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황현희의 눈] ‘가황’ 나훈아의 대단한 파급력

입력 : 2020-10-04 16:31:50 수정 : 2020-10-04 16:31:4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번 추석 기간 방송계는 그야말로 나훈아로 시작해서 나훈아로 끝났다. 제작 환경의 어려움 때문인지 이번 추석은 제대로 제작된 파일럿 프로그램하나 못 봤다. 레트로라고 해 옛날 영상을 다시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렀던 방송국의 특집 방송들이 나훈아 콘서트라는 큰 ‘한 방’에 호평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마치 한 줄기의 빛 같았다. 오랜만에 KBS가 KBS다웠다. 공영 방송의 역할을 톡톡히 했단 평가가 많다.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났다. 트로트의 광풍이 더해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전국 시청률은 29.0%로 집계됐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시청률이다.

 

한 명의 예인이 그 어떤 정치인과 지식인보다도 커다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의 발언 역시 화제다.

 

“역사책을 봐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나라를 누가 지켰느냐 하면 바로 국민 여러분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여러분 기대하세요. KBS가 거듭날 것입니다”라는 말을 방송국의 한가운데서 당당히 뱉었다. 

 

그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인 해석도 더해졌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는 맞지 않아 보인다. 그의 목소리는 분명 코로나 19로 지친 대한민국의 마음을 달랬고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수의 황제’로서 그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한 것이고 그 뒤에 붙여 나오는 말들은 그저 각각의 해석일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오랜만에 국민의 지친 마음을 달래 준 이 공연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토를 달고 각자 유리한 입장으로 해석하기 바빠 보인다. 그저 이슈에 숟가락을 얹으려 급급한 모습이 더욱 꼴사나워 보인다. 문화를 문화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세다. 우리는 그의 노래를 듣고 기뻤고 감동했고 노래 한 구절에 부모님을 떠올렸고 고향을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랑을 생각했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 받았다. 그걸로 된 것이다. 여기에 또 편을 갈라 해석을 덧붙인다면 그것만큼 흉한 모습은 없을 것이다. 

 

경상도 지역의 시청률이 얼마가 나왔고 전라도 지역의 시청률의 얼마가 나왔으며 현 정부에 대한 소신 발언이라 정의 내리고 민심을 자극했느니 한 정치인과 비교하며 소크라테스를 두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논하며 떠들어 대고 국민에게 힘이 되어 주겠다는 말에서 자꾸 뼈를 찾아대는 모습들은 그만 넣어두었으면 한다.

 

우리는 문화인의 행동에 지나치게 많은 평가와 해석을 한다. 

 

이번 추석은 그냥 나훈아로 시작해 나훈아로 끝난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의 노래를 즐기고 느끼면 될 것이다. 그에게 ‘가황’이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무대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