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31일이 되면 각 사의 연기대상 후보와 수상자들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이한다. 시청자를 웃고 울렸던 인기 작품의 주인공들에겐 영광스러운 순간이자, 시청자에게도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익숙했던 그 장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빛을 잃고 있다. 점차 생기를 잃는 TV 드라마 탓이다.
올해 사랑받은 드라마를 꼽는다면 지상파 3사보다는 OTT와 케이블 채널 작품들이 먼저 나온다. 안방극장에 눈물 바람을 몰고 온 ‘폭싹 속았수다’부터 하반기를 몰아친 ‘폭군의 셰프’와 ‘태풍상사’ 등이 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은 열린다. 올해 MBC는 30일, KBS와 SBS는 31일 연기대상을 열고 한 해를 마무리한다.
평균 시청률이 예년을 밑돈 지 오래지만 여전히 20%에 육박하는 인기작이 탄생하고 있다. 3사 중 유일하게 자존심을 세운 건 SBS다. 특히 금토 드라마의 막강한 라인업은 올해도 힘을 발휘했다.
장르물로 점철되어 있던 드라마계에 로맨스 바람을 몰고 온 ‘나의 완벽한 비서’의 한지민이 대상 후보로 손꼽힌다. 소름 끼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마귀:살인자의 외출’ 고현정의 대상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첫 방송 6%대에서 최고 15%까지 끌어 올린 ‘보물섬’의 주연 박형식도 유력한 대상 후보다. 허준호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장르물 속 로맨스 소화까지 탁월하게 보여 준 덕이다.
2년여 만에 시즌3으로 돌아온 ‘모범택시3’의 상승세도 무시할 수 없다. 4회 두 자리 수 시청률을 돌파하더니 지난 27일에는 1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전무후무한 히어로물로 드라마계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이제훈이 2023 연기대상 공동수상(시즌2)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SBS는 육성재·김지연 주연의 사극물 ‘귀궁’, 최우식·정소민 주연의 로코물 ‘우주메리미’, 윤계상·김요한 주연의 청춘물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시청률 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키스는 괜히 해서!’로 포문을 연 수목드라마도 장기용·안은진의 열연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반면 KBS와 MBC는 대상을 가리는 치열한 경쟁이 민망할 지경이다. 대상 수상자를 가리는 경연의 장이 아니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의 반등을 기대해야 하는 분위기다.
MBC는 서강준, 김세정, 이세영, 정경호 등이 대상 후보로 거론된다. 연초 복귀작 ‘언더커버 하이스쿨’로 최고 8.3%를 기록한 서강준 덕에 체면치레했다. 최근 종영한 김세정·강태오 주연의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비롯해 이세영 주연의 ‘모텔 캘리포니아’, 정경호 주연의 ‘노무사 노무진’ 등이 5∼6% 대의 무난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렇다 할 대박작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처지다.
KBS는 주말·일일드라마가 최고 화제작이 됐다. 잘나가던 미니시리즈는 온데간데없고, 최고 20% 시청률을 넘긴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엄지원이 유력 대상 후보다.
야심 차게 선보인 주말 미니시리즈는 실패로 돌아갔다. 마동석 주연의 ‘트웰브’는 8%대의 시청률로 기대를 안고 출발했으나 2%대로 추락했다. 이영애 주연의 ‘은수 좋은 날’은 5%대로 순항했지만 투자 대비 초라한 성적표를 안았다는 뼈 아픈 평가를 받았다. 시청률이 연기력과 작품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시청자의 기대와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