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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조선의 결의·명의 결기·왜의 살기…극장 갈 이유 ‘노량’

입력 : 2023-12-21 19:09:15 수정 : 2023-12-21 1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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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는 장인의 검 같은 영화다. 풀무로 화로의 불을 피워 수십 번의 메질과 담금질을 한 뒤 만들어진 보검(寶劍)처럼 강하게 빛난다.

 

숙연함과 긴박함, 고독과 투지. 대비되는 감정으로 가득한 장면들이 차가운 물과 뜨거운 불처럼 오고 가며 영화를 담금질한다. 러닝타임 153분이 순식간에 흘렀다. 김한민 감독의 완급 조절이 빛나는 노량이다.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이순신(김윤석)은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왜군들이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절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나는 것이라 생각한 이순신은 명나라와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왜군의 퇴각로를 막고 적들을 섬멸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왜군의 뇌물 공세에 넘어간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 하고, 설상가상으로 왜군 수장인 시마즈(백윤식)의 살마군까지 왜군의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향한다.

 

역사가 스포일러다. 이런 경우 감독은 두 세배의 고민을 하게 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결론을 향해 긴장감을 유지하며 달려가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영화는 전반부, 모두가 끝났다 말하는 이 전쟁에서 ‘왜군을 섬멸하는 것이 올바른 전쟁의 종지부’라 판단한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각오처럼 만들었다. 노량은 대규모 해전신에 100분이란 긴 시간을 투입했다. 덕분에 ‘명량’(128분), ‘한산: 용의 출현’(129분) 보다 20분 가량 더 긴 이순신 3부작의 최종판이 완성됐다.

 

노량해전은 조선·명나라·일본 3국의 전함 1000여 척이 뒤엉켜 싸운 동북아 역사상 최대 해상전투다. 밤바다와 동트는 바다를 배경으로 힘 대 힘의 대결을 넘어 각국 장수들의 지략 대 지략의 싸움이 펼쳐진다.

 

조선의 결의, 명의 결기, 왜의 살기가 더해져 긴장감 가득한 해선신 100분이 10분처럼 흐른다. 

 

특히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달려가는 롱테이크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로의 배를 끌어 붙여 갑판 위에서 뒤엉켜 싸우는 3국의 사람들이 비친다. 조선의 장군, 명나라 병사, 일본 병사의 시선과 액션을 차례로 따라가며 가장 보통의 사람이 느끼는 전쟁의 참혹함과 비참함, 무서움을 그렸다. 관객은 마치 전쟁의 한 가운데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는 안다. 이 전쟁에서 이순신 장군이 숨을 거뒀다는 사실을.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는 장군의 뜻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배운다.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이 문장을 배우 김윤석이 어떻게 소화했을지, 김 감독이 어떤 상황으로 연출했을지 지켜보는 것도 노량의 관전 포인트다. 장례식 장면은 실제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을 들였다.

 

노량의 기대 포인트는 쟁쟁한 라인업의 배우들. 진정성으로 가득 찬 연기를 보는 재미도 대단하다.

 

김윤석은 신중하면서도 대담한 카리스마와 고뇌를 그린 이순신 장군을 그렸다. 백윤식은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왜군 최고 지휘관 시미즈 역을 맡아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다. 정재영은 이순신을 도와 조명연합함대를 이끄는 명나라 수군 진린 역을 맡아 명나라의 실리와 이순신과의 의리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그렸다. 허준호는 야전에서 평생을 지낸 명나라 수군 등자룡으로 분해 이순신 장군을 진정으로 이해하는고 존중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조선의 진영을 지키는 얼굴로는 김성규·최덕문·안보현·박훈·문정희가, 필사의 퇴각을 향한 왜군 진영에는 이규형·이무생·박명훈이 강력한 호흡으로 스크린을 점령한다. 명나라와 왜군 역을 맡은 배우들은 최소 3개월에서 반년 이상 중국어와 일본어를 듣고 배우고 외우며 당시 언어를 소화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배우들의 기세가 매섭다. 12세 관람가.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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