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표 봄 농구 막차의 종착역은 우승이었다.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PO)를 시작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집어삼키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시즌 내내 삐걱댔던 ‘슈퍼팀’은 가장 중요한 순간 톱니바퀴를 맞췄다.
KCC는 13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5차전에서 소노를 76-68(25-12 17-11 14-18 20-27)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4승1패. 창단 7번째 별을 달며 현대모비스와 챔프전 최다 우승 타이를 이뤘다.
정규리그 6위 팀의 챔프전 우승은 KBL 사상 처음이다. 2년 전 5위로 왕좌에 올랐던 KCC는 이번엔 6위에서 출발해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안방서 쏘지 못한 축포는 적진에서 터졌다. KCC는 1~3차전을 내리 잡고도 지난 10일 부산 4차전서 80-81로 졌다. 백투백 피로도에 소노의 반격까지 겹치며 홈 우승 기회를 놓친 것. 흔들리지 않았다. 이상민 KCC 감독부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들도 점프볼 휘슬과 함께 응답했다. 이 중심엔 허훈이 있었다. 15점 6리바운드를 써낸 가운데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동료들이 빛날 길을 열었다. 허웅(17점), 최준용(15점), 송교창, 숀 롱(이상 14점)의 활약에도 그의 손끝이 닿아 있었다.
수비서도 번뜩였다. 특히 3쿼터 중반엔 슛을 시도하려는 이정현과 최승욱을 연달아 끝까지 따라붙으며 집요한 압박을 보여줬다. 허훈의 ‘궂은일’ 면모가 번뜩인 장면이었다.
챔프전 평균 9.8어시스트를 작성한 그는 개인 첫 PO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총 98표 중 79표를 얻었다.
‘삼부자’ 챔프전 우승 경력은 물론 아버지 허재(1997∼1998), 형 허웅(2023∼2024)에 이은 PO MVP 트로피다. 허훈은 과거 2019-2020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바 있다.
사실 정규리그만 놓고 보면 KCC엔 흔들림이 적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허웅-허훈 형제와 최준용, 송교창, 롱으로 이어지는 초호화 라인업을 완성하며 우승 후보로 꼽혔다. 다만 잇따른 부상 이탈과 엇박자 속에 좀처럼 완전체를 이루지 못했다.
어렵게 6위로 PO에 오른 뒤엔 약점까지 넘어섰다.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83.1점으로 최고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84.3실점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내준 팀이기도 했다. 역대 최다 실점 팀의 챔프전 우승 사례는 없었다. KCC는 이 고질병마저 봄 무대서 지워내며 미소 지었다.
구단에도 특별한 우승으로 기억될 듯하다. 챔프전을 앞두고 정몽열 KCC건설 회장이 새 구단주로 취임했다. 농구는 KCC에 있어 스포츠 그 이상의 존재다. 정주영, 정상영으로 이어진 현대가의 농구 사랑은 정몽진 KCC그룹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을 거쳐 새롭게 이어지고 있다. 새 구단주 체제에서 맞은 첫 봄, 선수단은 우승 트로피를 되찾으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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