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김재원 기자]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기생충’(봉준호 감독)은 2019년 5월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1년여 가까이 수상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혹자들은 오스카 수상에 이르며 방점을 찍었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시작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쾌거로 오스카와 칸, 골든글로브는 더 이상 남의 잔치가 아니다. 우선 수상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은 ‘기생충’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간 봉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고개를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봉 감독은 2000년대 ‘살인의 추억’과 ‘괴물’ ‘마더’ 등으로 국내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을 받았다.
이후 2013년 ‘설국열차’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물꼬를 텄다. ‘설국열차’(2013)의 포문은 전 세계를 향해 열려있었는데 이를 위해 CJ엔터테인먼트가 무려 400억원의 과감한 투자를 뒷받침했다. 할리우드 스타인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등으로 주요 출연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반응도 좋았다. 미국에서 최대 동시 250여개 상영관에 간판이 걸릴 정도였다.
‘옥자’(2017)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 상영을 통해 접근성의 문턱을 낮췄으며 작품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당시 뉴욕타임스 및 LA타임즈 등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 톱 10으로 선정했으며, 할리우드의 거장으로 꼽히는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의 찬사까지 더해졌다.
이제 ‘제2의 기생충’이 아닌 그 이상의 진화를 기대할 만하다.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두 작품을 구상 중이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일어나는 독특하고 무서운 사건을 다룬 호러 액션 작품과 미국에서 2016년 발생했던 일을 소재로 그리는 영화다. 특히 전자는 봉 감독이 2001년부터 아이디어를 짜온 작품으로 벌써 기대가 쏠리고 있다. 어떤 작품부터 메가폰을 잡을지는 오는 4∼5월경 결정될 예정이다.
수혜 영역은 봉 감독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봉 감독이 대한민국 영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가교 역할을 이룩한 데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기발한 상상력과 연출력이 뒷받침되는 대한민국 감독이라면 봉 감독보다 수월하게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오스카의 주역들은 금의환향이 예정돼 있다. 봉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주요 배우진은 다음 주 중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미국 현지에 있는 한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은 그동안 수상 스케줄로 인해 미루었던 미국에서의 개인 일정들을 소화하고 일주일 뒤쯤 돌아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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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기생충’ 해외용 포스터.
4관왕에 오르며 아카데미의 영예를 품게 된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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