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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인터뷰] 특별한 그곳, 파리서…전웅태는 꿈꾼다 “금빛 메달”

입력 : 2024-01-03 09:00:00 수정 : 2024-01-03 10: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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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전웅태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2023.02.09.

 

“달에 사는 토끼야, 금메달을 만들어다오.”

 

새 시대를 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넘어지고 부딪혀야 한다. ‘개척자’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전웅태(광주광역시청)는 근대5종 불모지에 한 송이 꽃을 틔운 인물이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근대5종을 널리 알린 것은 기본, 세계무대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정작 본인은 “운이 좋은 선수”라고 말한다. 전웅태는 “선배들이 앞서 길을 잘 닦아주셨기 때문에 지금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 극한의 스포츠

 

근대5종은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고안해 만들었다. 극한의 스포츠라 불린다. 한 명의 선수가 하루에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laser run·육상+사격)을 모두 해내야 한다. 탄탄한 체력과 동시에 다재다능한 능력이 요구된다. 그간 유럽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2년 9월 대한근대5종바이드론경기연맹이 창립된 것이 신호탄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선수층이 얇다.

 

짧은 역사에도 한국 근대5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아시안게임(AG)의 경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빠짐없이 메달을 챙겼다. 전웅태의 등장은 기폭제가 됐다. 한국 근대5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서 첫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품었다. AG의 경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개인)부터 지난해 항저우 대회(개인·단체)까지 제패했다. 전웅태는 “근대5종을 조금이나마 알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근대5종 전웅태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2023.02.09.

 

◆ 악바리 승부사

 

많은 이들이 말한다. 재능을 타고났다고. 전웅태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악바리에 가깝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들을 묵묵히 이겨낸다. 새벽부터 가파른 산을 오르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한다. 변수가 많은 종목인 만큼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다. 웬만한 고통은 이제 예전처럼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전웅태는 “훈련을 하다보면 다리에 알이 배겨 찢어질 듯이 아플 때가 있다. ‘그래, 이런 거 한 번 할 때 됐다’ 싶다”고 웃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10살 때 수영을 시작한 전웅태는 저조한 성적에 엄마를 붙잡고 눈물을 쏟아내곤 했다. 전웅태는 “다시는 운동 때문에 울고 싶지 않더라. 머릿속에서 계속 되뇌었다”고 말했다. 서울체중 진학 후 근대5종으로 전향했다. 목표들을 세어 하나씩 이뤄갔다. 전웅태는 “처음엔 동기들 중 1등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다음엔 한 학년 선배들, 학교 통틀어, 지역 전체 등 점점 눈높이를 높여갔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 긍정적 마인드

 

한걸음씩 나아갈수록 기대치도 커졌다. 주변에서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 한 번 낼 것 같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터. 설레발일지라도 싫지 않았다. 믿고 싶었다.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다. 전웅태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가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 한 번 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훈련에 임하려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때때로 고비가 찾아온다. 항저우 AG가 대표적이다. 대회 초반 펜싱과 승마 부문에서 부진했다. 전웅태는 “솔직히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봤다. 뜻대로 안 되더라”면서 “자만했던 것일까 아니면 실력이 부족한 것일까 떠올려봤다. 둘 다더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면서 “수만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더라. ‘망했다, 망하지 않았다’ 천사와 악마가 공존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편하게 하되, 다 쏟아 붓고 나오자 다짐했다. 조금씩 올라가더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책임감도 느낀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근대5종은 여전히 비인기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항저우 AG 당시에도 중계조차 되지 않았다. 전웅태는 오히려 담담했다. “한 번에 많은 것들이 바뀌진 않는 것 같다”고 차분히 말했다. 대표팀에서도 중심을 잡으려 애쓴다. 스스로 “꼰대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한 전웅태는 “후배들이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 나를 좀 더 괴롭혀줬으면 한다. 다음 세대엔 좀 더 알려진 종목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있어 힘을 얻는다.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 높이뛰기 우상혁, 클라이밍 천종원 등과 출연했다. 모두 국가대표다. 전웅태는 “어릴 때부터 자주 본 친구들이다. 큰 경기 있을 때마다 항상 응원한다. 우리끼린 그냥 똑같은 남자 셋”이라고 밝혔다. 서로를 가장 이해하는, 그러면서도 자극제가 되는 존재다. 전웅태는 “종목은 달라도 각 분야에서 정상을 찍었던 이들이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간과하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고 밝혔다.

 

근대5종 전웅태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2023.02.09.

 

◆ 인생의 목표, 파리로

 

2024년 갑진년. 전웅태에겐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파리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의 목표’라고 표현했다. 전웅태는 “파리올림픽은 근대5종인들에겐 특별한 올림픽이다.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열리는 데다 승마가 있는 마지막 올림픽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프랑스 파리에서 경기를 하게 됐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기서 메달을 따게 된다면 남은 인생 더할나위없이 떵떵거리면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환하게 비추는 달빛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어본다. 전웅태는 “토끼가 절구에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바라는 기사 제목 역시 비슷하다. ‘해냈다 전웅태, 파리올림픽 금메달’ ‘2연속 메달’ 등이다. 전웅태는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금색이 아니라도 괜찮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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