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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엔딩'에도 불구…'홍김동전'이 남긴 '잔돈' 같은 기적

입력 : 2024-01-01 17:25:00 수정 : 2024-01-02 13: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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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홍김동전’의 폐지가 한달 안으로 다가왔다.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달 29일, KBS 2TV ‘홍김동전’의 마지막 촬영이 진행되었다. ‘홍김동전’은 2049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KBS 비드라마 28주 1위(11월 13일 기준), KBS 드라마 비드라마 통합 1위(10월 9일 기준)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이은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고, 이 결정은 수백 건에 달하는 반대 청원에도 불구하고 철회되지 않았다.

 

1월 중순으로 예정된 마지막 방송을 앞둔 시점에서 ‘홍김동전’ 멤버들은 물론 해당 프로그램의 팬들 또한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를 터트리고 있다. 2023 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주우재는 수상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훔쳤고 최우수상을 수상한 홍진경 또한 폐지 소식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비록 ‘홍김동전’은 방송국에 지폐를 가져다주지 못해 폐지가 되었으나, 방송이 끝난다 한들 그간의 궤적 또한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 방송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지금, 1년 반 가량의 시간 동안 ‘홍김동전’이 만들어낸 특별한 업적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김학순∙유재국∙표언경…‘홍김동전’이 알린 ‘언성히어로’

 

사진=KBS 2TV ‘홍김동전’

지난 2022년 7월, 이제 막 2회를 맞이한 ‘홍김동전’ 호캉스 특집에서 홍진경은 ‘남산에서 김학순 할머니 찾기’라는 미션에 마주했다. 고난이도 미션에 부딪힌 그는 스케치북을 들고 거리를 헤매고 돌연 경로당과 경찰서에 쳐들어가는 등 맨땅에 헤딩을 이어갔다. 막막한 상황에서 추리 본능까지 발휘해 겨우 찾아낸 김학순 할머니는 다름 아닌 일본군 ‘위안부’ 사실을 최초 증언한 피해자였다.

 

사진=KBS 2TV ‘홍김동전’

시작부터 찬사받지 못한 영웅, 일명 ‘언성히어로’ 김학순 할머니를 알렸던 ‘홍김동전’ 정신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비밀요원 특집을 맞아 변신한 멤버들은 설 음식을 만들어 현충원으로 향했다. 방송 내내 비밀로 부쳐졌던 선물의 주인은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 그리고 공군 고 박명렬 소령과 고 박인철 중위 부자였다.

 

이날 멤버들은 시민과 나라를 구하기 위해 헌신한 영웅들의 가족이 전한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자아냈다. 공익적인 성격을 잃지 않고 온몸을 던져 잊혀진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애쓰는 정성, 그러면서도 예능적 스토리텔링으로 웃음을 놓치지 않는 센스는 ‘홍김동전’과의 이별을 못내 아쉽게 만들었다.

 

사진=KBS 2TV ‘홍김동전’

‘홍김동전’의 다정한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여름을 맞아 ‘홍김동전’에서도 납량특집이 펼쳐졌다. 한바탕 소란 후 귀신들과도 이별을 하는 가운데, 남다른 크레딧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리잡는 귀신 이용기, 구미호 귀신 박가영, 안내 귀신 표언경 등 이날 귀신으로 참여한 배우들의 이름을 모두 자막으로 띄워준 것이다.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기억되지 못한 사람들. ‘홍김동전’이 이름을 불러준 이들은 지극히 흔한 시청자들 대다수의 모습과 더없이 닮아 있었다. 좀처럼 이름을 불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무명의 우리들이 어떻게 ‘홍김동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문자 그대로, 정말 ‘가족’ 같은 멤버들 “우리 진짜 잘했어요”

 

사진=KBS 2TV ‘홍김동전’

납량특집의 특별한 장면은 엔딩 크레딧뿐만이 아니었다. 초반에 유원지 귀신의 집 촬영도 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던 장우영이 잔뜩 겁에 질려 뛰쳐나오면서, 멤버들이 일제히 그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그밖에 길 잃은 김숙이 안내 귀신의 말에 따라 제대로 된 코스를 찾아가는 등의 신박한 상황도 그려졌다.

