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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8-06 11:13:28, 수정 2017-08-06 11:50:01

[연예세상 비틀어보기] 류승완이 거장인가?

  •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봤다. 지금은 사라진 종로의 코아아트홀이라는 작은 극장에서였다. 제작비 6500만원으로 만들었다는 그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은 전국에 4개뿐이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점점 상영관이 늘어났고 결국 영화를 8만 명의 관객이 봤다. 당시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이었다.

    단편 영화 4개를 이어붙인 영화 만듦새는 어설펐지만 신선한 매력이 있었다. 더불어 고등학교 졸업 후 충무로에서 연출부원으로 고생을 했다는 감독의 인생스토리가 더해지니 영화에 애정이 더욱 생겼다. 그리고 어디서 진짜 양아치를 데려왔나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동생 류승범의 연기가 탁월했다.

    차기작 ‘다찌마와리’는 원래 인터넷에서만 공개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PC통신 영화동호회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오프라인 상영회를 열 정도로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 감독 류승완은 그렇게 성공했다.

    지금 ‘군함도’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 류승완이 “송구스럽다”라고 반응한 것도 그 때 초심을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시장 경제의 논리로 진행되는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 영화감독에게 온전히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 성수기에 최대 수익을 내야 되는 멀티플렉스들의 문제다.

    그러나 “‘군함도’를 끝으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라고 해명한 것은 무척 실망스럽다. 이는 정치인의 발언이다. 교묘하게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취하면서 결국은 제도 탓을 하고 있다.

    류승완에게 진정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었다면 수익의 일부를 독립영화계에 지원한다든지 아니면 영화를 위해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보너스를 주겠다고 선언한다든지 하는 현실적인 제안을 했어야만 했다. 과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들겨 봤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해 ‘군함도’는 초기에 담합성 스크린 몰아주기가 아니었다면 500만 흥행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지루한 영화였다.

    이런 ‘군함도’를 두고 봉준호 감독은 “젊은 거장의 역작”이라고 평가하더라. 박찬욱, 김지운, 최동훈 등 많은 감독들이 영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극찬을 했는데, 이는 한국 영화계의 패거리주의를 보는 듯 해서 씁쓸했다. 아무리 같은 편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군함도’에게 걸작, 류승완에게 거장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지. 그들의 영화적 양심에 묻고 싶다.

    단적으로 말해 ‘군함도’는 졸작이다. 의미, 재미 둘 다 놓쳤다. 일제 만행의 역사적 의미를 담아내고자 했다면 중국 류 추안 감독의 ‘난징! 난징!’처럼 깊은 성찰이 있어야만 했다. 탈주극의 스펙터클을 생각했을 때 ‘군함도’는 1963년에 존 스터지스 감독이 내놓은 ‘대탈주’보다도 떨어진다.

    ‘군함도’는 류승완이 대작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그가 인터넷에서 환호를 받았던 ‘다찌마와리’에 거대 자본을 투입해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라고 만들어서 ‘폭망’했던 것처럼.

    ‘부당거래’, ‘베테랑’의 날카로운 현실비판으로 잘 포장돼서 그렇지 ‘군함도’를 보면 류승완의 연출력은 아직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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