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과 세 번째로 만난 영화 ‘하이힐’을 통해 여성의 내면을 지녔으면서 이를 거부하기 위해 과도하게 남성에 기운 윤지욱 캐릭터를 연기한 것. 그동안 어떤 배우도 선보일 기회를 갖지 못했던 역할이다. 더구나 이 영화에서 차승원은 여장은 물론, 화려한 액션신까지 소화하며 상남자로서의 매력도 동시에 드러낸다. 차승원다운 매력까지 겸비해서 보여주는 셈이다. 그럼에도 도전보다 두려움이 더 컸을 수 있다. 배우가 연기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생각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여장하고 나오는 건 찍을 때도 사실은 견뎌야 할 부분이니까요. 완벽하게 여자처럼 보일 순 없잖아요. 전 오히려 여장 말고 여성스러운 디테일에 신경 썼어요. 영화에 나오는 액션 신도 연습을 참 많이 했고 아이디어도 많이 냈어요. 4개월간 연습하며 미리 준비도 했고요. 룸 안에서 벌이는 첫 액션 신은 좀 거칠고 잔인하지만 제 캐릭터가 자기 안의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고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승원은 열린 자세로 이번 영화와 역할을 맞이했다. 특히 그동안 상남자의 대표 배우로 알려졌던 차승원에게서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발언까지 나왔다. 스스로의 여성성에 대한 인정을 했기 때문이다.
“두 개를 동시에 가져가야 하는 영화죠. 제가 그렇다고 성향이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저 역시 (제 안에 남녀가)공존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야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이고 접점이 있고 이해해주는 것이니까요. 신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해요. 제3의 성은 그걸 못 이기는 것이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다 있어요. 저는 배우니까(그걸 표현했죠.)”
그러면서도 이 영화의 유니크함을 대중적으로 풀어 설명하기도 했다. 단순히 트렌스젠더를 다룬 영화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영리하게 방향을 틀고 유도했다. 물론, 영화에서 보여준 차승원 연기의 유연함은 한 단계 더 높다.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이나 여러 가지 것들 때문에 원하는 것들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포기하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해요. 그저 트렌스젠더 영화로 치부하는 것보다는 우리네 삶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거죠. 원하지 않은 삶 말이에요. 그게 우리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죠.”
대역 없는 액션에 나섰으면서도 영화에서 보면 깔끔하게 액션 장면들을 처리한 차승원. 그런 차승원은 이 영화에서 비중있게 나오는 장르인 느와르의 주인공답게 남자들마저 반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성이 존재한다. 여성성과 폭력성이 공존하는 복잡한 캐릭터다.
“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너무나 싫은 건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에요. 벗어날 수 없는 거죠.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다가 극단적으로 가면 폭력으로 가는 거죠. 더더욱 잔인해져요. 자기만의 공간으로 왔을 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성스러운 모습을 갖고요. 자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너무나 싫은 거죠. 어느 순간 봤는데 남성이 보이는 거죠. 구역질 나고 싫잖아요.”
멋지게 새로운 도전을 소화해낸 차승원은 스스로도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이 영화를 보고 만난 차승원에게서 분명히 느껴진다.
글 한준호, 사진 김두홍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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