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이지만, 마음이 쓰라린 건 똑같다.
프로야구 KIA가 또 한 번 국제 대회로부터 들려온 부상 소식에 울상 짓는다. 이번 비보의 주인공은 내야수 김도영이다. 지난 19일 일본과의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왼쪽 엄지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귀국 직후 정밀 검진을 거쳤다. 구단은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다. 22일 인대 봉합술을 받을 예정이고, 재활 기간은 약 4개월 소요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전했다.
김도영은 이번 APBC에서 첫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닿지 못한 아쉬움을 털고 류중일호에 승선했다.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터.
간절함의 부작용이 나오고 말았다. 숙적 일본과의 결승전, 연장 10회초 승부치기 첫 타자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번트 작전을 수행하지 못했고, 결국 유격수 땅볼을 쳤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리스크를 모를 리 없었지만, 간절함을 담아 몸을 날렸다. 심정은 이해가 됐지만, 불운한 부상이 끝내 그를 덮쳤다.
KIA의 마음도 찢어진다. 올해 열린 3개의 큼지막한 국제대회에서 모두 주요 자원을 잃는 악재가 겹쳤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을 안고 돌아와 시즌 초반을 날렸다. 10월 아시안게임에는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최원준이 문제였다. 훈련 중 왼 종아리에 타구를 맞았고, 최종적으로 근육 미세 손상 판정을 받고 시즌아웃 돼 마무리 캠프도 소화하지 못했다.
여기에 금쪽같은 김도영까지 잃었다. 불행 중 다행은 시즌 중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2024시즌 준비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대로 4개월 이탈한다면 스프링캠프 참가는 사실상 힘들다. 우천 취소로 인한 리그 지연을 막기 위해 KBO가 2024시즌의 개막까지 3월23일로 당겨둔 마당이라, KIA의 개막 엔트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대를 걸 점은 김도영의 빠른 재활뿐이다. 선례는 있다. 올 시즌 개막 2경기 만에 발가락 부상을 당했던 김도영은 당초 전반기 아웃이 점쳐졌지만,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며 조기 복귀에 성공했다. 그 시나리오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KIA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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