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여곡절 끝에 센강이 문을 열었다.
파리 센강의 수질 문제로 경기가 연기됐던 2024 파리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이 31일 열렸다. 가장 먼저 진행된 여자부에서는 선수 50여명이 일제히 센강으로 다이빙했다. 숱한 논란을 불렀던 센강에서의 수영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순간이었다. 여자부 경기에선 프랑스의 카상드르 보그랑이 1시간54분55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열린 남자부에서는 영국의 알렉스 이가 정상에 올랐다.
남자부 동메달을 딴 프랑스 선수 레오 벨제흐는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레이스 연기 소식을 듣고 “센강에서 수영을) 조금 망설이긴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를 믿었다“며 “오늘의 센강이 그렇게까지 더러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렉스 이는 “운 좋게 그 어떤 올림픽 종목보다 아름다운 경기장을 썼다고 본다. 이런 장점에 비하면 센강이 더럽다는 건 조그마한 위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래도 프랑스 정부가 물을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 사실을 알고 경기하는 게 모르고 경기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은메달을 획득한 헤이든 와일드(뉴질랜드)는 “프랑스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는 사실을 안다. 물론 이렇게 큰 도시에는 어디에나 오염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린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를 믿었다. 그들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강에서 경기를 연 올림픽 조직위 측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번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파리 센강을 1.5㎞ 헤엄치고, 자전거로 40㎞의 강변을 질주하며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을 10㎞ 달리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남자부 경기는 당초 전날 펼쳐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센강 수질 검사 결과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이날로 연기됐다. 27일 개회식 이후 파리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센강 내 세균 수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에 앞서 예정된 훈련들도 잇따라 취소됐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파리에 폭우가 내리자 28일과 29일로 예정됐던 철인3종 수영 훈련을 취소했다. “센강 수질 테스트 결과 경기를 개최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수질 수준”이라는 게 이유였다.
센강의 수질 논란은 개막 전부터 계속됐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06년 세계트라이애슬론연맹이 정한 경기 적합 기준은 대장균 100㎖당 1000개, 장구균 100㎖당 400개 미만이다. 이 수치를 초과하는 물에서 수영할 경우 위장염이나 결막염, 외이염을 비롯해 각종 피부 질환을 앓을 수 있다. 센강에서는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워터 스위밍 경기도 예정됐다. 오픈워터 스위밍은 8월 8일과 9일에 나뉘어 열릴 예정이다.
센강에서의 수영은 수질 문제 등으로 1923년 이후로 100년 이상 금지돼왔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센강을 정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수 처리 시설 확충 및 현대화 등 센강 정화 사업에 2015년 이후 쏟아 부은 예산이 15억 유로(2조2580억원)가 넘는다. 그러나 올림픽이 개막한 현재에도 비가 내리면 입수가 힘들어질 정도로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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