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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넷마블과 방준혁 의장만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입력 : 2016-02-15 18:48:32 수정 : 2016-02-15 18: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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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월드=김수길 기자] 블리자드의 창업자이자 유능한 개발자로 이름을 날린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회사를 세운지 20여년이 흐른 지금, 게임 콘텐츠를 논할 때면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일종의 제작 지침서를 몸소 만들어준 저자이자, 게임 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조언자 역할도 자임한다.

 모하임 대표는 전 세계에 퍼진 현지 법인을 수시로 돌면서 사업을 챙기는데도 게으름을 피지 않는다. e스포츠 문화가 발달한 한국을 찾는 일정에는 프로 선수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가급적 다방면의 인사들과 교류하려 한다. 여기에는 정책입안자들도 포함된다. 평소 개발진들과 한솥밥을 먹다보니, 자칫 흘려들을 수 있는 작은 산들바람도 이런 과정을 통해 귓가에 전해진다.

 모하임 대표는 블리자드 마니아들의 축제 블리즈컨에서 늘상 모두(冒頭) 발언을 한다. 그의 말이 전달될 때마다 관객들은 연신 환호하면서 설렘을 내비친다. 상대적으로 ‘공개할’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다른 행사로 대체됐던 몇몇 회차를 빼면 블리즈컨은 적어도 팬들에게는 충실한 자리였다.

 블리즈컨의 명성은 한국에도 퍼졌다. 한국 게임 시장을 주도해온 엔씨소프트가 블리즈컨을 떠올리면서 가칭 엔씨컨을 구상했던 일화도 있다. 여기에는 경영진의 관심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블리자드처럼 방대한 라인업을 동시다발로 제작하고, 언제든 상품화할 수 있는 기업 규모가 아닌 까닭에 어느새 흐지부지된 상태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모바일 게임 최강자 넷마블게임즈가 경쟁 기업이 못다 이룬 소망을 실제로 이뤄낼지 귀추가 쏠린다. 넷마블게임즈를 창립한 방준혁 의장은 지난해 일명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라는 모임을 주도했다. 원칙적으로 그간 접점이 미약했던 미디어와와 만남이었다.

 올해도 동일한 명칭으로 열리지만 점차 NTP의 지향점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바로 블리즈컨이다. 아직 구체적인 설계도는 나오지 않았으나 넷마블게임즈는 장기적으로 블리즈컨에 견줄 만한 공간을 꿈꾸고 있다. 유저들이 한곳에 모여서 콘텐츠가 구현되는 순간을 먼저 접하고, 또 이야기 꽃을 피우는 선순환 구조가 목적이다. 소비자들이 우리가 체험하는 작품에 자부심을 느끼는 건 당연지사다. 블리즈컨은 수 년간 치르면서 이를 증명했다.

 이제 첫삽을 뜬 상황이니 구상해야 할 범주가 너무나 넓다. 그런데, 가장 먼저 명시돼야 할 각주(脚注)도 있다. 회사와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친목은 반드시 지양하고, 글로벌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바에야 국내 행사인 지스타에 출전하는 게 낫다.

 블리즈컨 현장에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첫 무대를 장식한 뒤 철저하게 뒤로 빠진다. 그 대신, 개발과 사업 책임자들이 모여 설명하면서 의견을 듣고 토론도 벌인다. 넷마블게임즈로서는 플러스 알파(+α)를 제시해야 후발주자의 한계를 뛰어넘고, NTP 본연의 값어치를 배가할 수 있다. 단순히 “우리도 그런 행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은 언제든 꺼질 수 있는 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알맹이가 있고 후년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경영진의 철학이 묻어나야 한다.

 국내 초대형 기업들도 이루지 못했던 ‘글로벌 페스티벌’의 꿈. 이제 가장 가능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주체는 모바일 게임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낸 넷마블게임즈가 유일하다. 앞서 업계 일각에서 전개했던 여러 유사한 만남이 겉치레와 속빈강정으로 점철되면서 결국 일회성으로 끝난 현실은 넷마블게임즈가 참고할 지침서다. 또한 축제에는 언제나 이를 지휘할 스타가 탄생한다. 깜냥 있는 개발자와 덕망을 갖춘 거물이 이 자리를 계기로 조명 받는다면 이 역시 미래지향적인 순기능이 될 수 있다.

 넷마블게임즈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콘텐츠로 인정받고, 지속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회사의 자원을 환원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콘텐츠 가치를 제작진과 사업 관계자들만의 ‘좋아요’로 국한하지 않고, 공유하는 이들이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질적 담보가 급선무다. 시작은 해를 넘었고, 이제 가지를 어느 방향으로 뻗칠지 고민하는 단계다. 살을 붙이고 색을 칠하면서 소비자들의 바람도 함께 읽어야 한다.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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