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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힐링과 로맨스…‘갯마을 차차차’ 성공의 의미

입력 : 2021-10-31 13:12:22 수정 : 2021-10-31 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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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종영됐다. 최종회 시청률 12.7%(AGB 닐슨). 그 자체로도 성공적이지만,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의 성과가 더 인상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과 함께 차트를 휩쓸며 TV드라마 부문 월드와이드 3위까지 올랐고, 이후로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월 30일 현재도 11위 랭크다. 그런데 이 정도 성과라면 으레 종영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미디어의 각종 분석과 전망은 현재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다. 종영 직후 불거진 주연배우 김선호 사생활 스캔들 탓이다. 온통 김선호 스캔들로만 미디어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갯마을 차차차’는 어느새 진지한 분석의 타이밍을 놓치고 초점에서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갯마을 차차차’는 사실 ‘좀 더’ 분석돼야 할 콘텐츠다. 지금처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슈에 덮여 그대로 넘어가 버려선 곤란하다. 아직 더 거론해볼 만한 구석이 많다.

 

 ‘갯마을 차차차’는 방영 내내 ‘힐링 로맨스’ 드라마로 불렸다. 여기서 ‘힐링’은 도시가 아닌 지방 바닷가 마을 무대로 자연이 어우러진 삶을 다룬 측면이고, ‘로맨스’는 그대로 로맨스다. 여기서 후자부터 생각해보면, 역시 2000년대 한류(韓流) 열풍 시작은 이 로맨스 드라마였단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파가 스며든 로맨스다. 이들이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부터 시작, ‘겨울연가’ 기점으로 아시아 최대시장 일본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비로소 한국은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한류의 시작이자 변치 않는 방어선이 바로 이 로맨스 드라마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한 달여 간 넷플릭스 흥행지표를 보면 상황이 좀 더 흥미진진해진다. 언급했듯 ‘갯마을 차차차’는 기존 한류 중심이었던 로맨스 드라마다. 그런 만큼 기존 한류 텃밭이었던 아시아지역을 철저히 공략했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선 ‘오징어 게임’이 1위에서 내려간 자리를 ‘갯마을 차차차’가 대체하는 흐름까지 일어났다. 그리고 국내 자본으로 국내 방송사를 위해 만들어진, 여러모로 전통적인 콘텐츠기도 하다.

 

 반면 ‘오징어 게임’은 새로운 한류다. 그간 ‘시그널’ 등 케이블TV에서 주로 시도된 장르드라마를 한층 진화시켜, 막대한 제작비와 표현 및 창작의 자유를 양껏 부여해 내놓은 콘텐츠. 그리고 ‘킹덤’ ‘지옥’ 등 이미 장르에 익숙한 영화산업인력을 동원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지난 한 달간 넷플릭스 공간에서 한국 드라마는 해외 기존 텃밭 시장이 요구하는 전통적 히트 콘텐츠와 그간 닿지 못했던 시장까지 노리는 새롭고 도전적인 콘텐츠 양쪽을 함께 구비해 파죽지세로 세계시장을 누볐던 셈이다.

 

 위 두 방향 모두 지금의 한국 드라마 글로벌 진출 상황에서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투트랙 흐름이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과 함께 텃밭 다지기도 안정된 상업적 발판으로서 필수불가결하다. ‘오징어 게임’만큼이나 ‘갯마을 차차차’ 성과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같은 비중으로 요구된단 얘기다. 양쪽의 진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한편, ‘힐링’ 측면은 좀 더 까다로운 문제다. 이른바 ‘지방의 삶’ 조명 차원에서 땅끝마을 해남 배경 SBS ‘라켓소년단’이 비슷한 시기 방영되는 바람에 어떤 전환점처럼 다뤄지기도 했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 드라마를 수도권 무대로만 진행하던 고질적 문제는 2000년대 들어, 특히 2004년 전주 배경 MBC ‘단팥빵’ 성공 이후 꾸준히 개선돼왔다. 2012년이 되자 부산서 올 로케한 KBS2 ‘해운대의 연인들’과 MBC ‘골든타임’이 동시기 방영되기도 하고, 그해 내내 SBS ‘패션왕’과 ‘옥탑방 왕세자’, KBS2 ‘적도의 남자’, MBC ‘더 킹 투하츠’, tvN ‘응답하라 1997’ 등이 일부라도 부산을 담아 1년 내내 부산 모습이 드라마에서 끊이질 않는단 얘기까지 나온 바 있다. KTX 등 교통편 진화도 한몫했지만, 홍보 효과를 노린 지자체 지원이 지방 배경 설정을 용이하게 한 부분도 크다.

 

 그런데 지금은 그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지금은 도시화가 덜 된 농어촌 중심, 단순 ‘힐링’ 공간으로서 지방 배경이 등장하는 추세다. ‘갯마을 차차차’와 같은 포항을 배경으로 한 KBS2 ‘동백꽃 필 무렵’ 등 예가 많다. 물론 예전 같으면 이런 접근도 비판에 직면하곤 했다. 실제 농어촌민들 현실은 다루지 않고 그저 판타지적 힐링 코드로만 농어촌을 소비시킨단 비판 말이다. 실제로 전설적 농촌드라마 MBC ‘전원일기’가 1990년대 들어 그런 비판에 직면, 콘셉트를 농촌 현실 고발로 선회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비판마저 사그라질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도시지역 인구비율은 2019년 기준 무려 91.8%까지 치솟아있다. ‘전원일기’가 시작됐던 1980년 68.7%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탁 트인 바다 등 자연과 맞닿은 풍광은 점점 주류 시청자들에 현실로서 다가오지 않고, 그야말로 판타지적 힐링의 공간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구과소 현상을 맞은 농어촌 지역 역시 관광 상품 개발로 새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이제 그런 판타지 공간화를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서로의 니즈가 그렇게 만난다.

 

 더 흥미로운 점은, 해외 시청자들도 이 같은 힐링 공간으로서 한국 농어촌 배경에 대단히 반응이 좋단 점이다. 각종 SNS에 게시되는 해외 시청자들, 특히 서구권 시청자들 반응은 꽤 일목요연하다. 자신들 콘텐츠엔 이렇듯 농어촌 배경 드라마가 거의 없다는 것. 돌이켜보면 이런 식 농어촌 ‘힐링’ 드라마는 한국 외에 일본 정도나 꾸준히 만들고, 그나마도 일본드라마는 시추에이션 형식 인정극 서사에 갇혀 한계가 뚜렷한 측면이 있다. ‘힐링 로맨스’란 의외로 ‘안 하는 걸 한다’는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콘셉트란 얘기다.

 

 이렇듯 ‘갯마을 차차차’ 성공담에서 대표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크게 둘이다. 먼저, 한류 기반이었던 신파적 로맨스 드라마를 절대 소홀히 여기거나 그 상업성을 저평가할 수 없단 것. 또 현대도시물만큼이나, 어쩌면 현대도시물이 점점 사회파적 리얼리즘으로 치달을수록 더더욱, 그에 대응하는 판타지 공간으로서 농어촌 지방 배경 ‘힐링물’도 충분히 글로벌시장에서 역할 할 수 있단 점이다. ‘오징어 게임’ 대성공에 모두가 들뜬 지금일수록 더더욱 이 같은 측면에도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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