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했습니다.”
프로농구 삼성은 지난해 은희석 감독을 선임하고 리빌딩에 돌입했다. 은 감독은 젊은 선수들과 호흡하며 삼성의 문화를 다시 만들고 있다. 그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이정현을 선택했다. 30대 중반을 넘긴 베테랑이지만 승부처에서 여전히 믿는다.
이정현은 2010년 한국농구연맹(KBL)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2016~2017시즌 인삼공사(현 정관장)의 통합 우승을 이끈 후 KCC로 이적했다. 당시 5년 첫해 보수 9억 2000만원을 받으며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렸다. 2018~2019시즌에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지난해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7억원을 받고 삼성으로 향했다. 은 감독과 인삼공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이 결정적이었다.
승부처에서 여전히 믿음을 준다. 2023~2024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다소 주춤했다. KCC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19점을 기록했으나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31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32점을 몰아치며 승리아 앞장섰다.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대행은 “이정현을 견제하기 위해 왼쪽으로 돌파하게 하는 등 노력했으나 제어하기 쉽지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개막 직전 허리를 삐끗해 통증 속에 뛰고 있다. 은 감독은 “(이)정현이는 국내 선수 1옵션이다. 우리 팀에서 확실한 득점 루트다. 허리 부상으로 불편한 상태지만 팀을 지키기 위해 베테랑으로서 이끌었다. 감동적이었다”고 기뻐했다.
앞선 3경기에서 부진을 털어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정현은 “(은희석) 감독님이 꼭 해야 한다고 부담을 주셨다”고 웃은 후 “믿음을 주시는 것은 기쁜 일이다. 앞선 세 경기에서 겉돈다는 느낌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승부처에서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후배들에게 즐기면서 하자고 했다. 제가 좋은 기분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해야 한다”면서 “승부처에선 항상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득점을 못 해서 욕먹는 것은 괜찮지만 어린 선수들이 그런 상황이라면 주눅이 들 수 있다.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늘 정상에 있던 선수지만 삼성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게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정현은 “항상 우승권 팀에서만 뛰다가 느끼는 것이 많다. 삼성은 육성하고 미래를 보는 팀이다. 답답할 때도 있고 젊은 선수들이 ‘왜 못 할까’ 하는 생각도 있다”면서 “제가 어렸을 때 은 감독님이 알려주신 것도 있다. 노하우를 전달하려고 한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성장해준다면 경쟁할 수 있다”고 믿음을 보였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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