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자로 나선 MBC 드라마 ‘판사 이한영’은 4.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5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경쟁작이던 ‘모범택시3’의 종영 이후 시청자를 자연스럽게 흡수한 덕이다. 작품에서나마 정의를 찾고 싶은 시청자의 소구 포인트를 제대로 자극했다. 작품의 성공으로 로맨스, 코미디, 액션, 심리스릴러 등 올 한 해 선보일 다양한 신작들도 추진력을 얻었다.
지난 14일 종영한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은 거대 로펌의 노예로 살다가 10년 전으로 회귀한 적폐 판사 이한영(지성)이 새로운 선택으로 거악을 응징하는 정의 구현 회귀물이다.
지난해 MBC 드라마는 시청률 고전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고 시청률이 8.3%(언더커버 하이스쿨)로 한 해 동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재진 PD의 어깨가 더 무거웠다.
취재진과 만난 이 PD는 “올바른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만든 작품을 인정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지난해 MBC가 너무 힘들었으니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목표 시청률을 이뤘다. 흐뭇하게 받아들이며 시청할 수 있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타이틀롤을 맡은 지성 캐스팅을 위해 미국 뉴욕까지 날아갔다. 3박 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직접 만나 작품에 관한 긴 대화를 주고받으며 탄탄한 기획 과정을 거쳤다. 회귀물에 대한 견해부터 인물의 외적인 설정까지 세세하게 짚어나갔다.
드라마의 흥행에 원작 웹툰 조회 수도 크게 뛰었다. 방송사에 따르면 7회 기준 웹툰 조회 수가 기존의 147배를 넘어섰다. 제작진이 집중한 건 시청자의 이해도였다. 그림체만으로 인물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웹툰처럼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극 중 인물이 현실의 누군가를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이 PD는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정의나 올바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시기였고, 마음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극 중에서) 이뤄지는 걸 좋아해 주신 것 같다”면서도 “원작이 만들어진 게 10년 전이니 과한 해석은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PD는 “경쾌한 느낌의 판타지 히어로물을 만들고 싶었다. 첫 주에는 최대한 시청자를 긁어야겠다는 생각해 오디오에도 불편한 소리를 넣었고,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며 경쾌하게 풀어냈다”며 “변화를 줄 때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줬다. 캐릭터 플레이와 관계성에서 보는 맛이 더해져 감정 이입하며 봐주신 것 같다”고 인기의 이유를 추측했다.
법관을 다루지만 법정물보다는 판타지에 중점을 두고 제작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회귀 인물의 직업이 판사라고 한뼘 벗어나 생각했다. 이 PD는 “힘든 시기일수록 영웅을 생각한다. 악인이 처단당하는 통쾌함이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했고, 판타지 히어로물에 방향성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대본리딩부터 지성의 연기는 놀라웠다. 무거운 분위기의 1화부터 확신이 생겼고, 현장에선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회귀의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 시청자의 뒤통수를 쳐보자’고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이 PD는 “배우가 연기로 이 모든 걸 보여 주는구나 싶었다. 칼 맞고 쓰러지는 장면에서도 ‘명불허전이다’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강신진 역 박희순의 역할도 켰다. 원작에서는 단면적인 악당으로 표현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악인으로서의 매력을 뽑아내고자 했다. ‘멋있는 중년 배우’로 대표되는 박희순을 캐스팅한 것도 그 이유였다. 이 PD는 “어떻게 하면 강신진이 멋있을까 생각했다. 원작보다 서사를 만들어서 단순한 악인이 아닌 신념을 지닌 악인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최고 시청률 13.6%(13회)를 기록하며 MBC 드라마의 부활을 알렸다. 무려 1년 8개월 만에 달성한 두 자릿수 시청률이다. 시즌2를 향한 시청자의 바람은 이 PD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관련해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하면서도 “작가님이 시즌제를 희망하셨다. 회사도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가능성을 열었다.
끝으로 치솟는 제작비로 인해 녹록지 않은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힘든 시기에 작품을 해서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다”고 말한 이 PD는 “방송국엔 드라마가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산업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면서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다만 당장의 돈을 넘어 K-컬쳐의 일부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산업이 굴러갈 수 있도록 고민하며 드라마가 돈을 벌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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