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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 전 사장 "김시진은 양키즈를 맡겨도…" ②편

입력 : 2015-04-14 06:30:00 수정 : 2015-04-14 17: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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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2014.3. 롯데자이언츠 구단의 대표이사는 2014년 프로야구 원정경기 시 선수들이 묵을 호텔 내에 설치된 CCTV를 이용해 선수들을 관리하도록 계획, 지시하고 이에 해당 호텔들에 미리 협조를 구한 뒤, 당시 구단 단장이나 운영부장 등 다른 구단 관계자들이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이 개막한 직후인 2014.4.4.부터 같은 해 6.1.까지 약 2개월 동안 구단 운영매니저로 하여금 호텔 등의 CCTV 녹화영상을 확인하도록 하였다."

지난달 초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발표한 결정문 중 사건 개요의 첫 문장이다. 그리고 인권위는 KBO 총재에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 권고의 취지에 맞는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결정문 전문은 인권위 홈페이지에서 언제든지 확인가능하다.) 그렇게 지난 겨울 야구계는 물론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속칭 롯데의 CCTV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그 사건 속에서 분명 말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었다. 팬들의 비난에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고, 그냥 사직구장을 떠났다. 그들 중 이문한 전 롯데 운영부장도 포함돼있었다. 어렵게 인터뷰를 승낙한 이문한 부장(지금은 야인이지만 부장이라고 칭한다.)은 초췌했다. “대인기피증에 걸릴 지경”이라던 이문한 부장은 “왜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줄 알겠다”고 한을 토해냈다. 스포츠월드는 전날(13일) 이문한 부장과의 인터뷰 일부를 공개했다.

이문한 부장은 2014시즌을 악몽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부임 후 한 시즌을 보낸 최하진 전 대표이사는 매일 경기가 끝나면 모바일폰 메시지를 보내 각종 상황을 보고토록 했다. 속칭 현장의 ‘프락치’ 역할을 강제한 것이다. 운영부장직은 안 그래도 현장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이런 가운데 최 전 대표는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CCTV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고, 배재후 전 단장과 이문한 부장은 수용할 수 없어 반대를 했다. 그리고 구단의 모든 의사논의과정에서 배제됐다.(전날 인터뷰 내용 참고) 이문한 부장은 “메시지 알림 소리만 들으면 미치는 줄 알았다. 노이로제가 이런 것인가 싶었다”고 손에 있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스포츠월드는 모바일폰 메시지 공개를 두고 고민했지만 34년째를 맞이한 한국 프로야구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리기 위해 단독입수한 내용을 보도하기로 했다. 새롭게 출발해 순항하고 있는 현 롯데 자이언츠에 피해가 갈까봐 우려스럽기도 했지만 묻어두고 가기에는 ‘제왕적 구단’의 옳지 않은 과거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문한 부장의 토해내는 인터뷰를 이어가는 동안 충격적인 내용을 함께 공개한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 (13일자 보도에 이어)앞서 최 전 대표가 고과시스템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선수 연봉을 올리고 내렸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가.

"자기가 봤을 때 마음대로였다. 순간적으로 못한 이미지가 큰 선수들은 보고서에서 그냥 천만원 삭감이라고 후려쳤다. 그래서는 안 된다. 대표이사까지 결제가 올라가기 전 모든 고과연봉시스템을 적용한다. 타팀 비슷한 연차선수들의 연봉은 물론 각종 자료를 다 만들어서 대입한다. 그래서 단장 결제를 받고 대표이사한테 올라가면 이 선수는 얼마까지 줄 수 있다고 결정이 된다. 거기서 결제가 나면 우리는 그 금액 안에서 해당선수와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 아무리 대표이사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운영했단 말인가.


"플러스가 된 선수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았으니….그러니 선수들도 불만을 가질 수밖에. 자기들도 몇 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대충 인상폭이 어느 정도 될 지 알 텐데. 그런 식이니 불만을 안가질 수 있겠는가."

- 직설적인 질문을 하겠다. 선수단 사이에서는 이문한 부장이 배재후 전 단장 라인이어서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최 전 대표와 얘기했다고 들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격앙) 어느 조직에 그런 파가 있고 라인이 있나. 말도 안 된다. 나도 정말 궁금했다.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하고, 최 전 대표하고 바로 얘기를 했는지. 나중에 물어보니 난 단장과 친해서 말을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장한테 다이렉트로 얘기했다고 하더라.(한숨). 선수들이 그렇게 느꼈다니 할 말이 없었다. 난 진짜 하늘에 맹세컨대 선수들이 오해하는 부분에 하나도 관련한 게 없다."

- 소통의 부재가 결국 곪아터진 게 아닐까
.

"그렇다. 선수들은 내가 다 한 걸로 생각한 것이다. 5월 사건 이후 최 전 대표는 오히려 선수들과 친하게 지냈다. 직접 그라운드에 내려가서 선수들 앞에서 메리트로 OO전에는 한 경기에 4천만원까지 부르곤 했었다. 황당했다. 선수들도 놀랐다. 단장과 나는 그런 사실도 몰랐다. 그렇게 난 선수들과 멀어졌고…. 정작 선수들은 그런 내용을 몰랐을 것이다." (현장 및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의하면, 배재후 전 단장과 이문한 부장은 팬들의 비난에 지난해 11월5일 먼저 사표를 던졌다. 배 전 단장의 경우 사장실을 향해 울분을 토하고 뒤돌아섰다고 한다. 이 부분은 본인에게도 확인을 거쳤다. 최 전 대표는 사건이 불거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았다. 이후 6일 지역지에 사퇴의사를 밝히고 물러났다.)

