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무너진 신뢰…KCC, 전주 떠나 부산으로

입력 : 2023-08-30 15:36:33 수정 : 2023-08-30 20:47:54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진=뉴시스

 

예고됐던 이별이다.

 

프로농구 KCC가 22년 만에 전주를 떠난다. 부산으로 둥지를 옮긴다. 프로농구연맹(KBL)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이로써 KCC는 전신 시절 포함 연고지를 2차례 이상 이전한 역대 2번째 팀이 됐다. KCC가 연고지를 옮기면서 프로농구에는 호남 팀이 없게 됐다. 최형길 KCC 단장은 “22년 동안 사랑해준 전주 팬 분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부산에서 열심히 해 많은 관중을 불러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화려했던 기억, 뜨거웠던 인기

 

KCC는 KBL리그를 대표하는 인기구단 중 하나다. 2001년 5월 대전 현대를 인수한 뒤 전주에 정착했다. 걸출한 스타들을 대거 배출했다. ‘컴퓨터 가드’ 이상민에서부터 추승균, 조성원 하승진, 김태술 등이 KCC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2022~2023시즌까지 전주체육관을 홈으로 사용하며 팬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2차례 정규리그(2015~2016, 2020~2021시즌), 3차례 챔피언결정전(2003~2004, 2008~2009, 2010~2011시즌) 우승을 노래했다. 

 

팬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가는 곳마다 팬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 기준 경기당 3062명의 평균 관중을 동원했다. SK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새 시즌을 향한 기대치도 높다. 허웅, 이승현, 라건아 등에 최준용까지 가세하면서 ‘국가대표 라인업’이라 할 만한 전력을 꾸렸다. 여기에 이상민 전 감독이 코치진으로 합류하면서 관심은 더 높아졌다. 연습경기임에도 팬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사진=뉴시스

 

◆ 낙후된 시설, 무너진 신뢰

 

그럼에도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홈구장이다. 1973년 지어진 전주실내체육관은 50년이 지난 만큼 많이 낡았다. 편의성은 둘째 치고 안전성 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KCC가 2015~2016시즌을 마친 뒤 수원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추진한 까닭이다. 당시 전주시가 2023년 12월 체육관 신축을 약속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전주시는 최근 체육관을 지으려던 부지 인근에 프로야구 2군 경기장 건립을 추진했다. 설상가상 체육관 부지를 소유한 전북대가 국책사업(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2025년까지 정리를 요구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뒤늦게 전주시가 2026년까지 체육관을 짓겠다며 붙잡았지만 이미 신뢰는 떨어진 상황이었다. 최형길 단장은 “전주시와 더 이상 같이 하기 힘든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 부산에서 다시, 영광을

 

부산에 입성하는 KCC는 사직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과거 KT가 쓰던 곳이다. 여자프로농구 BNK와 함께하게 됐다. 부산시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부산에서 농구 붐을 일으킬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주시는 “어처구니없는 처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전주시는 “KCC는 전주시와 팬들에게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면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이전을 추진했다”고 맹비난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