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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인터뷰] 끊임없이 도전한다...‘골프 여제’ 박인비, “IOC 선수위원을 위해 열심히 달려야죠”

입력 : 2024-01-01 12:59:06 수정 : 2024-01-01 14: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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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골프 여제’ 박인비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다. 익숙했던 초록색 잔디를 잠시 뒤로하고 스포츠 외교관의 길을 선택했다. 2024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위해 열정 넘치게 달린다. 8월 파리 올림픽에서 열릴 선거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 일찍이 재능을 드러낸 박인비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메이저 7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뒀다.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골프 선수로는 처음으로 ‘커리어 골든 슬램’을 이뤄냈다.

 

이제는 IOC 선수위원을 준비한다. 지난 8월 만장일치로 대한체육회(KSOC)가 추천하는 IOC 선수위원 국내 후보가 됐고 11월에는 IOC 최종후보에 들었다. 총 23명인 IOC 선수위원은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당 1명으로 제한되며 임기는 8년이다. 리우 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의 임기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끝난다. 박인비는 뒤를 이어 한국 첫 여성 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 최정상에서

 

떡잎부터 남달랐다. 1998년 골프채를 처음 잡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다. 박인비는 “초등학교 때는 골프가 생각보다 재밌었다. 골프를 시작한 후 6개월이 지나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잘했다. 나가면 상을 타는 재미가 컸다”고 돌아봤다.

 

세계 최정상으로 우뚝 섰다. 쟁쟁한 선수들이 나서는 LPGA 투어에서 세계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남다른 시기였다. 그는 “지금보다 훨씬 자신감이 있었다”고 웃은 후 “지금은 실수 없이 정말 잘해야 톱 10에 들 수 있는데 그때는 잘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5위 안에 들었다. 조금 실수해도 우승할 때도 있었다. 골프가 쉽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정교한 퍼트는 박인비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라인이 정말 잘 보였다. 거리와 상관없이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16년은 잊지 못할 해다. LPGA 역대 최연소(27세10개월28일)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많은 선수들이 도전했지만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리우 올림픽에서는 금빛 스윙을 이뤄냈다. 박인비는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것은 골프계를 넘어 스포츠계의 좋은 일이다. 제가 쌓아온 모든 기록이 깨졌으면 좋겠다”면서 “당연히 한국 선수들이 제 기록을 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저도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이 제 기록을 깰 때 제 이름이 한 번 더 언급될 것”이라고 웃었다.

박인비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 박인비의 도전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당시 최종 라운드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가족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박인비는 “당시 아버지와 남편(남기협)이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아버지와 남편이 제 플레이를 보고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퍼트가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은퇴라는 얘기엔 단호히 선을 그었다. 박인비는 L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모두 영구 시드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언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영구 시드가 있기에 언제든 경기에 뛸 수 있는데 그만둔다고 하는 것은 아쉽다”면서 “아직 마음속에 불씨는 남아있다. 이것을 활활 타오르게 하려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지금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단은 선수위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퇴라고 얘기하면 조그만 여지마저 없어지는 것이다. 선수를 아직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LPGA 투어, 선수위원 모두 큰 도전을 묵묵히 해낸다. 박인비는 “해내지 못할 일에 대한 도전을 즐기진 않는다”고 미소를 띤 후 “주변 사람들이 원동력이다. 선수들을 위해, 스포츠계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IOC 선수위원은 좋은 기회였다”고 바라봤다.

 

또, 박인비는 “출산을 하고 오랫동안 쉬다 보니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다짐했다.

 

◆ 최선을 다해

 

올림픽 금메달을 계기로 선수위원의 꿈을 키웠다. 박인비는 “영광스럽다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회상한 후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뭉클해진다”고 전했다. 그는 “리우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연습하면서 남자부 시상식을 구경했다. 시상대에 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듣고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애국가를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태극마크가 주는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큰 동기 부여였다”라고 힘줘 말했다.

 

현직 선수위원인 유 회장도 힘을 실어줬다. 박인비는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유익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8년 전에 경험한 일들을 많이 말씀해주셨다”면서 “앞으로도 많이 도움을 받을 것 같다. 선수위원을 열정적으로 하고 계시고 선수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계신다. 큰 도움이 된다”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했다. 김연경(배구), 진종오(사격), 이대훈(태권도), 김소영(배드민턴) 등과 겨뤄 만장일치로 한국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박인비는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경쟁했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막중했다. 결과를 떠나 도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뜻깊은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면접 과정에서 영어 스킬, 글로벌 매너, 골프계에 오래 몸담으며 쌓아온 네트워크 등을 강조했다. 골프는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주목하고 후원 대회도 많이 열고 있는 만큼 세계적인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스포츠 현장을 찾으며 발을 넓힌다. 대한체육회 홍보대사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에도 다녀왔다. 그는 “후보가 된 이후 올림픽에 대해 공부하고, 스포츠계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더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영어 공부도 더 하고 각종 체육 행사들에 참석해 현장의 분위기를 익히며 소통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IOC 최종후보 발표 직후 AP 통신 등 주요 매체들은 박인비를 유력 후보로 점찍었다. 올림픽 출전 선수 1만여 명의 현장 투표를 거쳐 상위 4명이 선정된다. 8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지만 선수로서 많은 업적을 쌓은 것에 주목했다. 박인비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대중적이고 인기가 많다. 매주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다”면서 “글로벌 투어에서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박인비는 “선수들이 중심이 될 수 있게 IOC와 선수들의 소통에 앞장서고 가교 구실을 하고 싶다.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선거 운동은 최대한 많은 선수와 인사하며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하는 자리다. 골프 선수를 대표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IOC 선수위원이 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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