- 5월 사건 후 현장출입금지 지시를 받을 때만 해도 선수단 불신의 이유를 확실히 몰랐다고 했다. CCTV 사건 탓인 줄 확실히 몰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짐작은 했을 텐데, 무언가 선수단에 해명할 필요를 못느꼈는가.

"하려고 했다. 최 전 대표에게 6월초 배 전 단장과 찾아가 선수단을 만나게 해주면 CCTV 사건을 내가 했다고 말할테니 내부적으로 자리라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마저 거부당했다. 그때 선수단을 만나게 해주면 (최 전 대표에게는 내가 주동자라고 말할 것이라 했지만) 엔트리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어떤 오해인지 들어보고 모두 풀려고 했다."

- 최 전 대표에게 선수단과의 만남을 위해 거짓말을 했던 건가.


"사실상 그렇다. 어떻게든지 선수들과 만나서 내 오해를 풀려고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만나서 뭐할거냐’고 봉쇄당했다. 내 입장에서는 선수들을 만나야 오해를 풀 것 아닌가. 나도 야구인인데 그런 상황에 처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 이후 완전히 결제라인을 차단하더라."

- 최 전 대표가 엔트리까지 지시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X톡 보면 다 나온다. 직접도 말했다. 최 전 대표는 김 감독을 불러 번트를 대지말라, 작전이 어떻다고 평가하고 주문했다. 그래서 김 감독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성적은 내야하는데. 김 감독은 유한 분이다. 그러니 시즌 중 몇 번이나 그만둔다고 하셨다. 최 전 대표는 일주일마다 감독에게 보고를 하라고도 지시했다. 세상에 어느 감독이 그렇게 보고서를 매주 올리느냐. 말이 되느냐. 그리고 그걸 전달하라는데 내가 어떻게 전달하느냐. 김 감독도 그런 상황을 알고 사표를 내려고 했다."

-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단과의 오해인 것 같은데. 모두 후배들이 아닌가.

"모두 풀었다. 지난해 11월8일 고참 10명과 커피숍에서 만나 구체적으로 얘기를 다했다. 말로 해서는 믿지를 않으니 모든 자료를 다 들고갔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연봉문제, 엔트리 문제, 훈련 스케줄 문제, CCTV 문제까지 다 설명했다. 내가 이간질을 했다고 하니 설명을 다했다."

- 그런데 왜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는가.

"그날 오해를 다 풀고,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그 자리에서 내 명예를 위해 성명서를 꼭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제스처가 없었고, 고참 선수에게 다시 말하니 1월8일 전훈 떠나기 전 체력테스트를 할 때 선수들을 다 모아놓고 얘기한 뒤 결과를 나한테 얘기해줬다. (실제 선수단은 인권위 발표가 난 뒤 억울함을 모두 알았고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다. 하지만 새출발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다시 이 문제를 언급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지만 시간이 흘러 마음이 좀 안정이 됐다. 또 내가 뭐라고 하면 시끄러워지니 나 혼자 참으면 된다고 조용히 참아왔다. 하지만 아내 역시 야구 쪽에 지인이 많고, 나도 야구로 평생을 살아왔다. 명예회복은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 얘기를 듣다보니 도대체 롯데에 왜 왔는지 의문까지 든다.

"지바 롯데서 3년 계약을 하고 1년 정도 있다가 배 전 단장의 제의로 왔다.(한숨) 무언가 팀 분위기를 바꾸어보려고 하셨던 것 같다. 결과가 이렇게 되니 너무 후회스럽다. 당시 보수문제, 직급문제를 다 떠나서 롯데 야구를 위해 한 가지라도 남겨보려고 왔다. 당시 아내도 엄청나게 반대를 했고 지바 롯데서도 가지 말라고 했다.  연봉도 많이 깎였으니. 그때만 해도 그런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고향팀이다 보니 롯데 야구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이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되려고 야구계에서 그렇게 살았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팬들이나 주변 사람들 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다. 최 전 대표가 (언론 등에) 나오기 전까지 우리와 아무런 말 한마디 없었다. 배 전 단장, 권(두조) 수석, 공(필성) 코치 등 우리는 5월 이후로 모두 죽일 놈이 돼있었다. 지난 2년간 롯데는 타팀하고 전쟁을 치러야하는데, 그거는 둘째였고 결국 내부적으로 전쟁을 한 꼴이 됐다. 그래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젠 잘하지 않겠느냐. 팬들도 롯데가 다시 잘할 수 있도록 외면하지 말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 지난 생활을 되돌아보면.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정말 조심스럽고 걱정도 컸다. (시즌 개막 후) 선수들이 잘 하고 있는데 정말 부담스럽기도 하다. 롯데 경기는 매일 챙겨본다.(웃음) 하지만 알릴 건 알려야한다고 본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전문가들을 존중해 주지 않았다는 게 참 가슴이 아프다.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10명뿐인 전문가 집단이다. 콩놔라 팥놔라 할 거면 왜 감독을 앉히느냐. 감독은 ‘부장급이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야구인들 중에 야구를 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만큼 어려운 게 야구다. 그런데 세이버매트릭스를 보곤 자기가 다 안다고 생각하면서 지시를 하면 안 된다. 그건 절대로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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