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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B다이어리] 한화에 가장 필요한 ‘강박관념 버리기’

입력 : 2019-05-09 05:03:00 수정 : 2019-05-09 0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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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문학 권영준 기자] ‘내가 잘해야 한다.’

 

한화가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모두가 무거운 중압감에 눌려있는 모습이다.

 

한화는 문학 SK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2경기 모두 10실점 이상 허용하는 대패였다. 선발이 무너졌고, 타선은 침묵했다. 간간이 터진 홈런포 덕에 영봉패는 면했지만, 분명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SK와의 2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일단 선발투수들이 SK 타자의 기에 완전히 눌려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7일 선발 등판한 좌완 김범수와 8일 마운드에 오른 김민우의 투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무기력한 공은 전혀 아니었다. 염경엽 SK 감독이나 한용덕 한화 감독 모두 "투구보다는 타자들이 잘쳤다"고 평가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코너워크나 구속 모두 생각만큼 잘 이뤄졌다.

 

그런데 한화 선발진은 SK 타선에 집중타를 맞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SK 타선의 타격감은 완연한 상승세를 탔다. SK의 팀타율은 3~4월 0.238에 머물렀다. 그런데 5월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한화와의 3연전 전까지 5경기를 치러 0.289로 확 치솟았다. 한화와의 2경기를 포함하면 0.318로 더 오른다. 현재 흔들리는 한화 국내 선발진으로는 틀어막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문제는 한화 투수진이 이를 인식하고 공을 던졌다. 어떻게 해서든 틀어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도망가듯 피칭을 하다 보니 볼카운트가 몰렸고, 그 과정에서 난타를 당했다. 지난 7일 경기 기록에서 드러난다. SK 타선은 볼카운트 2S에서 0.000(3타수 0안타), 1B2S에서 0.000(4타수 0안타), 2B2S에서 0.000(5타수 0안타)였다.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안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 반대로 한화 투수들도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SK 타선을 압도했다.

[OSEN=고척, 최규한 기자] 23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1사 1루 상황 한화 투수 김민우가 마운드를 내려가며 송진우 코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dreamer@osen.co.kr

그런데 반대의 상황에서는 극과 극이었다. 볼카운트 3B2S에서 SK 타선의 타율은 0.667이었다. 3타수 2안타(모두 2루타)에 볼넷이 4개였다. 또 하나 1B 상황에서도 타율이 0.600이었다. 5타수 3안타인데 2루타 2개와 홈런 1개였다. 즉 볼카운트가 몰리면서 스트라이크를 꼭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안타를 맞았고, 이 안타가 모두 장타였다는 뜻이다.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한화 타선의 타율은 0.262로 10개 구단 중 5위에 올랐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득점권 타율 역시 0.289로 4위이다. 3위 SK(0.294)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 득점권 타율에 맹정이 있다. 바로 중심타선의 득점권 타율이다. 득점권 타율 개인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20위까지의 범위 안에서 한화의 중심타선은 1명도 없다. 정은원만 유일하게 0.378로 7위에 올라있다.

 

이는 문제가 크다.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중심타선이 그만큼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20위 기준이라면 10개 구단 중 최소 1∼2명의 중심타선에 위치한 타자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두산의 경우 김재환 박건우 페르난데스 클린업트리오가 모두 20위 권에 들어있고, SK 역시 최정과 정의윤이 올라있다. LG는 채은성, 키움은 박병호, NC는 양의지가 있다. 

 

이 역시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 김태균 역시 3할대 타율을 기록했지만, 득점권 타율이 낮았다.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해 2군으로 잠시 내려갔다. 김태균은 이번 스프링캠프 훈련은 물론, 경기 후 그라운드에 남아 특타까지 진행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그 부담감이 너무 컸다.

 

한화는 투타에서 모두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투타에서 혼란의 시기를 겪은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투수 권혁이 두산으로 떠났고, 이용규가 돌연 트레이드 요청으로 팀 분위기를 흔들었다. 그래서 선수단 사이에서 ‘내가 더 잘해야 팀이 산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들어왔다.

 

권혁이나 이용규는 냉정하게 말해 현시점이나 미래관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아니다. 이들이 온전히 남아 있다고 해서 팀 순위가 2∼3계단씩 올라가지 않는다. 냉정하게 한화의 현 전력은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길이 최상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상위권 팀을 상대로 온전한 맞대결을 펼치기 힘들다. 그렇다면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부담감, 그리고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놔야 한다. 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 과감하고 즐기는 야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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