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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우리 설리는 진리…페르소나 ‘4: 클린 아일랜드’

입력 : 2023-10-03 16:20:33 수정 : 2023-10-03 16: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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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건 뭘까요.”

 

그러게. 정말 마음이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자리를 쉬이 뜨지 못했다. ‘마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설리의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황수아·김지혜 감독, 김지혜 각본)’가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라이카시네마에서 단관 개봉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4: 클린 아일랜드’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 클린 아일랜드로의 이주를 꿈꾸는 4(설리)가 죄를 고백해야만 통과할 수 있다는 기묘한 입국 심사장에서 어느 특별한 돼지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시작되는 영화다. 

 

객석 곳곳에서 훌쩍임이 들린다.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를 봤다. 

 

우선 예쁘다. 삐죽삐죽한 검은 똑단발에 새하얀 피부, 빨간 오프숄더 원피스, 큰 눈을 천천히 꿈뻑이며 거울을 보고 있는 그녀. 우리 곁을 떠난 지 곧 4년이 되는 설리다.

 

그리고 그런 설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애정과 의지가 화면 곳곳에 꾹꾹 눌러 담겨있다. 설리의 첫 등장에 나즈막히 ‘아’ 소리를 내는 관객도 있었다. 반가움과 그리움이 담긴 감탄사일테다. 

 

그 다음 바로 설리의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4: 클린 아일랜드’는 설리로 시작해 설리로 끝나는 단편물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름이 생긴 4. 어떻게 보면 ‘나’로도 보이는 숫자다. 이름이 생긴 4는 이후 12년을 도살장에서 내내 혼자 살았다.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가 흡입력 있게 펼쳐진다. 

 

영화는 욕망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설리는 환상과 추상을 오가는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화면 장악력이 대단하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라는 생각을 몇 번의 감정신들 통해 되새겨본다. 특별했던 그녀의 외모 혹은 본인이 의도치 않았던 논란들에 연기력이 과소평가 됐던 것은 아닐까 싶다. 

 

분명 ‘4: 클린 아일랜드’는 설리를 배우로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다. 그녀가 생전 왜 이 작품을 사랑하고, 하겠다고 결정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스크린에 가득찬 설리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너무 빨리 가버린 그녀가 야속하다. 그리고 마치 어제 본 사람마냥 반갑다. 한편으론 슬퍼서 애가 닳는다.

 

무엇이 설리를 그렇게 빨리 우리 곁에서 데리고 갔을까. 그 이유는 평생 설리만 아는 비밀이 되었지만 적어도 이 작품으로 확실해진 것은 있다. 설리는 그 어떤 연기자 부럽지 않은 훌륭한 ‘배우’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하나. 극 중 설리의 아역, 박가비가 부른 OST가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온다. 꼭 끝까지 즐겨주길 바란다.

 

설리의 유작이자 신작, ‘4: 클린 아일랜드’를 위해 진심을 모은 이들의 이름이 나온 후 선물 같은 영상이 준비되어 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진지하고, 행복했던, 우리가 사랑한 그 시절 설리가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배웅한다. 설리는 진리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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