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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 “조화롭기에 아름다울 수 있었다”

입력 : 2019-08-28 10:10:00 수정 : 2019-08-28 19: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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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지진희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그러면서도 묵직한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고 자연스레 신뢰감이 더해졌다. ‘60일, 지정생존자’의 박무진 권한대행이 화면 밖으로 어떤 느낌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60일,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동안 존재했던 리메이크작의 실패 사례들로 인해 ‘60일, 지정생존자’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는 명작을 탄생시켰다. ‘60일, 지정생존자’는 원작의 기본 설정은 가져오되 한국 실정에 맞게 ‘로컬화’를 거쳤다.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대통령의 부재, 그리고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자리가 시청자들에게 원작보다 더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우리나라 드라마이기에 가능했던 ‘맞춤형’ 설정과 전개였다. 허준호, 손석구, 강한나, 배종옥, 안내상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묵직한 무게감을 더했고 그 중심에는 배우 지진희가 있었다. 

‘60일, 지정생존자’ 종영 후 스포츠월드와 만난 지진희는 유쾌하고, 또 유쾌했다. 작품을 끝낸 배우로서 만족감도 보였고, 순간순간 박무진의 고뇌하는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연기력 못지않게 지진희의 훈훈한 비주얼도 화제를 모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리더,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 데이터를 중시하는 과학자 사이를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우월한 셔츠핏과 피지컬이 여심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응을) 당연히 봤다”며 어깨를 으쓱한 지진희는 “수트가 우리나라 옷이 아니지 않나.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빈틈없는 자신감이었다. 

 

‘60일, 지정생존자’의 박무진은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지진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현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매 순간을 회상하며 그는 “편안한 분위기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들에 집중했다. 감사하게도 모든 배우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줬다. 촬영 내내 그랬고, 지금도 고마운 부분이다. 자칫 힘들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 참고 양보하고 배려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원작 ‘지정생존자’에 출연을 결정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지진희는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부터 ‘박무진’을 향한 애정과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를 캐스팅한 유종선 감독도 “박무진은 그냥 지진희”라고 말했을 정도다. 제작진도 배우도 무조건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는 자신감으로 작품을 뒷받침했다.

 

지진희는 사실 두 가지 생각을 했다. ‘객관적으로 누가 어울릴까’하는 궁금증 그리고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최면이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연결시켰다. 실수할 수도, 부족할 수도 있지만 출연을 결정하고 나니 스스로에게 고민보다 확신을 심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작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가 박무진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 지진희는 “원작처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을 부각하려 했다면, 드라마 자체의 결이 달라졌을 거라 본다. 그 부분을 특히 조심했다. 얼떨떨하지만 막 하지 않고 배워나가는 입장으로 소화하려 했다”고 답했다. “그래서 답답했을지도 모른다”며 시청자들을 이해하면서도 “그래서 주변 인물들과 상황이 중요했다. 모두가 연기를 너무 잘 해줘서 정말 고맙다. 더군다나 연기 스타일도, 분위기도 다 달랐는데 그게 잘 어우러져서 풍성해졌다”고 돌아봤다. 

‘60일, 지정생존자’를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다르다는 것’의 아름다움이다. 지진희는 “선과 악이 대결하거나 그를 주축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가 많이 있었고, 그것에 익숙해졌다”면서 “반면 우리 드라마는 박무진이 중심에 있긴 하지만 혼자 끌고 가지 않았다. 주변 인물들이 박무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두고 성장해갔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아름다움’은 각자의 성격에 따라 배우들이 연기의 장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후배들에게 그런 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선배로서 뿌듯함이 생기는 촬영 현장이었다. “감독님이 단 한 명도 허투루 캐스팅하지 않았다. 다 다른 설정으로, 차별화된 오디션을 봤다. 익숙한 인물들도 많지만 새로 보게 된 인물도 많았을 거다. 새로운 인물들이 그 위치에서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도 즐거웠을 거라 생각한다. 아름답다는 건 조화로웠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60일, 지정생존자’의 박무진은 우리 사회의 ‘리더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박무진은 하루아침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인물의 고뇌와 성장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고, 부담감 대신 노력을 더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그런 박무진을 연기한 지진희에게 ‘리더의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먼저 그는 우리 사회가 ‘수평 구도’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는 모든 사회가 수직 구조다. 회장님 다음 사장님 등등. 인간은 평등하다고 배웠는데 생각해보면 괴리를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는 리더가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오래전 촬영 현장에서 목격한 수평 구도의 예를 들었다.

 

“중국에서 영화 ‘퍼햅스 러브’(2006)를 촬영하면서 크게 느꼈다. 당시 메가폰을 잡은 진가신 감독님은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그 누구에게도 미루지 않으셨다. 커피도 스스로 타드셨고, 모든 스태프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수평적인 현장이었다. 반면 우리는 너무나 수직 구조 아래 살아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 싶으면서 속상하더라. 수평적으로 살아가기엔 선후배, 나이, 학벌 등 제약이 너무 많다.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져 있고, 나누는 걸 너무 좋아한다. 크게 보면 그저 인간일 뿐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그래서 리더는 수평 구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장 선상으로 박무진 권한대행이 모든 임무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비서진들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참된 리더의 모습이었다. 지진희는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눈물이 나면서 희한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내 할 일을 다 하고 떠나는 입장이었고, 그분들은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묵직한 저음과 아슬아슬한 눈빛, 딱 맞는 수트발까지 지진희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내는 배우다. JTBC ‘미스티’(2018), SBS ‘애인 있어요’(2016) ‘따뜻한 말 한마디’(2014) 등 출연작들을 통해 ‘중년 멜로’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는 “나도, 많은 PD님이나 작가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어떤 배우가 하든 다른 느낌이 나겠지만, 내가 연기했기 때문에 나만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엔 젠틀한 캐릭터를 많이 소화한 점에 대해서는 “아마 나이 때문이 아닐까” 예상했다. 젊은 배우들과 같은 역할을 할 나이는 지나갔고, 좋게 생각해 ‘나이에 맞는 모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시청률이었지만 지진희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 모두 ‘정치 드라마치고 잘 나온 시청률’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지진희는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20대들이 많이 봐줬다는 점이 고마웠다”고 했다. 방영 시간인 9시 반에 본 방송을 챙기기도 쉽지 않다며 시청자들을 걱정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지켜봐 준 외국인 시청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이끌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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