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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맞는 사령탑③] “명선수는 명장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한 인기

입력 : 2025-12-26 08:00:00 수정 : 2025-12-25 22: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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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울산’ 김현석 감독이 친정팀인 프로축구 K리그1 울산HD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 감독이 울산 사령탑 취임 직후 기념촬영에 나서고 있다. 사진=울산 HD 제공

 

프로 구단에겐 ‘새출발’을 각인시켜야 할 순간이 반드시 온다. 리빌딩과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나아가 팀의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할 국면이라면 선택지는 자연스레 좁혀진다. 현역 시절 이름값을 쌓은 레전드 출신 지도자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위기일수록 익숙하면서도 잘 알려진 얼굴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되기 어렵다’는 속설이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는 시대라는 점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하다. 이젠 무명 출신 감독들의 성공 사례가 더 번뜩인다. 반대로 현역 시절 슈퍼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 지도자로 나선 뒤 고배를 마시는 장면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그만큼 감독이라는 자리는 선수 때 명성과는 별개로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최근 몇 년간 프로스포츠 전반을 놓고 보면, 스타 출신 감독의 중도 낙마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2회, 올스타 8회에 빛나는 ‘캐나다 전설’ 스티브 내시는 2020년 브루클린 네츠 감독 선임 당시 큰 화제를 모았지만, 기대와 달리 뚜렷한 성과를 일구지 못했다. 끝내 2022년 11월 성적 부진 속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인 스티브 내시 전 브루클린 내츠 감독. 사진=AP/뉴시스

 

그럼에도 구단들의 인선 기조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사령탑 선임이 매 시즌 끊이지 않는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HD의 올겨울 선택이 대표적이다. 울산은 지난 24일 새 사령탑으로 ‘미스터 울산’ 김현석 감독을 선임했다.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 베르디 가와사키에서 뛴 한 시즌(2000년)을 제외하고 12시즌 동안 울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원클럽맨’이다. 팀의 창단 첫 우승 트로피(1996년)를 안겼고, 이듬해 득점왕에도 올랐다.

 

냉정한 시선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울산은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로 평가받던 팀이었다. 김 감독은 과거 충남 아산 FC에서 K리그2 준우승과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지만, 정식 감독으로서 1부리그를 지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력과 기대치가 모두 높은 ‘리딩 클럽’ 울산의 무게를 감안하면, 결코 안정적인 인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핵심은 내부 안정이다. 스타 출신 사령탑의 경우 오랫동안 쌓인 레거시를 통해 선수단 장악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구단의 움직임을 외부에 좀 더 극대화시켜 보여줄 수 있다. 팬들과 미디어에게 ‘우리 팀이 이전과는 다른 방향에 들어섰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하다.

 

‘미스터 울산’ 김현석 감독이 친정팀인 프로축구 K리그1 울산HD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 감독이 울산 사령탑 취임 직후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울산 HD 제공

 

울산의 선택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현시점 팀이 처한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 2025시즌 도중 성적 부진과 선수단 내홍이 겹치며 사령탑을 두 차례나 교체했다. 팀 분위기가 크게 흔들렸다. 심지어 베테랑 이청용은 경기 중 득점한 뒤 골프 스윙을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로 전임 감독을 조롱하는 장면을 보였을 정도다.

 

휘청인 팀의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인물로 김 감독을 택했다. 김 감독이 현역 시절 쌓아온 상징성과 구단에 대한 높은 이해도,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과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혼란 속 ‘레전드’ 카드를 꺼낸 울산은 물론, 한층 가혹해진 검증의 장에 서는 김 감독 모두 어깨가 무겁다. 자신들을 둘러싼 의문부호를 걷어내고 명가 재건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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