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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서의 파리에서] 올림픽에 꼴찌는 없다

입력 : 2024-08-01 20:28:49 수정 : 2024-08-01 20: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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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마다예가 화살을 뽑고 있다. 사진=이스라엘 마다예 SNS

올림픽은 모두에게 특별하다. 참가하는 선수도, 지켜보는 관중도, 취재를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넘어온 취재진에게도 나름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메달 색깔과 1초의 차이, 찰나의 순간이 주목을 받는다. 1등에게 환호와 박수를 건네고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선수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다.

 

때로는 승부를 떠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올림피언들의 모습이 더욱 화제를 모은다. 파리에서 도전의 의미를 제대로 느꼈다. 기자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는 그랑 팔레로 가는 길이었다. 파리 앵발리드역에서 내려 알렉산드라 3세 다리를 건너야 경기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평소에는 통제하지 않는 길이지만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가 진행 중이었기에 막혀있었다.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찾아가며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지켜볼 기회가 생겼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과 사이클 달리기를 잇달아 소화하는 종목이다. 35도가 넘는 파리의 무더운 날씨 속에 선수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질주했다. 많은 선수가 차례로 지나갔고 한참 후에 하위권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위와는 10분 이상 차이가 나는, 메달권 경쟁에선 벗어난 선수들이었다.

 

이때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길 양옆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이 철재로 된 가림막을 두드리며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기 시작했다. 선두권 선수들이 뛰어갈 때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이렇게 응원을 하는 것일까. 성조기를 들고 열정적으로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던 한 미국인에게 응원의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더운 날씨에 이렇게 열심히 뛰는 것이 대단하다. 올림픽에 출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멋있다”고 대답했다.

 

전날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도 화제를 모은 선수가 있었다. 이름도 낯선 차드 국가의 이스라엘 마다예였다. 김우진과 64강에서 만난 마다예는 2세트 마지막 화살에서 1점을 쐈다. 올림픽 무대에서 1점을 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마다예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체스트 가드(활시위가 가슴을 때리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다. 차드는 아프리카 최빈국으로 마다예는 2008년 독학으로 양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에 1점을 쏴 화제를 모았다. 쏟아지는 관심은 동정의 의미가 아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양궁을 독학해 올림픽 무대까지 밟은 그의 열정에 응원을 보낸다. 한국 사람들의 응원에 마다예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감사합니다(Thanks you COREA)”고 적었다.

 

큰 무대에 나가기 위한 노력과 열정 앞에선 순위와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도전 자체로 아름답다.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 올림픽의 의의를 몸소 실천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올림픽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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