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부산에 모인 명의] “딱딱한 치료보다 공감”… 마음건강 주치의가 말하는 정신과 진료의 변화

입력 : 2026-03-25 09:00:00 수정 : 2026-03-25 01:54:4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우울감이나 불안, 불면 증상이 이어져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요즘에는 치료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 약물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처방받은 뒤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한 번 시작하면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부작용이 크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로 진료 자체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공감하는 과정 속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김성은 부산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딱딱한 의사보다 따뜻한 마음건강 주치의가 되고 싶다”며 “이야기 나눌 곳이 필요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실 안에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성은 과장은 기분장애와 불안장애, 불면증, 조현병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진료하며 ‘최소 약물 원칙’을 기반으로 한 맞춤 치료를 강조하는 전문의다. 영국 UCL 출신으로 의학박사를 취득했으며, 환태평양정신의학회 젊은 연구자상 수상과 SCI급 논문 발표 등 학술 성과를 쌓아왔다. 영어 진료가 가능해 지역 내 외국인 환자들도 김 원장의 진료실을 찾고 있다.

 

김성은 과장의 도움말로 정신질환 치료의 최근 흐름에 대해 알아봤다.

-정신질환 치료에서 약물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진료 현장에서도 약물에 대한 부담이나 거부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특히 장기간 복용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나 ‘의존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약물 치료는 증상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다.

 

환자의 증상과 강도, 지속 기간, 일상 기능 수준, 기존 치료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약물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 균형이 중요하다.”

 

-‘최소 약물 원칙’은 어떤 개념인가.

 

“약물을 단순히 줄이자는 게 아니다. 이는 환자에게 꼭 필요한 범위 안에서 최적의 효과를 내도록 사용하는 것이다. 과도한 처방을 피하고, 환자의 회복 속도와 상태 변화에 맞춰 용량과 종류를 조정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초기 평가 단계에서 증상의 원인과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관건이다. 이후에도 정기적인 경과 관찰을 통해 치료 방향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결국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회복을 돕는 게 핵심이다.”

 

-주로 어떤 질환을 진료하나.

 

“우울증과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를 비롯해 불안장애, 불면증, 조현병, 인지장애 등을 폭넓게 진료한다. 이들 질환은 단순히 증상만 보고 치료하기보다는 환자의 생활 패턴, 수면 상태, 스트레스 환경, 가족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진단이라도 환자마다 증상의 양상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

 

“요즘에는 치료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기분장애 등을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가볍게넘기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예를 들어 많은 분들이 ‘이 정도로 병원을 가도 될까’ 하는 고민을 오래 한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는 조기에 개입할수록 회복 속도와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일상에서 불편함이나 변화가 느껴질 때 상담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개입하면 치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진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환자와 가족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정신건강 치료는 단순히 처방을 내리는 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함께 해결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진료실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쌓이면서 치료에 대한 신뢰도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부산은 외국인 거주자도 많다. 외국인 환자도 많이 찾고 있는지.

 

“부산은 대도시이자 항만 도시라는 특성상 국내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외국인 비중이 적지 않다. 다만 외국인 환자의 경우 언어 장벽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를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 진료는 증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감정과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환경이 필요하다. 영어 진료가 가능하면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고, 치료 과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타지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사회적 지지 체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감을 더 크게 느끼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편안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음이 힘들 때, 어떤 병원을 찾아야 하나.

 

“과거에는 전문적인 정신건강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료 기법과 장비, 전문 인력이 지역 의료기관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에서도 충분히 체계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정신건강 치료는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큼, 생활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와 관계 형성이 중요한 만큼, 환자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주치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활권 내에서 편안하게 내원하고 지속적으로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