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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가부키초 러브호텔’, 色에 더해진 색다른 군상들

입력 : 2015-07-18 12:49:12 수정 : 2015-07-18 17: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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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겉보기엔 19금 성인영화지만, 그 속엔 사람들의 드라마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들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희로애락까지 다 담았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색다른 화술이 전 세계가 주목할만한 ‘가부키초 러브호텔’을 만들어낸 것 같다.

일본영화 ‘가부키초 러브호텔’이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가부키초 러브호텔’은 환락의 거리 가부키초에 위치한 러브호텔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 커플들의 은밀하고 아찔한 24시간을 그린 에로틱 청춘무비. 한국인 유학생 커플, 가족 몰래 불륜중인 경찰 커플, 가출 여고생과 사랑에 빠진 조직폭력배 커플 등 흥미롭고 다양한 연인들의 등장으로 ‘19금 러브액츄얼리’로 완성했다.

일단 ‘가부키초 러브호텔’은 엄연한 성인영화다. 영화 속에 노출도 있고, 베드신도 있고, 장소 자체가 러브호텔이니 할 말은 다한 셈. 하지만 결코 이 영화를 단순한 19금 성인영화로 치부할 순 없다. 겉보기와 다르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얼굴들을 마주했다. 한국인 유학생 커플을 시작으로 불륜 경찰커플, 가출 여고생과 조폭, 특급호텔이 아닌 러브호텔 점장인 한 청년과 그가 근무하는 러브호텔에 찾아온 여동생과 여자친구, 그리고 러브호텔 스태프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촘촘하게 다뤘다.

그런데 그런 인물들을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노출과 베드신 등 자극적인 요소로만 활용하지 않았다. 왜 그들이 러브호텔에 오게 됐는지, 그리고 어떤 인연들이 얽히고 설켰는지 마치 돋보이로 들여다보듯 그들을 집중했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각 캐릭터들의 명확한 스토리가 관객들의 시선을 스크린 속에 가둬버린다. 높은 몰입도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 덕분에 134분이란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는 혐한, 일본 대지진, 일본의 성산업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도 집중했다. 단순히 러브호텔 에피소드에 대해 다뤄도 될만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확장한 것.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불편한 이야기도 스무스하게 넘어가며, 한 번 더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제시한다. 또한 영화 속에서 등장한 사회문제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왜 세계가 이 영화를 주목했는지, 관객들의 호평이 끊이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일본배우 소메타니 쇼타와 한국배우 이은우의 열연도 돋보인다. 소메타니 쇼타는 일본 아역배우 출신으로, 최근 ‘기생수’, ‘도쿄 트라이브’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배우. 영화 속에서 대놓고 튀는 역할이 아님에도, 그는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키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이은우는 일본어와 한국어를 병행하면서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아마도 전작인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서 대사 없이 몸짓과 눈빛으로만 연기를 했던 터라,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의 연기엔 장애가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이은우는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재주가 돋보였다. 그녀가 웃을 땐 함께 웃고, 그녀가 울 땐 함께 울게 되는 묘한 아우라를 ‘가부키초 러브호텔’에서도 과시했다. 또 영화 속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 덕분에 일본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맛도 무시할 수 없다.

끝으로 ‘가부키초 러브호텔’은 마지막 장면까지 집중해야 하는 영화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관을 나가버리면 분명 후회할 터.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면, 분명 후회하지 않는 134분이 될 것이다. 제3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34회 하와이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5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7월 개봉 예정.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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