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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06 11:06:43, 수정 2017-12-06 15:18:35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프로듀스 48? 일본과 한국은 다른데

  • 11월29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7 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서 한일 양국 아이돌 팬들을 경악케 한 기획이 발표됐다. ‘프로듀스 48’. AKB48 등 일본 대표 걸그룹들을 프로듀스한 아키모토 야스시 기획사 AKS와 M.net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만나는 기획이다. 정확히는 AKS 48그룹의 ‘한국지점’ 기획이며, 그 선발과정을 ‘프로듀스 101’로 방송프로그램화 하겠단 발상이다.

    AKS는 현재 일본 내에서 도쿄 베이스 AKB48 외 각 지역 별로 SKE48, NMB48, HKT48, NGT48, STU48 등 ‘지점그룹’들을 운영하고 있고, 해외에도 인도네시아의 JKT48, 태국의 BNK48, 필리핀의 MNL48, 대만의 TRE48 등 지점이 더 있다. 해외지점들은 현지기업에서 일본 AKS와 합작하는 형식으로 설립된다. AKS에서 AKB48 포맷과 콘텐츠 판권, 사업 노하우 등을 판매하고, 현지기업에선 자본을 투입해 운영을 맡는 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갈등도 빚어진다. 예컨대 중국의 SNH48은 결성 초기부터 운영상 마찰이 빚어지다 지난해 지점관계를 털고 독립했다.

    어찌됐건 현재 AKS 측 오피셜에 따르면, ‘프로듀스 48’은 48그룹 핵심인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즉 전용극장 운영 개념과 ‘프로듀스 101’ 핵심인 ‘국민이 뽑는 아이돌’ 개념의 합성이란 입장이다. 사실 그 둘이 만난다면 그거 외엔 다른 결합조건이 나오기가 힘들다.

    일단 흥미로운 기획인 건 맞다. 한일 문화교류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2017 MAMA에서의 발표와 함께 이미 양국 아이돌 팬층으로부터 주목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일본 야후재팬에선 실시간 검색트렌드 1위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동시에 한일 양국에서 모두 반응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략 한국에선 지금 세계에서 K팝 아이돌이 가장 잘 나가는데 뭣 하러 일본아이돌 지점까지 들여오느냐는 비판, 그리고 일본에선 혹 프로그램과 그룹이 실패했을 경우 돌아올 수치심(?) 정도를 우려하는 듯하다. 결국은 양국 모두 ‘자존심’ 차원 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프로듀스 48’의 진정한 문제는 사실 그런 의식적 차원에 있는 게 아니다. 실제적 운영 차원에서 이미 양국 간 아이돌산업 구조 문제가 존재한다. 먼저, 48그룹의 기본인 40여명 규모 초대형 그룹 문제를 돌아보자. 이게 문제인 점은, 이 정도 초대형 그룹은 실질적으로 ‘관리’가 안 된단 점이다. 이러면 멤버들 팀워크 향상과 생활관리 차원에서 행하는 한국식 숙소 개념이 가장 먼저 깨진다.

    물론 미디어 주력으로 서는 10여명 안쪽을 따로 선정(AKB 식이다)해 합숙시킨단 개념도 나올 순 있다. 그러나 미디어 멤버 역시 기존 AKB 운영방식대로라면 매년 총선거를 통해 계속 바뀐다.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메이저, 마이너 멤버 방 나누는 식 방송용 발상을 고정운영방침으로 삼겠단 얘기다. 혼란만 가중되기 쉽다. 그럼 결국 ‘각자 자택’에서 살면서 스케줄 소화 역시 각자 알아서 대중교통 등을 통해 집결하는 방식 외엔 없다.

    이러면 일단 한국 아이돌 특유의 높은 퀄리티 퍼포먼스에도 자연스럽게 지장이 올 수밖에 없다. 숙소=팀워크=퍼포먼스 퀄리티란 개념이 무너진다. 거기다 멤버들의 각종 사생활 관련 노출 시 갖가지 이미지 훼손과 이미지 소모를 막을 길이 없다. 연예인 사진 한 장 혹시 폐가 될까 안 찍는 일본 환경이 아니다. ‘대포’를 든 사생팬들 기반으로 다져진 게 한국식 아이돌 팬덤이다. 그러니 궁극적으론 한국시장에서 한국대중의 소비심리에 적응해 진화한 ‘한국식 매니지먼트’ 개념 자체가 깨진단 얘기다.

    한편, 중심적 AKB48 요소로서 언급된 전용극장 운영계획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한국 공연시장은 일본만큼 발달한 게 아니다. 극소수 열혈팬층 제외하면 전용극장 상시공연에 꾸준히 참석할 만큼 그 문화에 친숙하지가 않다. 아이돌 공연시장이라면 더 그렇고, 그중에서도 걸그룹 공연시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쉽게, 한국은 웬만한 걸그룹들도 단독콘서트 한 번 제대로 열기 힘든 환경이란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지하아이돌, 지역한정 아이돌 등 수많은 군소 걸그룹들까지 공연시장에서 기능하며 버티는 환경이 아니다. 아이돌 나오는 뮤지컬 등장하면 인산인해 이룬다지만, 그래봤자 톱클래스 보이그룹 멤버 몇몇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이렇듯 공연시장 등까지도 보이그룹 중심으로만 그나마 불씨가 살아있는 이유가 있다. 한국선 보이그룹뿐 아니라 걸그룹마저도 여성소비층 중심으로 실질 판매구조가 성립돼있는 탓이다. 아이돌이란 상품 자체가 애초 여성소비층 중심으로 성립된다. 그러니 보이그룹이 선사하는 유사연애적 흡인력과 폭발력에 걸그룹은 당할 수가 없다. 최소 공연시장까지 열어줄 정도 동력은 안 된다. 걸그룹에 있어 남성층으로부터의 지지와 인지도는 행사나 광고모델 수주 등 부가시장영역에서 대중성 확보 차원으로만 기능하는 식이다.

