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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의 나쁜 커피] 17. 커피가 미운 건, “당 때문이야~”

입력 : 2017-03-16 05:00:00 수정 : 2017-03-15 19: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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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설탕이 하루 권장섭취량만큼 들어 있다면 끔찍할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최근 커피전문점 커피 중 일부 메뉴가 한 잔만 마셔도 1일 설탕 권장섭취량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커피애호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에스프레소, 초콜릿 시럽, 우유, 휘핑크림이 혼합된 S커피전문점의 한 메뉴(355ml)에 당류가 45g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커피전문점의 캐러멜 카페모카와 T커피전문점의 아이스 화이트모카에도 각각 1잔 분량(400~480ml)에 당류가 45~49g이나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쯤 되면 ‘달달한 커피’가 아니라 ‘설탕 범벅 커피’라 하겠다.

과다한 당 섭취는 비만 뿐 아니라 고혈압과 심장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판매하는 캔커피도 당 함량이 심각한 수준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시중에 유통되는 컵커피와 캔커피 중 라테 제품 19종을 검사한 결과, 음료 1개당 당 함유량이 평균 21.5g에 달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일 당류 섭취량)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WHO는 1일 당류 섭취량을 총 열량의 10%(2000㎉ 기준)인 50g미만으로 권고한다. 한국 정부도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2000㎉를 섭취해야 하므로, 1일 당류 권장섭취량은 필요 열량의 10%이내인 200㎉ 이하가 된다. 이를 당으로 환산하면 50g으로써, 각설탕 3g짜리로 16개 정도에 해당한다.

당 섭취가 걱정된다면 우유가 들어가는 라테 메뉴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우유에는 자연적으로 유당이 200ml당 8~9g 함유됐는데, 단맛을 더 내기 위해 캐러멜이나 설탕 시럽 등 가당 재료를 넣으면 한 잔이 단숨에 1일 당 권장섭취량에 육박하게 된다.

달달한 카페메뉴의 유혹을 단시간에 줄이거나 끊을 수 없다면 흰 설탕에 비해 자연상태에 가까운 천연 재료를 사용하면 당에 대한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것과 함께 건강식품으로서 유익한 면을 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단풍나무 수액을 끓인 메이플 시럽은 뼈 건강에 이로운 마그네슘 함량이 높다. 꿀에는 항균 및 항염 성분이 풍부하다. 사탕수수 원당에는 칼륨, 마그네슘, 비타민 등이 들어있다 코코넛당은 장 건강에 좋은 세균이 먹고 자라는 이눌린이 들어 있다. 올리고당은 열량이 낮으면서 식이섬유가 많다.

인간이 설탕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것은 단맛이 뇌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단맛은 관능적으로 날카로운 신맛이나 불쾌함을 유발하는 쓰고 떫은 맛을 감싸면서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품질이 좋지 않은 커피라고 하더라도 설탕을 많이 넣으면 관능적으로 좋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전쟁 이후 커피가 대중화한 시기에는 원두의 품질이 좋지 않아 설탕과 크림을 넉넉하게 넣어 그 맛을 감추어야 했다. 생두의 상태도 좋지 않아 로스팅을 진하게 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강해지는 탄맛이나 거친 맛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설탕이나 크림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여파가 반세기가 지나도록 남아 좋은 커피에서 풍기는 과일의 신맛을 거부하고 쓴맛을 되레 선호하는 커피애호가들이 적지 않다.

좋은 커피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런 단맛은 건강에 유익하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설탕은 여러 모로 좋지 않다. 이를 경고하기 위해 종종 2명의 역사적 인물이 회자된다.

실존주의의 선구자인 키에르케고르는 커피 한 잔에 각설탕을 30개 가량 넣어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계몽주의의 선구자인 볼테르는 하루에 커피를 50잔이나 마셨다. 볼테르는 종종 초콜릿을 커피에 넣어 마셨는데, 커피 자체의 향미를 즐겼다. 두 사람은 굉장한 커피애호가였지만, 달달함에 대한 선호도는 달랐다. 설탕마니아인 키에르케고르는 42세에 숨졌지만, 볼테르는 84세까지 장수했다.

키에르케고르가 될 지, 볼테르가 될 운명인지는 설탕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커피비평가협회 협회장(Coffee Critics Assoc. President)

사진설명
설탕은 나쁜 커피의 고약한 맛을 숨기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설탕 자체가 해롭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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