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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웰니스페어 2023] ‘서촌에 이런 곳이’… 겸재 정선이 그린 아름다운 수성동계곡

입력 : 2023-09-24 17:40:11 수정 : 2023-09-24 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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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 이런 멋진 계곡이 있는 줄도 몰랐네요.”

 

경복궁에서 내려 마을버스 9번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 생각지도 못한 멋진 계곡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런 장소가?’ 할 정도로 운치 있다. 주인공은 바로 ‘수성동계곡’이다.

 

마을버스를 타도 좋지만, 아기자기한 길을 따라 구불구불 걸어와도 재미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주택가의 끝자락, 인왕상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앞을 보니 어느새 계곡 입구다. 

설재우 로컬 크리에이터가 월드 웰니스관광페어 인 서울 2023 프로그램에 참여, 수성동계곡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23일 오전 8시 30분, 이른 주말 아침 수성동계곡을 찾았다. 이날 ‘서촌 토박이’ 로컬 크리에이터 설재우 씨와 함께 수성동계곡을 둘러보고, 명상에 나서본다. 이는 ‘월드 웰니스관광페어 2023’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됐다. 도심 속 아름다운 계곡에 앉아 물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웰니스’다. 이미 강아지 산책을 위해 나온 주민들,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인다.

 

이날 수성동계곡 산책에는 10대 학생부터 40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부자지간, 부부, 친구, 사진을 담기 위해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태원 씨(31)는 “서촌 일대에 오래 살았었는데, 수성동계곡은 처음”이라며 “이제라도 알게 돼 새롭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수성동 계곡을 둘러보는 참가자들. 사진=전경우 기자

설재우 크리에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산책에 나선다. 수성동계곡의 유래를 알아보고, 물소리를 들으며 명상할 예정이다. 그는 “수성동계곡은 인왕산에서 흘러 내려와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계곡으로, 계곡의 물소리가 크고 맑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당시 이곳 동네 이름이 수성동(水聲洞)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성동계곡은 조선시대 ‘배산임수’ 명당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있다보니 왕족과 사대부, 중인이 자주 찾던 계곡이었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가 이곳을 그림과 시로 소개했다. 요즘 말로 하자면 ‘크리에이터’들의 핫플레이스였던 것.

 

1971년 옥인시범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잠시 경관을 잃어버렸지만, 40년 후인 2012년 수성동계곡이 문화재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아파트를 철거하고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옥인시범아파트 흔적’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과거를 보여주고 있다.

설재우 크리에이터가 수성동계곡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계곡을 지나 정자로 향하는 참가자들. 사진=정희원 기자

지난 20일 서울에 많은 비가 내려서인지 계곡에 물이 많다. 이곳은 평소 물이 많은 계곡은 아니다. 계곡은 190m 정도, 발을 겨우 적실 정도다. 하지만 넓은 바위에 앉아 푹 쉬었다 가기에는 손색이 없다. 신발을 벗고 발을 담기에는 충분하다. 이미 인왕상 정산까지 다녀온 젊은 대학생들이 계곡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왕산 등산을 마친 대학생들이 수성동계곡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수성동 계곡을 찾은 월드 웰니스관광페어 인 서울 2023 참가자가 물에 손을 담가보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설재우 크리에이터에 따르면 옛 선비들이 좋아했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곳 계곡의 물소리다. 그는 “동네 주민들도 이 근처를 찾아 자주 명상하고, 생각을 정리한다”며 “계곡 흐르는 물의 소리에 잠시만 귀 기울여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이는 명상을 돕는 사운드 테라피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인근의 정자에, 바위에 앉아 귀를 기울여본다. 물장난을 치고 바위를 들어 가재와 물고기를 찾아보며 도심 속에서 웰니스를 만끽한다.

 

수성동계곡 일대를 더 풍성하게 즐기는 팁. 청운공원~수성동계곡~사직근린공원으로 이어지는 2.5km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돼 등산 없이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다. 인왕산자락길 중간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서 서울의 전망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 포인트다.

 

한편, 지난 21일 개막한 ‘월드 웰니스관광페어 인 서울 2023’은 ‘웰니스의 도시, 서울’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세계일보가 주최하고 서울관광재단, 한국관광공사, 세무회계여솔, 힐리언스 선마을이 후원한다.

 

◆설재우 크리에이터가 소개하는 수성동계곡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

 

수성동계곡에서 도보로 5분정도면 이를 수 있는 문화 명소가 많다.

박노수 화백이 살던 집은 박노수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사진=정희원 기자

▲박노수가옥

 

조선 후기 문신 윤덕영(1873∼1940)이 딸을 위해 세운 집이다. 1938년대에 완공된 2층 벽돌집이다. 한옥과 양옥의 건축기법 외에 프랑스식 건축을 절충했다. 안쪽에 벽난로를 3개나 설치하는 등 호사스럽게 꾸며 놓았다.

 

윤덕영은 친일파의 한 사람이다보니 ‘적산가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설 크리에이터는 박길룡 건축가의 작품으로서 의미가 깊다고 말한다. 1973년부터 화가 박노수가 사들여 살았다. 2013년 박노수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윤동주 시인이 살던 하숙집 터. 사진=정희원 기자

▲윤동주 시인 하숙집 터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시절 머물렀던 하숙집 터. 1941년 5월부터 9월까지 ‘종로구 누상동 9번지’에서 살았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평소 시인이 존경하던 소설가 김송의 집이다. 윤동주 시인은 불과 다섯 달 정도의 짧은 기간 머물렀지만, 이 하숙집에서 ‘별 헤는 밤’과 ‘자화상’을 포함해 주옥같은 열 편의 시를 써냈기에 오늘날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되새겨진다. 윤동주 시인은 ‘밥이 맛있는 하숙집’을 찾다 존경하는 김송 시인의 하숙 광고를 보고 바로 이곳으로 하숙집을 결정했다고 한다.

 

시인의 벗이자 당시 룸메이트였던 정병욱 서울대 교수는 “아침 식사 전에 누상동 뒷산 인왕산 중턱까지 산책하고, 산골짜기 아무 데서나 세수한 뒤 방으로 돌아와 청소를 끝내고 조반을 마친 뒤 학교에 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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