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스페셜리스트 이정훈(KT)이 딱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타로 나서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팽팽하고, 치열했던 승부에 직접 마침표를 찍었다. 이정훈은 17일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7-7로 맞선 9회 말 대타로 타석에 섰다. 상황은 1사 1, 3루, 선두타자 장성우의 볼넷과 김상수의 희생번트, 오윤석의 안타로 만들어진 끝내기 기회였다.
배정대 타석에서 대타로 호출을 받은 이정훈은 상대 우완 사이드암 강재민과 승부를 이어갔다. 초구 파울이 나왔고, 2구 볼을 지켜본 뒤 스트라이크존 안쪽에 몰린 3구째 슬라이더를 때렸다. 이 타구는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가 됐다. 3루 주자 장성우가 홈을 밟았고, 1점 차 혈투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다.
이정훈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그는 경기 후 “데뷔 첫 끝내기더라. 대타로 나간다고 했을 때 ‘한 번 끝내기 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팀 분위기 전환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KT는 이날 전까지 3연패 중이었다. 이정훈은 “어제 3연패 후 주장인 (장)성우 형이 선수단 미팅을 했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너무 연연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다시 마음가짐을 잡았다”고 돌아봤다.
선발보다 대타로 더 자주 이름이 불려왔다. 포수로 프로에 입단해 KIA와 롯데를 거쳐 지난해 트레이드로 KT에 합류했다. 1루수와 외야수까지 경험했지만, KT에서는 주로 장점인 방망이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루수 2경기, 좌익수 24경기 출전에 그쳤고, 올 시즌 수비 이닝은 좌익수 3경기 5이닝뿐이다. 대신 ‘외줄타기’다. 제한된 타석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중압감에 눌리지 않는다. 실제로 KT 벤치가 가장 믿을 만한 카드 중 하나일 터. 성적이 말해준다. 이정훈은 이날 포함 올 시즌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9(29타수 11안타)를 기록 중이다.
심지어 전체 35타석 중 24타석을 대타로 나섰고, 대타 타율은 0.350에 달한다. 득점권 타율도 표본은 적지만 0.417로 높다. 지난해 KT 합류 첫해에도 대타 24타석에서 타율 0.286을 남겼다.
물론 대타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불과 한 타석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고,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부담감에 짓눌리기 쉽다. 그렇기에 마인드 컨트롤은 필수다.
이정훈은 “한 번 나가서 치는 게 어렵긴 하다. 못 치면 나 때문에 지는 것 같은 부담감도 있다”고 운을 뗀 뒤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 들어갔을 때만큼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된 자가 주어진 기회에 응답하기 마련이다. 이정훈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실내에서 배팅을 하고, 장비를 찬 채 투수 타이밍을 맞추며 언제든 호출에 응할 태세를 갖춘다. 이날 한화전 역시 그랬다. 그는 “찬스가 오기 전부터 뒤에서 계속 준비하고 있다.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알아서 준비한다”며 “코치님이 나를 찾게 될 때면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 방망이를 잡고 잠시 마음을 모으는 것도 그만의 방식이다. “기도보단 기를 모으는 단계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정훈은 “롯데에 있을 때도 대타로 많이 나갔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계속 하다 보니 준비 과정과 루틴이 생겼고 매일 지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KT는 앞서 스토브리그를 통해 외야수 김현수, 최원준, 샘 힐리어드, 내야수 안인산 등을 보강했다.
이에 지명타자부터 1루와 외야 자원이 한층 두꺼워졌다. 당연히 백업 역할을 맡고 있던 이정훈에게도 적잖은 영향이 찾아왔다. 예년보다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된 상황이 아니다. 이를 악물고 더 간절하게 임하는 배경이다.
그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와서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방망이를 믿었다. 잘 치면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비 연습도 많이 하고 있지만 더 집중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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