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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나우 or 리빌딩' 표류하는 LG, 노선 설정이 먼저다

입력 : 2017-12-01 05:45:00 수정 : 2017-11-30 13: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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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결국 스토브리그에 LG를 둘러싸고 발생한 부정적인 여론은 구단의 방향성이 흔들리며 증폭됐다.

LG는 지난 2014시즌부터 꾸준히 세대교체를 진행해온 팀이었다. 2군에 머무르다 은퇴한 이병규, 2차드래프트 이적한 이진영은 물론 현재윤, 박경수, 정현욱, 최경철 등 많은 수의 베테랑들이 전력에서 제외됐다. 올해 고참급 5명이 한꺼번에 팀을 떠나게 된 것도 LG의 최근 행적을 비춰볼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팬심'은 예년 같지 않게 들끓고 있다. 벌써 일주일째 잠실구장에서는 LG 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과 같은 움직임에 이전과 같지 않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은 구단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2014년 이래로 두 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한 LG는 2017시즌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칼을 빼 들었다. 3년간 리빌딩을 진행해온 양상문 전 감독과의 재계약 대신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사령탑 교체는 팀컬러의 변화를 상징한다. 특히 삼성 사령탑 시절 통합 우승만 4차례 일궈낸 류 감독의 커리어를 고려하면 이는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낸 인사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류 감독 역시 자신이 LG에서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 이유로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LG가 23년 동안 우승하지 못해서 안타까웠다”라고 밝혀왔고, 이제는 프런트의 수장이 된 양상문 단장 또한 “감독을 도와 우승 전력을 지원하겠다”라며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윈나우’ 버튼을 눌렀다면 선수 수혈에도 통 크게 지갑을 열 가능성이 컸기에, 이번 FA 시장에서는 LG가 큰 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자연스레 등장했다.

그러나 막상 비시즌 보인 일련의 행보는 리빌딩에 편중돼 있다.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40인 보호 선수 명단을 작성하면서는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지키는 쪽을 택했고, 결국 베테랑 4명이 한꺼번에 타팀의 지명을 받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마무리캠프를 치르며 이 과정을 일본에서 지켜본 류 감독은 “그 선수들이 떠난 것은 아쉽지만, 훈련을 지켜보니 재능있는 선수가 많다. 3년 후엔 스타급으로 성장할 선수도 보인다”라며 더 멀리 초점을 옮겼다. FA 시장에서 외야수 최대어를 잡겠다던 호언도 머니게임에서 롯데에 밀리면서 무색해졌다.

가장 거센 반발이 나오는 정성훈과 손주인의 경우, 당장 직전 시즌 팀 내 출전 경기 수 5위(115경기)에 해당하는 선수들이었다. 젊은 대체자원들이 많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들을 144경기 전력의 상수로 바라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로써는 LG가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치를 먹여 미래 왕조의 토대를 만들 것인지, 당장의 외부 수혈로 물음표를 지워가며 우승 전력을 만들 것인지도 명확지 않다. 그사이 목적지 없이 표류하는 배를 타고 있던 승객들의 불안감은 분노로 변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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