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남아야 한다.
날개를 활짝 펼칠 시간이다. 올 시즌 한화가 내세운 슬로건은 ‘Different us(달라진 우리)’다. 리빌딩 종료를 선언하는 장면이다. 최근 몇 년간 한화는 새로운 씨앗을 심는 데 집중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록 계약기간을 채우진 떠났지만 “실패할 자유”를 외치며 젊은 선수들을 중용한 바 있다. 박찬혁 대표이사는 “지난 3년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실을 다지는 시기였다. 이제 결과를 내야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약육강식이다.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 치열한 선발진 경쟁이 대변한다. 후보에 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우완 투수 김민우는 지난 스프링캠프서 “꼭 선발 로테이션에 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우는 2018년부터 꾸준히 선발 자리를 지켰다. 2021~2022년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낙점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개막 직전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지막 자리를 꿰찼다.

어렵게 완성된 선발진은 ‘최강’ 그 자체다. ‘괴물’ 류현진을 비롯해 외인 원투펀치, 문동주, 김민우 등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짜여졌다. 4일 기준 선발승만 6승(전체 8승)이다. 지난 시즌 144경기서 선발승 32승(전체 58승)에 그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다. 서로가 자극제다. 보다 탄탄해진 선수층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민우가 첫 등판서 호투를 펼친 후 담 증세로 한 박자 쉬어가게 됐지만 여파는 없었다. 고졸루키 황준서가 데뷔전 승리로 메웠다.
야수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내·외야 할 것 없이 긴장감이 흐른다. 일찌감치 격전지로 꼽혔던 부분은 2루다. 비시즌 안치홍이 자유계약(FA)을 통해 합류했다. 2009년 데뷔한 뒤 줄곧 2루수로 뛰었다. 세 차례 2루수 골든글러브(2011, 2017, 2018년)를 수상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기존 자원 정은원도 있다. 데뷔 때부터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며 빠르게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역시 2021년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군 입대까지 미루고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얼굴은 다름 아닌 2년차 문현빈이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 해 137경기서 타율 0.266(428타수 114안타) 5홈런 등을 때려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도 뽑혔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후보 가운데 (문)현빈이가 공·수에서 가장 좋았기에 주전으로 먼저 기용한다”고 밝혔다. 다부진 스윙에 안정적 수비, 리드오프 역할까지도 멋지게 수행 중이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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