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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새 도전 앞둔 이정후 “루키답게, 패기있게!”

입력 : 2023-11-24 12:34:36 수정 : 2023-11-24 15: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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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루키답게, 패기 있게 해야죠!”

 

“나는 스스로를 믿는다.” 위대한 권투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무하마드 알리의 말이다. 도전 앞에서 그는 언제나 이 말을 되뇌었다. 외야수 이정후(25)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향한 준비에 한창이다. 벌써부터 현지 곳곳에서 이정후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이정후는 “미국에선 루키 아닌가. 계약 관련 사항은 에이전시에 일임했다. 도전하는 자세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정후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남달랐던 떡잎

 

떡잎부터 남달랐다. 이정후는 2017년 넥센(키움 전신) 1차 지명으로 프로세계에 뛰어들었다. 야구인 2세였다. 입단 당시만 하더라도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코치의 아들로 주목받았다. 실력으로 아버지의 그림자를 걷어냈다. 데뷔 첫 해,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111득점 등을 마크했다. 각종 신인왕을 휩쓸었다. 시작에 불과했다. 꾸준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해당 연차 최고 연봉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20대 중반에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 차곡차곡 모은 골든글러브만 5개다. 정점을 찍은 것은 2022시즌이다. 타격 5개 부문을 독식,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국가대표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비롯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 나섰다. 뜨거운 방망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집 안엔 화려한 트로피들이 가득하다. 이정후의 빛나는 시간이 고스란히 저장된 곳이다. 다만, 아직까진 아버지의 지분이 많다. 이정후는 “장식장이 총 세 개 있는데, 아버지 것이 두 개”라고 밝혔다. 특히 우승반지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종범 전 코치는 현역시절 한국에서만 4개의 반지를 꼈다. 올해도 LG 코치로서 정상을 맛봤다. 이정후는 “선수생활 통틀어 유일하게 아쉬운 대목이다. SNS서 반지 없는 선수들 명단을 봤는데 우리 팀이 꽤 많더라”고 토로했다.

 

이정후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선명해진 꿈

 

막연했던 꿈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과거 이정후는 MLB보다 일본프로야구(NPB) 쪽에 관심을 가졌다. 이종범 전 코치가 뛰었던 곳이다. 이종범 전 코치는 1998시즌을 앞두고 주니치 드래건스와 계약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정후는 “어린 시절 빅리그는 상상조차 못했던 곳”이라면서 “사실 아직까지 빅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본 적이 없다. 구장 투어도 동료들과 (지난 2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홈구장인 체이스필드를 방문한 게 처음”이었다고 웃었다. 

 

구체적으로 결심을 굳힌 것은 도쿄올림픽 때다. 일본 최고 투수인 야마모트 요시노부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뽑아내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이정후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곳에서 내가 어떤 모습이지 궁금하더라.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올해 초 MLB 도전을 선언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이 아닌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소속팀인 키움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 키움은 이정후의 의지와 뜻을 존중해 돕기로 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사단과 손을 잡았다. 절차를 거쳐 서류작업을 마무리했다. 24일 빅리그에 포스팅을 공식 요청했다. MLB 사무국이 포스팅을 공시하면 30일 동안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 진출 자체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비롯해 복수의 구단이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과 관련해 최소 5000만 달러에서 최대 9000만 달러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정후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더 높은 곳으로

 

관건은 빠른 적응일 터.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강속구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돌아돌아 다시 원래의 폼으로 돌아왔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이정후는 “내겐 정말 큰 시도였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100%에 가깝다”고 자신했다. 지난 7월 발목 부상으로 한 템포 쉬어갔지만 여파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정후는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발걸음을 내딛은 선배들에게 여러 조언을 얻고 있다. 특히 키움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든든한 조력자 중 한 명이다. 올해까지 빅리그서 세 시즌을 보낸 김하성은 한국인 최초로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한다. 이정후는 “생활적인 면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 많이 힘들 수 있다고 하더라. 투수들 공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들을 묻고 있다”고 전했다.

 

MLB서 가장 만나보고 싶은 투수로는 ‘괴물’ 류현진을 언급했다. 이정후는 “류현진 선배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아닌가. 아직 한 번도 상대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둘 다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자원이지만 좀처럼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 류현진은 2013시즌을 앞두고 LA다저스와 계약, 미국으로 날아갔다. 이정후는 “선배님이 한국에 계실 땐 내가 학생이었고, 프로에 왔을 땐 이미 미국에 계셨다. 그 볼을 쳐보려면 내가 가는 수밖에 없겠더라”고 설명했다.

 

이정후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새 페이지 앞에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올 겨울이다. 분명 험난한 길이지만 스스로를 믿어보려 한다. 이정후는 “다른 건 몰라도 콘택트 하나는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본다. 어떤 공이 오더라도 방망이에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공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수비력도 남부럽지 않다. 외야 3곳을 다 경험했다는 강점도 있다. 이정후는 “어떻다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경기장에서 직접 보여드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시점. 이정후는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언제나 열정적으로 응원해준 팬들이 눈에 밝힌다. 지난달 10일 홈 최종전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팬들과 마지막 추억을 남기고자 했다. 경기 후 이정후는 정들었던 타석, 마운드 등을 눈에 담았다. 전광판엔 7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나왔다. 이정후는 “가슴이 먹먹해지더라. 그래도 울진 않았다. 오히려 어머니가 펑펑 우셨다”고 귀띔했다.

 

돌이켜보면 순간순간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정후는 “팬 분들이 미국에 가도 응원해주겠다고 하셨다.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고 운을 뗀 뒤 “팀을 가장 먼저 생각하려 하지만, 때로는 나 자신을 위해 뛴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선수로서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정말 무한한 사랑을 주셨다. 선수 생활을 참 행복하게 한 듯하다”고 진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힘들 때마다 돌려볼 수 있는 영상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도 자랑스러운 선수가 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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