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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국내 최초 돔 야구장 '고척 스카이돔'에 가다

입력 : 2015-09-18 07:00:00 수정 : 2015-09-18 09: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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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정정욱 기자〕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이르자 은빛 유선형 모양의 돔야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힘차게 뻗어가는 야구공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내야 측 출입구로 가니, 높이 12m의 야구공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국내 첫 돔야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의 첫 인상이었다. 110년이 넘는 한국야구 역사에서 돔구장 시대가 본격 개막한 것으로, 1965년 세계 최초 돔구장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애스트로돔이 문을 연지 50년, 1988년에 일본 도쿄돔이 생긴 지 27년 만이다.

▲어라, 야구장에 지붕이 있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8만3476㎡ 규모에 지붕을 덮는 완전 돔 형태다. 일반 개방형 구장에서 볼 수 없는 지붕이 가장 눈에 띈다. 돔야구장의 상징을 ‘지붕’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일 듯. 그라운드에서 지붕까지 높이는 67.59m로, 일본 도쿄돔보다 5m 더 높다. 야구팬들의 관심은 지붕을 강타할 타구가 나오느냐의 여부다. 이에 서울시는 ‘타구 비거리에 따른 공과 구조물의 충돌 여부’ 시뮬레이션을 했고, ‘비거리 140m짜리 타구는 지붕 구조물에 충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보다 큰 타구가 나오면 지붕에 닿을 수도 있다. 비거리 150m를 넘는 초대형 타구가 큰 포물선을 그린다면 지붕을 강타한 후 외야 관중석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붕을 때리는 초대형 타구는 ‘고척 스카이돔’이 선사할 최고의 팬 서비스이자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을 듯 싶다.

또한, 지붕에는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법도 담겨 있다. ‘투명차음막’이 그것으로, 소음은 차단하면서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효과가 있다. 투명 지붕인 탓에 낮에는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밝다. 야구 경기 시 발생하는 소음이 약 98데시벨로 예상되는데, ‘투명차음막’의 소음 차단 효과로 40∼50데시벨까지 줄어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역으로 밖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막는 데도 효과가 있다. ‘고척 스카이돔’ 상공에는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가 즐비한데, 비행기 소음이 유입되는 것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시설을 갖추다

메이저리그 수준의 시설을 갖추며 야구장 본연의 모습에도 충실했다. 우선 국내에서 생산한 최신 인조잔디로 그라운드를 덮었는데, 인조잔디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땅이 굳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쿠션감’을 가미했다. 직접 만져보니 감촉이 천연 잔디 못지 않다. 또 마운드와 베이스 및 홈플레이트 사이에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사용하는 흙을 깔았다. 마운드와 타석에서 흙이 파이는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비축분까지 넉넉하게 마련해놨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야수들이 수비할 때 부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펜스에도 공을 들였다. 외야 안전펜스에 메이저리그 규정인 7㎝보다 2배 이상 두꺼운 15㎝ 두께의 보호패드를 적용한 것이 그 예다.

관중들을 겨냥한 매력 요소도 있다. 포수석과 14m 거리에 위치한 다이아몬드석이 대표적. 극장식 가죽의자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음은 물론, 그물망도 기존 3㎜가 아닌 1㎜ 두께의 고강도 섬유망을 써서 시야 또한 한결 좋아졌다.

야구장 규모도 관심거리다. 홈플레이트에서 외야까지의 거리는 중앙 122.167m·좌우 99.116m로, KBO리그 구장 중 잠실구장에 이어 두 번째로 먼 거리다. 외야 펜스 높이는 4m로 사직구장(4.8m) 다음으로 높다. 거리와 높이로만 따지면 홈런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 하지만 ‘돔구장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공기 저항이 적고, 냉난방을 통해 발생하는 상승기류 때문에 개방형 구장보다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본 돔구장이 외야 펜스를 높게 쌓는 것도, 타자 친화적일 수 있는 ‘돔구장의 공기’를 거리와 높이로 상쇄한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아쉬운 부분도 여러 눈에 띄었다. 우선 ‘공간에 대한 고민’을 꼽을 수 있는데, 지하 깊숙이 자리한 불펜은 그라운드와 너무 멀게 느껴졌다. 구원 등판하는 불펜 투수는 지하에서 몸을 푼 뒤, 계단을 통해 더그아웃으로 올라와 마운드로 향해야 하는데, 계단이 무려 26칸이나 된다. 긴 계단을 급히 오르다 부상이 발생하는 상황도 그려볼 수 있다. 또 투수 교체가 잦은 팀의 경우, 경기 지연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내·외야 일반석은 관중의 만족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앞뒤 좌석 간격이 내야 일반석 55㎝·외야 일반석 46㎝에 불과하다. 성인 남성이 앉으면 앞자리 등받이에 무릎이 붙어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다. 가로로 10석 이상이 중간 통로 없이 붙어 있는 곳이 많아, 만원 관중 상태에서는 이동하기 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 1만8076명 관중석 중 내야 일반석이 1만1657석·외야 일반석이 5314석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교통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고척 스카이돔’ 인근은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 등이 연결되는 악명 높은 상습 정체구간이다. 이에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대중교통 접근성뿐이다.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 1호선 구일역 서쪽 출구를 열어 관객의 편의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동쪽 출구만 있는 구일역에서 고척돔까지 걸으려면 성인 걸음으로도 10분이 넘게 걸린다. 서쪽 출구가 열리면 3분 정도 줄일 수 있으나, 교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주차장도 충분치 않다. 지하 2층 175면·지하 1층 282면·지상 29면 등 총 486면에 불과한 상황. 이에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사전주차예약제’뿐으로, 이 역시 주차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jja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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