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아프리카 말라위 같이 갈래요?”라는 농담 한마디에 바로 “오케이(OK)”를 외쳤다. 꼬박 하루가 걸리는 험난한 일정에도 망설임은 없었다. 축구 불모지 말라위의 선수들을 위해 축구 여정에 나선 프로축구 K리그1 FC안양 한가람의 스토리가 울림을 주고 있다.
유튜버 이동훈(창박골) 씨는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의 치주물루 섬을 여행하다 치주물루 유나이티드라는 축구단을 만났다. 참가비 40만원이 없어 3부 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구단주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화제를 모았고, 각종 기업이 팀에 후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동훈 씨의 고향인 경기도 안양시를 연고로 하는 FC안양도 힘을 보탰다. FC안양 선수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10월 이 씨가 “나중에라도 현역 선수나 은퇴한 선수분을 모시고 가서 선수들에게 배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가람은 “오. 나 말라위 안 가봤는데 재밌겠다”고 답했다. 이 씨는 “같이 갈래요?”라고 물었고, 한가람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라위 여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달 15일 이 씨와 한가람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말라위로 떠났다. 한가람을 본 치주물루 선수단은 환호했다. 그들에게 한가람은 슈퍼스타였다. 그는 “굉장히 반겨줬다. 애들이 흥도 많다. 사진 찍는 것도 굉장히 좋아했는데, 농담으로 2만 장 정도는 찍은 것 같다”며 “덕분에 어깨가 많이 올라갔다”고 웃었다.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이틀뿐이었으나, 한가람이었기에 더 알찼다. 한가람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K리그1 무대까지 밟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학창시절 독일로 넘어가 운동과 학업을 병행했고, 생계를 위해 유소년 코치로도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B 라이선스(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한가람은 치주물루 선수들에게 코칭을 하면서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힘썼다. 그는 “시범을 보이니 선수들이 잘 이해하더라”며 “잘 진행되자 다음 훈련을 넘어가는 잠시에도 선수들은 신나서 춤을 췄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훈련법을 코칭스태프에게 직접 전달하는 게 더 효과적일 거라 생각했다. 그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깜깜한 밤 10시에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미팅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쉬는 시간엔 선수들이 몰렸다. 영어를 못하는 동료를 위해 통역사를 자처한 선수도 여럿이다. 다들 자신의 포지션을 말하며 어떤 훈련을 해야 좋을지, 자신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등 질문을 쏟아냈다. 한가람도 이에 열변을 토하며 답했다는 후문이다.
한가람에게도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는 “흙바닥, 돌바닥에서 다이빙하고, 아무렇지 않게 툭 털고 일어나 다시 뛴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나’하고 돌아보게 됐다”며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는 모습, 더 배우고 싶다는 열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그들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좋은 추억을 남겼지만 말라위의 여정이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다음을 약속한다. 시간이 흐른 뒤 이동훈 씨가 한가람에게 “형. 같이 갈래요?”라고 물으면, 그는 또 “오케이”를 외치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일 것이다.
한가람은 “여행지가 아니다 보니 준비 과정도 색달랐다. 황열병 예방접종을 맞아야 해서 대학 병원에 갔더니 A형 간염 주사도 맞고, 장티푸스약과 말라리아약까지 한가득 받아왔다. 끼니를 건너뛰기도 했다. 갖고 간 식량이 타이트해서 점심만 먹기도 했다”고 웃으면서도 “짧은 시간이지만 팀과 정이 많이 들었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왔다. 당장 1~2년은 군 문제로 어렵겠지만, 꼭 다시 돌아가 그들을 만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마음 그대로, 2026시즌 그라운드에 가져간다. 한가람과 안양은 지난 12일 태극 촌부리로 1차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는 “지난 시즌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동계 훈련 기간 때 몸이 좋았는데, 그래서 빨리 퍼졌다고 해야 할까. 경험이 적다 보니 꾸준하게 몸을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다. 시즌 초반에 한두 경기 뛰고 부상을 당해 3~4개월을 날렸다”며 “새 시즌은 100m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부상 없이 뛰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2년간 팀 성적이 좋았다. 팀이 잘 되면 선수도 돋보이는 것 같더라”며 “말라위에서 얻은 에너지와 마음가짐 품고 팀이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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