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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예’ 임수향 “키스신, 누구보다 원했어요” (인터뷰①)

입력 : 2020-11-01 09:14:00 수정 : 2020-11-01 18: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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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임수향이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정통 멜로를 제대로 만끽했다.

 

최근 종영한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는 한 여자를 지켜주고 싶었던 형제와 운명 속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극 중 오예지(임수향)은 서환(지수)과 서진(하석진) 형제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물이었다. ‘내가예’는 장르물의 홍수 속에 갇혀버린 안방극장에서 ‘정통 멜로’의 진수를 보여줬고, 배우들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절절한 멜로 라인을 완성했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임수향은 “깊이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예지와 함께 울고 웃으며 봐주신 시청자분들에게 감사하다”라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오예지는 기구한 인물이었다. 교생으로 서환(지수)과의 첫 만남을 가진 미대생, 그 이면엔 고립된 과거와 아픈 가족 관계가 깔렸었다. 감정 소모가 큰 인물이었다. 임수향은 “감정이 굉장히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 인물이다. 사건이 많은 드라마가 아니라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며 보는 드라마라서 지루하지 않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가혹한 현실에 눈물을 흘려야 했고, 가끔 찾아온 기쁨에도 눈물을 흘렸다. “예지가 울어도 결국 내가 우는 거니까, 예지의 삶이 몸소 체험되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할 만큼 울고 또 울었다. 4회까지의 대본을 보고 들어간 작품이지만, 4회 전후로 작품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임수향은 “이 정도로 깊을 줄은 몰랐다. 내 생각보다 인물의 상처가 더 깊었고, 사연도 더 깊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찰나의 ‘청춘 멜로’를 꿈꿨던 그는 증폭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감당해야 했다. 전작 이후 ‘말랑말랑한’ 작품을 하고 싶었던 그였지만 정통 멜로 ‘내가예’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했다. 

‘내가예’ 출연을 결정하면서 임수향은 목표를 설정해 뒀다. 그래서인지 오예지는 ‘연기할 맛 나는’ 캐릭터였다. 오예지를 통해 멜로 장르와 작품의 색깔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대로 작품 준비에 돌입했다. 스무살 무렵, 배우를 처음 시작할 때 만난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 대본을 분석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선생님을 만나 대본을 통으로 외워버렸다. 임수향은 “그 정도로 연기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예지의 감정이 조금만 다르게 표현해도 의미 달라지니까. 시적인 대사들이 많아서 더 집중해서 준비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최종회에서 오예지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엄마와 외딴 지역에서 새 삶을 시작했고, 서환(지수)과 서진(하석진)은 각자의 마음 깊숙한 곳에 오예지를 추억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갔다. 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설정과 아슬아슬한 전개에 결말을 향한 관심이 높았던바. 임수향은 결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사실 결말이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었어요. 사실 환이와 (연결)되어도 그렇잖아요.(웃음) 예지가 너무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냐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예지가 환이에게 ‘너에게 가족을 잃게 할 수 없다’라고 말하잖아요. 예지만 생각했다면 도망갈 수 있지만, 환이한테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게 할 수 없는 거죠. ‘사랑한다’는 말이 예지의 이기심 일지도 몰라요. 사랑한단 말을 들었을 때 환이의 심경 변화도 있었을 것 같고요.”

 

임수향이 상상한 엔딩은 다음과 같다. 먼 훗날 중년이 된 예지와 환이가 헤어진 그 역에서 멀리서나마 다시 재회하는 열린 결말. “나중에라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다”라고 말한 임수향은 이내 “그런데 시동생이니까….”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절절한 정통 멜로에 그 흔한 키스신 하나가 없었다. ‘내 인생 망치고 싶다’는 격한 서환의 대사에도, 끝끝내 이별을 택한 두 남녀의 눈물의 작별에도 진한 포옹으로 대신했다. 인터뷰 중간 시청자의 열띤 반응을 전하자 임수향이 더욱 흥분해 말을 이었다. 시청자의 ‘키갈(키스 갈겨)’을 향한 열망도 인지하고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작가님께 물었어요. 키스신 한 번 없냐고요. 지금껏 멜로를 찍으면서 남자 주인공이랑 키스 한 번 안 해본 건 처음이거든요. 상상으로라도 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죠.(웃음) 그렇지만 관계가 가지고 있었던 벽이 워낙 컸어요. 학생과 선생님으로 만나 가족이 됐잖아요. 진입장벽이 있었죠. 예지와 환의 관계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사실 누구보다 ‘키갈’을 원했어요. 갈기진 못했지만(웃음), 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눈빛이 딱 마주쳤을 때 정말 만지고 싶고 키스하고 싶다는 순간들이요. 마지막 이별 장면도 그랬어요. 예지와 환의 입장에서는 너무 원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선을 넘지 않았고, 그래서 아름답게 끝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혼돈의 이 설정이 ‘실제 상황’이었다면 임수향은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곧장 “저는 혼자 살래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낸 임수향은 “사실 나라고 해도 예지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마음속에 품어서 예쁜 사랑이 있지 않나. 그런 존재로 남겨뒀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련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처럼 말이다. 

 

후반부 서환을 향한 사랑을 인정했지만, 서진을 향한 사랑도 있었다. 임수향은 “다른 사랑인 것 같다. 처음부터 진이를 좋아한 건 아니지만 진이가 주는 짜릿함이 있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예지에게 가족을 만들어 줄 ‘어른 남자’. 소중한 가족을 잘 지키고 싶었을 예지는 그 힘으로 7년을 기다릴 수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반면 서환은 마음의 안정을 주는 사랑, 자신과 같은 아픔이 있고, 보듬어 줘야 할 것 같은 남자로서의 사랑이었다. 

 

‘내가예’ 배우들은 대본을 보며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묘사했다. 사뭇 진지하고 감성적인 대사는 보통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구어체의 말투보다 책 속에서나 볼 법한 문어체의 말투로 느껴졌다. 임수향은 “사실 연기하기는 어려웠다. 드라마 자체가 소설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게 대사가 주는 힘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면서 어떻게 보면 올드할 수도 있지만, 그게 우리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의미를 찾았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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