    일본은 확실히 상황이 다르다. 걸그룹은 남성층 소비가 절대적이다. 그리고 화력 면에서 사실상 보이그룹에 대한 여성층의 그것 이상이다. 싱글판매 기준으론 가장 잘 나가는 보이그룹과 걸그룹 차이가 1:2 수준이다. 공연장 역시 K팝 걸그룹들 제외하면 남탕 분위기가 강하다. 그리고 열렬하다. 데뷔 20년차 로테이션 식 걸그룹 모닝구 무스메가 아직까지도 공연수익 베스트 10 안에 들어가는 이유가 있다. 남자들이 ‘문화’에 실제로 돈을 쓰고, 나아가 아이돌 문화에까지 그 소비심리가 뻗친다. 그를 바탕으로 AKB의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개념도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유사연애심리가 바탕이 돼야 그 정도 본격소비로까지도 이어진다. 동성으로서 갖는 동경심리 정도론 한계가 뚜렷하다.

    물론 48그룹 한국지점 기획엔, AKB 특유의 전략을 통해 지금껏 지지부진했던 남성소비층을 새롭게 ‘개발’해보겠단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다. 일종의 ‘도전’이다. 당연히 도전은 절대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그 이전, 한국의 아이돌 소비층 문제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성립된 ‘원인’ 정도는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한국남성층은 다분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아이돌 상품 등에 돈 쓰길 주저하는 편이다. ‘그런 데’까지 쓸 돈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질 성(性)선택 시 유리한 입지를 위해 자동차 등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돈이 많이 나가는 구조다. 개인여가 차원에서도 일본에 비해 음주문화 등에 쓰는 비중이 높다. 애초 일본남성층보다 승부욕 등 호전적 기질이 강해, 같은 문화 범주 내에서도 게임, 그 중에서도 상대와 승부를 가르는 온라인 게임문화에 더 열중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현실중시 태도 역시 강해서, 연애를 하면 했지 유사연애상품 등을 통한 본격레저는 꺼리거나 혐오하는 흐름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건 일본시장과는 그 작동생리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고 이런 근본적 생리 차원 문제는 걸그룹 하나가 툭 튀어나와 유도한다고 해서 쉽사리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물론 원론적으로 봤을 때, ‘아이돌’이란 같은 상품개념을 놓고 한일 간 합작품이 나온단 점 자체는 사실 나쁠 게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그렇게 48그룹 지점이 한국서 뿌리를 내리고 나면, 우린 오직 한국 것을 수입하기만 할 뿐이란 일본대중의 불만과 그에 따른 일본 내 혐한 분위기 저하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일반 상품시장과 달리, 문화시장에선 그런 식 ‘인정욕구’ 충족의 상호교환이 의외로 중요하다.

    그러나 ‘프로듀스 48’과 같은 ‘단순’ 결합은 문제가 있다. 지금은 그저 서로가 자국 내 인기 핵심 요소를 내밀어 레고 블록처럼 물리적으로 결합시킨 것에 불과하다. 절대 서로가 녹아드는 화학작용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굳이 48그룹 한국지점을 기획한단 입장이라면, 48그룹의 ‘다른 요소’, 즉 ‘자국 내’ 인기요소가 아니라 한국인들 취향에 맞는 인기 핵심요소를 따로 설정해 그 부분을 살리는 게 정답일 수 있다.

    예컨대, 한국 아이돌 팬층이 48그룹을 놓고 가장 관심을 집중하는 요소는 전용극장 공연 같은 부분이 아니다. 1년에 한 번씩 하는 ‘총선거’다. 팬들 투표를 통해 TV 등 미디어에 나가 활동할 주력 멤버들, 뮤직비디오 정도엔 얼굴이 비쳐지는 멤버들, 공연 시에나 그나마 볼 수 있는 멤버들 등이 다소 잔인한 형태로 ‘줄 세워’진다. 물론 집단 내 결속을 중시하는 한국 분위기에선 멤버들 간 불화 조장이란 비판도 존재한다. 팬들 본인부터가 안타깝고 짜증난다. 그러나 애초 ‘프로듀스 101’ 등이 떴던 이유도 바로 그런 줄 세우기 요소 덕택이었다. 안타깝고 짜증나지만, 동시에 자극적이고 몰입적인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 특유의 ‘승부형’ 엔터테인먼트 취향과 맞는 구석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 걸그룹 실질소비 중심을 맡고 있는 여성층이 이 같은 이벤트에 더 쉽게 몰입한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을 캐치해야 한단 얘기다. 한국에 토양 자체가 존재하질 않는 전용극장 같은 개념이 아니라 말이다. 한국서 활동할 그룹에겐 한국의 상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서로에 적응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흐름이 곧 가장 이상적인 문화교류다.

    어찌됐건, 우리가 잘 인식을 못 해 그렇지, 한국 아이돌산업 역시 어떤 의미에선 ‘고인 물’일 수도 있다. 최소한도 ‘프로듀스 48’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해외상품의 제대로 된 ‘도전’을 받아본 일이 없다. 가장 친숙하고 영향을 쉽게 주고받는 일본상품이 아이러니하게도 더 그렇다. 일본 대중음악상품은 현 시점 지상파방송 차원에선 실연(實演)이 아닌 경우 방송 자체가 안 되는 실정이다. 그러니 드물게나마 등장하는 이런 식 ‘도전’은, 성공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한국대중음악산업 체질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구석이 있단 얘기다. ‘프로듀스 48’을 통한 48그룹 한국지점 기획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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