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인터뷰 내내 진실된 답변을 내놓는다. 데뷔작과 첫 주연작을 마친 후 만난 솜털이 뽀송했던 시절부터 ‘부부의 세계’(2020)로 핫스타에 등극했을 때도, ‘경성크리처’(2023)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지금도 그녀는 한결같다.
작품에 대한 이해, 캐릭터에 대한 설명, 직업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 그 어떤 배우보다 진지하게 그리고 새로운 각도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름다운 얼굴 뒤에 가려진 그녀의 연기적 고민과 주변을 생각하는 배려는 한소희를 다시 보게 한다.
오랜만에 만난 한소희는 “20대에는 건강을 해쳐가면서 연기를 해도 된다는 착각을 했다. 살을 뺄 때에도 굶어서 빼고, 연기를 할 때도 제 감정을 구석까지 몰아서 연기를 했다. 그런데 삼십대가 되니 회복이 잘 안 된다. 잠을 자지 않고, 밥을 먹지 않으면 연기가 안 된다(웃음)”면서 “팬들에게는 ‘밥 잘 챙겨먹으라’고 하는데, 정작 나는 스스로 챙기지 않았더라. 이젠 육신이 일단 건강해야한다. 그걸 뼈저리게 느낀다”면서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중 한소희는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소문난 토두꾼 윤채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빠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진 엄마 성심(강말금)을 찾고 있다.
한소희는 “제가 해석한 채옥에 대해 감독님이 믿어주셨다. 작품을 찍으면서 ‘그래. 여기서 채옥이를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나야’라는 믿음 하나로 촬영에 임했다”면서 “채옥이와 나의 교집합은 무엇일지부터 고민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성격이 비슷하더라.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옹성병원에 뛰어드는 채옥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괴물화가 진행된 엄마와 마주한 윤채옥이다. 한서희는 “사실 초록색 크로마키 촬영이 힘들었다. 알고 지내는 액션 스턴트 선생님들이 쫄쫄이를 입은 채 저를 보고 입을 실룩이고 있는 걸 보면 웃음참기 미션이 된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채옥이의 마음으로 확 돌아오는 순간이 있었다. ‘인생을 던져가며 찾은 엄마가 고문을 당한 채 괴생명체의 몰골로 변해있는 상황에서 내가 준 목걸이를 걸고있다’는 말에 감정이 터진 거다. 그래서 ‘어머니, 어머니 맞아? 진짜 어머니야?’라는 원 대사와는 달리 ‘엄마, 도대체 왜, 도대체 누가’라는 말을 내뱉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을 회상하니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힌다.
경성크리처 속 크리처, 괴물의 탄생은 실제 일제강점기 시절 731부대에서 자행된 생체실험을 모티브로 했다. 731부대는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 당시 식민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화학무기개발 등을 위해 인체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작품을 통해 관련 역사와 자료를 찾아봤다는 이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작품 공개와 내용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올린 한소희의 SNS 게시물에 ‘실망했다’는 댓글을 단 일본 팬도 있었다. 한소희는 여기에 ‘슬프지만 사실인걸’이라는 답글을 달았다.
해당 이슈에 대해 그녀는 “저는 그게 고마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댓글을 단 거잖나. 그리고 댓글로 악플이 많이 달렸다는데, 난 일본어를 잘 몰라서 악플인 줄 몰랐다. 오히려 일본 팬분들이 한글 다이렉트 메시지(DM)로 ‘ ‘악플이 일본인의 전체 의견이 아니다’, ‘인신공격에 상처받지 말아라’ 같은 따뜻한 이야기를 해줬다”란다.
데뷔 8년 차, 어쩌면 자신을 포장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을텐데 돌아가기 보단 정공법을 택한다. 솔직함. 한소희의 무기다.
그는 “저는 개인 공간인 SNS에 제 뜻을 올린 거다. 파급력을 생각하고 올리진 않았다. 그 반응을 보면서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다 존중했다”며 “이런 것들이 금기가 된 것이 이상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한다. 우리는 현대를 살고 있고, 미래를 살아야지, 과거에 사는 사람이 아니잖은가. 작품은 작품으로만 볼 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한다.
잘 만든 작품이 주는 위로와 용기는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하다. 캐릭터와 하나가 된 배우의 표정만으로 시청자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한소희의 연기는 언어가 미처 담지 못하는 것을 담고 있다.
자연히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해졌다. 한소희는 “누구 한 사람의 독주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앙상블이 되는 작품을 좋아한다. 누구만 빛나는 대본이 아니라, 다 같이 하나하나 빛이 날 수 있는 작품이 좋다. 경성크리처가 그랬다. 나월댁(김해숙)이 되었다가, 갑평 아재(박지환)에게도 이입했다. 다채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애정을 나타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외롭게 지냈다. 이방인인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고립을 택했다. 자신에게도, 다른 배우들에게도 ‘불편한 존재’가 되어 채옥 캐릭터를 지키려 애썼다. 무려 2년이란 긴 시간동안.
왜 이렇게까지 힘든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말에 그녀는 “당연한 일”이라며 씨익 웃는다.
한소희는 “제가 연기를 시작하고, 팬들이 제게 돈을 쓴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면서 “전 한발자국 떨어져서 ‘한소희’란 상품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화시켜서 (저를) 탐구하고 연구한다. 저는 저를 쓰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결과물을 내어주고 싶다. 그리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싶다. 그 마음의 바탕에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바탕으로 있고. 그래서 더더욱 민폐 끼치지 않고 잘해내고 싶다”라고 그간 고민과 소신이 담긴 답을 한다.
화면 속 한소희는 힘이 넘친다. 반면 연약하다. 압도 당하는 동시에 평온하다.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감정들이 윤채옥에게 담겼다. 한소희의 연기를 자꾸만 보고싶은 이유다.
한편, 경성크리처는 지난해 말과 새해에 걸쳐 파트 1, 2가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시대 배경을 2024년으로 하는 시즌2는 올해 중 공개 예정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넷플릭스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