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만 믿어야죠.”
하늘도 보고 싶은 눈치다. 이번 주 대전 날씨는 맑음, 그 자체다. 야구 팬들을 설레게 하는 빅매치가 다가온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김광현(SSG)과 류현진(한화)이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큰 변수가 없는 한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서 나란히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류김대전’ 서막이 오르는 것. 흥미로운 스토리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광현은 “기쁨을 선사해 드려야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잘해야 한다. 둘 다 잘했으면 좋겠다. 0-0으로 비겼으면 싶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화려한 커리어가 이를 대변한다. 에이스로서 팀을 이끈 것은 기본, 다수의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서 짙은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류현진이 1년 선배다. 2006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김광현은 2007년 1차 지명으로 SK(SSG 전신)에 합류했다. 각각 한미통산 192승, 185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정규 경기에선 단 한 번도 맞붙은 기억이 없다. 2010년 올스타전과 2011년 시범경기 때 한 차례씩 상대했던 것이 전부다.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니다. 번번이 어긋났다. 류현진이 2013시즌을, 김광현이 2020시즌을 앞두고 미국으로 향하면서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기도 했다. 2010년 5월 23일 대전 경기서 나란히 선발투수로 예고된 적은 있다. 아쉽게도 비로 무산됐다. 그렇다고 굳이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올 시즌의 경우 개막 기준 김광현이 2선발, 류현진이 3선발로 출발했다. 우천취소 등 다양한 변수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번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광현은 “직전 경기서 같은 날(20일) 등판한 것을 보고 이대로면 로테이션이 맞겠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김광현은 “어렸을 땐 부담이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이제는 여유가 많이 생겼다.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기도 하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류)현진이형이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안 쓰겠다고 얘기했더라. (말과는 달리) 분명히 신경 쓸 것이다. 그날 형의 올 시즌 최고 구속이 나올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별히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 “주변에서 이러면 당사자들은 (연락) 못한다”고 끄덕였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 특히 한화는 무섭게 질주 중이다. 선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탄탄한 마운드에 최근 방망이까지 뜨거워지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단 최초이자 KBO리그 2번째로 단일 시즌 두 차례 10연승이라는 진기한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광현은 “1위와 7위(SSG)의 맞대결이니 상대가 더 부담되지 않을까”라고 장난스레 이야기하면서도 “노시환, 채은성 등 그간 내게 강했던 타자들 위주로 열심히 전력분석하고 있다. 둘 다 좋은 투구를 했으면 좋겠다. 창피하진 않아다 된다”고 강조했다.
SSG 입장에서도 결코 물러날 수 없다. 촘촘한 순위싸움 중이다. 에이스가 출격할 때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김광현은 “최대한 좋은 분위기서 만났으면 한다. 믿을 것은 우리의 해결사, 우리의 형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SSG 간판타자 최정을 향한 믿음이다. 한때 류현진의 천적으로 이름을 높였다. MLB 진출 전 류현진이 ‘상대하기 싫은 타자’로 직접 언급했을 정도. 다만, 올 시즌 부상, 부진으로 다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광현은 “산전수전 다 겪은 형이다. (최)정이 형이 쳐야 팀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잘 쳐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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