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창경궁 ‘킹덤’ 배경으로
‘버터’ 재킷 촬영 맹방해변 인기
논산선샤인랜드 사격·VR 체험 ‘갯차’ 찍은 포항 청하면 관광객 ↑
이름 없는 해변, 평범한 골목도 드라마·영화의 배경이 되면 특별한 장소가 된다. 국적불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촬영지를 찾으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같은 포즈로 인생샷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내국인 여행자는 물론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들도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한국 드라마·영화 촬영지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글로벌 히트작 반열에 오른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글로벌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K컬쳐 촬영지를 소개한다.
◆경복궁에서 세운상가를 지나 이태원까지
국내 드라마·영화 촬영지가 압도적으로 많은 도시는 단연 ‘서울’. 구석 촬영지가 없는 동네가 없고, 한국 드라마, 영화는 물론 ‘어벤져스’같은 할리우드 대작 영화의 배경으로 서울 곳곳이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찍은 장소 중 하나가 고궁이다. 경복궁과 창덕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배경으로 나왔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고풍스러운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 공간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전 세계인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으로 각인됐다.
경복궁에서 시작해 창덕궁에서 창경궁을 거쳐 종묘로 이어지는 코스를 섭렵하고 나오면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드라마 ‘빈센조’의 주된 배경이 됐던 세운상가다. 70년대 세워진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는 이웃한 대림상가, 인현상가까지 연결된 공중 보행로를 통해 원스톱으로 이어지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최근에는 다양한 카페, 식당, 상점 등이 들어서며 주말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판이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작품의 주무대인 단밤포차는 이름을 살짝 바꾸고 영업 중이다. 가게 앞에는 인증샷을 찍는 여행객들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남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녹사평역 육교도 인증샷 명소로 손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 촬영장 … 합천영상테마파크
192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국내 유명 시대극들이 대부분 거친 곳이 바로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암살’, ‘택시운전사’, ‘강철비’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드라마 ‘각시탈’, ‘미스터선샤인’ 등도 여기서 찍었다. 테마파크에는 시대별로 구분된 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건물들이 포진해 있다. 테마파크 내부의 의상 체험실에는 1900년도의 의상들과 교복들을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
테마파크 메인 건물인 청와대 촬영세트장과 함께 분재온실, 생태숲 체험장, 목재 문화 체험장 등을 즐길 수 있다.
◆“합시다, 러브” … 논산에서
충남 논산선샤인랜드는 ▲개화기 촬영 세트장인 ‘선샤인스튜디오’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에서 사격과 VR 체험을 즐기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선샤인스튜디오는 총면적 약 2만㎡에 이른다. 1900년대 초반 한성(서울)을 재현한 공간이다. 한성전기 사옥을 비롯한 근대 서양식 건물과 기와집·초가집·일본식 가옥에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어우러져 120여 년 전 모습이 완성됐다. 이곳에서 미스터 션샤인의 대부분 분량을 촬영했다.
◆BTS가 사랑한 삼척, 해변에서 ‘헤어질 결심’
강원도 삼척에는 K컬쳐 명소가 된 바닷가가 두 곳 있다. 먼저 맹방해변은 2021년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 재킷을 촬영한 장소로, 멤버 정국이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못 온” 아쉬움을 달래고, 제이홉이 촬영 중에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한 그곳이다.
이곳은 예부터 명사십리라 불렸는데, 이제 ‘방탄소년단의 해변’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주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베드 등이 ‘버터’의 노랫말처럼 여행자의 ‘마음속으로 몰래 침입(breakin’ into your heart like that)’한다.
또 부남해변은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아담한 해변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다. 입구 대숲과 바위산과 모래밭도 시적이다. 주간에는 대체로 개방하나, 입구가 닫혔을 때는 삼척시청 관광정책과에 문의하면 마을에 연락해준다.
◆무조건 사수해야 하는 그 곳, 문경새재
오랜 세월 한양과 영남을 잇는 관문, 현재 충북과 경북에 걸쳐 있는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때 개통한 문화유산이다. 관문 역할을 했던 만큼 ‘여기가 뚫리면 끝이다’라는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하는 장면에 단골로 등장했다.
도립공원 내에는 사극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도 있다. 이는 킹덤 시즌 1·2에서는 문경새재가 드라마 속 실제 공간이자 주요 촬영지였다. 문경새재 1관문 주흘관과 2관문 조곡관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 밖에 ‘옷소매 붉은 끝동’ ‘연모’ ‘슈룹’ 등 다양한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동백꽃 필무렵’과 ‘갯마을 차차차’
경북 포항시 북구의 조용한 해안마을 청하면에 갈수록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넷플릭스 역주행으로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다. 여행의 시작점은 청하공진시장. 시장 한가운데 장터 건물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과 보라슈퍼, 청호철물, 오윤카페(한낮에커피달밤에맥주)가 있다. 구룡포항과 가까운 석병1리 방파제의 빨간 등대 역시 드라마 촬영지다. 혜진(신민아)이 두식(김선호)에게 고백할 때와 여러 장면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가 뛰어놀던 전주
치열한 펜싱과 우정,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주제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주요 촬영지는 전주에 있다. 서학동예술마을과 한벽굴(한벽터널)이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올랐다. 서학동예술마을의 음악 스튜디오 소리방앗간은 명진책대여점으로 등장했다. 지금은 나무 간판만 남았다.
나희도(김태리)가 울며 뛰어간 건너편 골목과 27레코드는 드라마에서 본 그대로다. 서학동에서 전주천을 따라 15분쯤 걸어가면 한벽굴을 만난다. 희도가 상처받은 이진(남주혁)을 위로한 이곳은 싱그러운 청춘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배경이다. 주인공들이 앉은 평상이 그대로 남은 아현슈퍼도 전주 남고산성(사적) 가는 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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