘인위적 장벽’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9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그 자체로 평가받기를 바란다”며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포함한 신곡의 그래미 출품을 전면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팝 시장의 핵심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의 보이콧 선언 이후 현지 학계와 평단의 비판도 잇따랐다. 댄 차나스 뉴욕대(NYU)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그래미의 카테고리 세분화는 음악 산업의 역사적 인종격리가 남긴 구조적 문제”라며 방탄소년단의 결정을 지지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하이브(HYBE)를 비롯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 기획사 관계자들과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데미 측은 이사회 및 후보선정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해당 부문의 존폐 여부와 함께 시상식 부문 신설 프로세스 전반을 투명하게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보수적인 틀을 고수해 온 그래미가 아시아 아티스트들의 집단 반발에 실질적인 구조 개편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의 출품 마감은 오는 2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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