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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명의] 뇌전증 환자, 가슴 치밀어 오르고 환청·환시 증상 있다면 '전조 신호'

입력 : 2024-01-04 19:42:02 수정 : 2024-01-10 20: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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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발작 어떻게 대처하나

유병률 전체 인구의 0.5~1%
조짐 느끼면 안전한 자세 유지
대부분 수분 내 자연 회복 가능
발작 길어지면 즉시 병원으로
10명 중 4명 약물로 완치 가능

치매·뇌졸중과 함께 ‘신경계 3대 뇌질환’에 꼽히는 뇌전증은 흔히 ‘예측 불가의 병’으로 불린다. 대체로 갑자기 쓰러지는 뇌전증 발작에 대한 이미지가 크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해지거나, 얼굴, 손·팔 등을 떠는 정도가 가장 많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0.5~1% 수준이며, 매년 10만 명당 20~70명에서 새로 생긴다.

사실 뇌전증 역시 모든 질병이 그렇듯 초기 치료가 관건이다. 다만 작은 발작은 모르고 넘어가기 쉬운 데다가, 질환 자체에 대한 편견으로 병원 내원을 미루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문제는 병을 모른 체 할수록 뇌손상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 4일, 뇌전증 분야의 전문가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뇌전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뇌전증, 어린 아이들에서 발생률이 더 높은 질환인 것 같다.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뇌전증은 2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가 전체 약 75%를 차지한다. 출생 후 4세까지의 발병률이 약 30%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뇌전증은 어린 아이들에게만 생기는 질환으로 잘못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0세가 지나면서 뇌전증 발병율은 다시 현저히 증가한다. 노년기에 뇌전증의 발병율이 다시 증가하는 이유는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뇌질환이 동반되는 사례가 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뇌졸중으로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알츠하이머병과 뇌종양 등도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뇌전증의 전조증상은 없는지.

“환자가 느끼기도 한다. 뇌전증조짐(전조증상)은 성인 뇌전증 환자의 50~60% 정도에서 경험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다. ‘뇌전증 조짐’은 발작이 뇌의 다른 부위로 퍼지면서 의식소실을 동반하기 전에 나타나는 발작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배에서 가슴으로 뭔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느낌 ▲환청 ▲환시 ▲환각 ▲처음 일어나는 일인데도 마치 과거에 경험했던 일인 것 같은 기시감 ▲과거에 경험해 잘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갑자기 생소하게 느껴지는 미시감 등의 증상을 꼽을 수 있다. 조짐을 느끼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조짐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고, 조짐이 나타나면 곧 발작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우거나, 안전한 자세를 취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발작이 이어지는 시간은 보통 어느 정도인가.

“뇌전증의 발작은 대부분 수분 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일부 환자들은 발작 이후 잠에 빠지거나 일시적인 혼란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1회의 짧은 발작은 뇌손상을 일으키지 않고 단발성 경련 후 의식이 돌아온 환자라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

-평소와 다른 양상이나 병원에 찾아야 하는 발작 증상은.

“발작이 수분 내에 끝나더라도 하루에도 수회 이상 발작이 계속 반복되거나 의식의 회복 없이 발작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뇌전증지속증’이라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므로 즉시 응급실로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발작지속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뇌손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뇌전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뇌전증 진단 후 치료의 기본은 약물이다. 환자의 60~70%는 약으로 조절된다. 2~3년간 약물복용 후 추가적인 발작이 없을 때는 약물을 중단한다.”

-뇌전증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나.

“그렇다. 뇌전증은 난치병이지 불치병이 아니다. 즉 ‘잘 낫지는 않지만 대개는 낫는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뇌전증 환자의 10명 중 4명은 2~3년간 적절한 약물치료 후 재발 없이 완치된다.”

-나머지 환자는 평생 조절이 필요한가.

“꼭 그렇지 않다. 10명 중 4명은 수차례 재발해 항발작제를 5~20년간 복용하면서 완치 과정으로 간다. 2명 정도는 난치성뇌전증이라서 평생 지속적으로, 또는 주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뇌전증을 유발하는 병소를 제거하면 증상의 완화와 완치가 가능하기도 하다. 즉 대부분의 경우에는 조절이 가능한 질병이고, 일부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서 뇌전증 발작을 목격한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발작하는 환자를 목격하면 일단 환자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발작이 멈출 때까지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간혹 숨을 못 쉰다고 해서 손가락을 입에 넣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다칠 수 있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발작 중 상비약 등을 입으로 투여하면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폐색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금물이다. 손발을 따거나 주무르는 행위도 안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제한을 겪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운전을 꼽을 수 있겠다. 발작이 자주 있거나 간헐적인 의식장애 증상이 있다면 절대로 운전하면 안 된다. 하지만 1년간 운전에 방해가 되는 뇌전증 관련 증상이 전혀 없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안정적인 경과를 보인다면 담당 의료진의 의견과 뇌파 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이 마련되는 중이다. 발작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제한되는 것은 술이다. 알코올은 항발작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 자체로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뇌전증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주변의 잘못된 편견과 오해다. 가장 많은 오해는 뇌전증을 정신병으로 여기는 점이다. 이는 뇌질환이다. 뇌전증을 영어로 ‘epilepsy’라고 하는데, 어원은 그리스어로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뇌전증을 가리키던 말인 간질이나 전간증 역시 ‘미친병’, ‘지랄병’의 의미가 있지 않았나.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뇌전증을 정신질환으로 생각했던 경우가 많았다. 또 뇌전증이 전염되거나 유전이 된다는 오해가 많은데, 뇌전증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유전 성향이 강하지 않다. 또 뇌전증이 지능저하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문 사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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