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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반전’…‘기생충’, 한국 넘어 세계 영화사 다시 썼다 (종합)

입력 : 2020-02-10 14:36:49 수정 : 2020-02-10 14: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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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오스카의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냅니다.”(봉준호 감독)

 

 꿈은 현실이 됐고,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가 열광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기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 영화사와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는 사건이다. 

 

 ‘기생충’은 오스카로 불리는 아카데미에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 장편 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부문까지 총 6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4개 부문에 오를 것이라는 외신들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수상 결과도 마찬가지. 작품상은 물론이고 각본상·감독상·국제 장편 영화상 등 트로피를 네 번이나 번쩍 들어올렸다.

 

 제92회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이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최우식,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배우들과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 등이 참석해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기생충’ 수상마다 객석에서 우뢰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화면에 잡힌 배우들은 제각기 가슴 벅찬 표정과 행복한 웃음으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각본상으로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 쓰는 건 아니지만, 한국의 첫 아카데미 트로피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저희의 대사를 멋진 화면에 옮겨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배우들과 감격의 순간을 함께 했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은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다. 외국어 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수상이다.

 

 뒤이어 국제 장편 영화상 수상 소식도 전해졌다. 수상을 위해 무대로 오른 봉준호 감독은 “상의 이름이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꼈는데, 바뀐 이름으로 첫번째 상을 받게 돼 더더욱 기분이 좋다”며 “오스카의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함께 만든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여기 와 있다”며 전 배우진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했다. 이에 객석에 있던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박소담, 최우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에 선 봉준호 감독에게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바른손, CJ 등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마무리 했다.

 

 세 번째는 감독상이었다. 시상자로 나선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이 ‘봉준호’를 외치자 객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아시아계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기는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리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수상했다. ‘기생충’은 우리말로 된 순수한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봉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얼떨떨한 표정의 그는 “정말 감사하다.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책에서 읽었다. 그 말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었다”고 했다.

 카메라가 현장에 있던 마틴 스코세이지를 비추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브라보’를 연호했다. 

 

 봉 감독은 “제가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제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쿠엔틴 형님’(쿠엔틴 타란티노)도 계신데,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라고 외쳤다.

 

 봉 감독 특유의 재치가 담긴 수상소감이 이어졌다.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조커’)나 샘 멘데스(‘1917’) 등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이다.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오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며 “저는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큰 웃음을 끌어냈다.

 

 대망의 작품상 발표가 이어졌다. 작품상 후보로는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리틀 우먼’, ‘조커’,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꼽혔다. 숨 막히는 영상 공개의 시간이 지나고 불려진 제목은 ‘기생충’.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로 된 작품이 최고 상인 작품상을 받은 건 ‘기생충’이 최초다.  

 

 ‘기생충’ 제작을 담당한 곽신애 바른손 대표는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으로 “상상도 해본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져서 너무 좋고 기쁘다”며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그리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 든다”면서 감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투자배급을 담당한 이미경 CJ 부회장은 “이 영화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준, 참여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저희의 꿈을 만들기 위해 항상 지원해준 분들 덕분에 불가능한 꿈을 이루게 됐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더불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사례는 1955년 ‘마티’가 유일하다.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으며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아카데미에서 비영어권 영화는 10차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은 작품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작품상과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5개 영화 중에서도 둘 모두를 수상한 작품 역시 없었다. 

 

 ‘기생충’의 기록은 대한민국의 기록이자 아시아 영화계의 기록이다. 나아가 보수적인 아카데미를 뒤흔든 대이변이다. 작품상 수상작 중 배우는 물론 자본과 언어까지 모두 할리우드와 무관한 작품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뉴스1,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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