 

사진=KBS 2TV 연예대상

‘홍김동전’ 멤버들의 케미는 꾸준히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 포인트로 언급되어 왔다. 여타 예능처럼 서로를 놀리고 “나만 아니면 돼”라며 투닥거리는 티키타카 또한 있지만, 그 기반에 있는 것은 경쟁이 아닌 서로에 대한 애정이다. 싸가지 없고 웃음도 눈물도 적은 ‘인간 ISTP’ 캐릭터를 자처하는 주우재가 ‘홍김동전’에서는 유독 자주 울고 웃는 것 또한 그 예시다.

 

주우재는 ‘홍김동전’으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도 “숙이 누나, 진경 누나, 세호형, 우영이… 우리 진짜 잘했어요”라며 오열했다. 그가 과거 한 인터뷰에서 ‘홍김동전’을 ‘본가’라고 지칭하며 애정을 드러냈듯이, ‘홍김동전’ 멤버들은 말 그대로 항상 가족 같은 분위기다. 거기에는 일말의 비아냥도 없이 진심만이 가득해 보인다.

 

진심 어린 애정을 기반으로 한 멤버들의 케미는 모든 조합을 특별하게 했다. 홍진경과 김숙은 말할 것도 없이 든든한 리더 누나들이고, 다른 세 남자 멤버는 일명 ‘누나 무새’ 동생들이다. 레전드로 꼽히는 ‘수저 특집’은 이후 ‘언밸런스’ 특집의 메인 댄서 케미로도 이어지는 무수저 부부 조합을 탄생시켰다. 그밖에도 각설이 듀오, 모델 선후배 등 다채로운 관계성이 넘쳐난다.

 

시청률, 방송국, 촬영 여건 등…프로그램 폐지가 가져가는 것은 많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시청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한들 ‘홍김동전’을 둘러싼 사람들은 일말의 희망을 놓을 생각이 없다. 진정으로 ‘앙앙(사랑)’하는 이들이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은 지극히 사소해지기 때문이다.

 

 

 

커피차부터 트럭까지…시청률 아닌 ‘시청자’가 보낸 마음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해 5월, ‘홍김동전’ 촬영장에 특별한 커피차가 도착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 내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결성된 ‘홍김동전’ 첫 번째 팬클럽 ‘저금통’에서 준비한 커피차에는 “숙이는 이제 아메리카노담”, “너한테 난 뭐닐라라떼” 등 그간 방송에서 나온 유행어와 밈으로 구성된 메뉴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사진=‘홍김동전’ 팬카페 ‘동전지갑’

‘홍김동전’의 이례적인 팬덤은 꾸준히 화제가 되어왔다. 이후 네이버 팬카페 ‘동전지갑’도 생기면서 연예대상 특별 서포트가 이루어지고, 폐지 소식이 전해진 뒤로는 트럭 시위까지 진행되는 등 인상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동전지갑’ 측에서는 자체적으로 시청률 극복 프로젝트와 시청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는 열의까지 보였다.

 

프로그램 또한 이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꾸준히 챙겨주었다. 팬들이 정성껏 적어보낸 롤링 페이퍼와 편지를 함께 읽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으며 프로젝트 그룹 ‘언밸런스’ 특집에서는 ‘NEVER’ 뮤직비디오를 팬들과 함께 촬영하기도 했다. 숫자로만 보면 천덕꾸러기일지 몰라도, 글자로 보니 이토록 사랑받는 아이가 또 없다.

 

‘홍김동전’ 폐지 소식이 확정된 올해, KBS에서는 100억대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성비를 톡톡히 챙길 수 있는 정통토크쇼가 런칭된다고 한다. 수신료 분리징수 이후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저비용 고효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머리로는 어른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는 그러기가 어렵다. 어릴 적 모래를 뒤지며 동전을 찾고 놀던 놀이터가 없어지고 그 위에 초대형 리조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듯하다. 물론 그 리조트는 꽤 잘 될 수 있다. 어쩌면 또다른 누군가에게 특별한 추억의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 동전을 주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잔돈같이 소소한 영웅도, 어설프기에 사랑스러웠던 가족간의 추억도 이전과 같은 얼굴로 마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언제쯤 또 이토록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을까. 숫자로는 잴 수 없었던, 지극히 특별한 ‘홍김동전’에 시청자는 마지막까지 응원의 목소리를 전한다. 

 

 

 

정다연 온라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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